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애당초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후궁발언’은 여당과 다수 언론이 몰아가기를 한 것처럼 무자비한 막말도 성희롱도 아니었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청와대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직계의 친문 ‘방탄(防彈)그룹’이다.

친문 의원들이 그렇듯이 고민정 의원 또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문재인 대통령 입 역할은 물론 조금이라도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내는 언론에 대해서는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조수진 의원의 ‘후궁발언’ 계기가 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고민정 의원의 비아냥은 자신이 지난해 4·15 총선때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오 전 시장을 꺾었다는 ‘자기자랑’ 차원이었다.

이런 고민정 의원와 자기자랑과 비아냥에 대해 조수진 의원은 자기 당 보궐선거 후보 보호 차원에서 역공을 가했다.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선거구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물려 받았기 때문에 전직 서울시장인 오세훈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청와대의 배려가 있었다는 것은 민주당 주변에서는 다 알려진 이야기다. 조수진 의원의 후궁발언은 이것을 신랄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민주당은 조수진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국회 윤리위에 회부했다. 180석을 확보한 초거대 여당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벌이고 있는 전횡, 입법독재를 보면 조 의원의 의원직 상실 징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조 의원의 발언이 행동이나 신체적인 표현을 동원한 전형적인 성희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명예훼손 사건 재판장을 지낸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인이 정치적 논쟁 과정에서 한 비유가 성행위나 직접적으로 성적인 수치심을 자극한 발언이 아닌 한, 성희롱이나 모욕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조수진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이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프레임을 국민의힘에 뒤집어 씌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작 당사자인 고민정 의원이 조 의원에 대해 성희롱이 아닌 모욕죄로 고소장을 냈을 뿐이다.

문제는 조수진 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이다. 조 의원은 얌전한 외국 명문대 유학파나 고위 관료 등 엘리트 출신이 국회의원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도, 주호영 원내대표도 조 의원을 감싸지 않았다. 오히려 김근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한창 공방이 시작되는 와중에 같은 당 소속인 조 의원을 나무랐다. 심지어 오세훈 전 시장 조차 침묵을 지켰다.

누가 어떤 사고를 쳐도 무조건 옹호해주고 지원사격을 마다하지 않는 민주당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이틀을 홀로 버티던 조 의원은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로 치러진 지난해 4·15 총선때도 야당과 싸우는 대신 자기 당 후보들을 등 뒤에서 저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통합당은 당시 30,40 세대에 대해 “논리가 없다”는 발언을 한 자기 당 후보를 끌어 내렸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부적절한 행동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서는 내용도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명을 시키려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지난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단합된 떼쓰기’라는 승리공식을 만들었고 사사건건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조수진 의원의 외로운 투쟁과 항복으로 이미 최근 언론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성희롱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래서 안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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