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드디어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바이든이 취임한 지 15일 만에 이루어진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한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바이든과의 통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이웃 일본의 스가 총리는 취임 1주일 만에 통화를 했는데, 70년 동맹인 한국은 순서가 많이 밀렸기 때문이었죠.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위에 한국과 북한의 문제는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뒤늦게 통화를 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작년 11월 9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자”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이어가 달라는 의미였는데요. 그런데, 바이든은 대선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상외교를 ‘무의미’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있을 때,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해 왔습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동맹국들과 연대해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해왔지요. 그런 바이든에게 트럼프처럼 탑다운 방식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으라니 분명한 실수입니다.

실수는 또 있었습니다. 바이든과의 통화를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6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전화해 중국 공산당 창건 100년을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건국일이 아니라 정당의 창건일을 축하하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이례적이고, 거기에다 중국공산당 창건일은 7월 1일입니다. 6개월 후에 할 축하를 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지 1주일 만에 했던 것일까요?

미국 정치권에선 즉각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미국 상원의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의 방어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계속 자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밥 의원이 말한 피는 6.25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4만 명의 피를 말합니다.

1950년 공산진영의 사주를 받은 북한은 대한민국에 불법남침 했고, 선전포고도 없는 기습남침에 우리 국군은 후퇴하게 됩니다. 그 때 일본에서 급히 날아온 미군 24사단은 대전에서 북한군 저지에 나서는데요. 미군은 사단장인 딘 장군이 포로가 될 때까지 목숨을 바쳐 싸우며, 우리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이후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키고, 우리 국군이 북진을 거듭해 북한 압록강에 도달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군의 지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950년 10월 19일 통일을 눈앞에 둔 국군과 이를 돕던 미군 앞에 엄청난 숫자의 군대가 밀려듭니다. 바로 중국 공산당의 100만 대군이었습니다.

엄청난 숫자에 한미연합군과 UN군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서울을 빼앗기고, 이를 재탈환하고, 이후 3년이나 이어진 6.25 전쟁은 국군 1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미군도 4만명 넘게 전사했습니다.

 

밥 메넨데스 의원은 역사를 말한 것이었습니다. “너희 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4만명 이나 되는 미국의 젊은 군인들이 죽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공산당의 100주년을 축하할 수 있냐”며 함께 피 흘렸던 역사를 모르냐고 지적한 것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제적 실수는 이 전에도 있었습니다.

20년 전인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새로 취임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던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에서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선언합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것지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재검토 할 것이라고 밝히 대북 강경정책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지원받고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했던 북한 김정일은 햇볕정책이 무산되자, 2002년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서 탈퇴하고, 2006년 첫 핵실험을 실시하게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북핵위협은 어쩌면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실수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시간을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서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이웃나 일본을 향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하는데요. 일본 관리들의 역사망언에 대한 질타였지만 문제는 버르장머리란 발언을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통쾌해 했지만, 일본은 마음이 편할 수 없었습니다. 1997년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투기세력들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일본은 한국의 외환 지원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라는 건국이래 최악의 국가부도를 겪게 됩니다.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움이 되고 믿을 수 있는 나라와는 적극적으로 동맹을 맺고, 적대적 국가라 할지라도 섯불리 자극하는 일을 피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실수는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뒤늦게라도 분위기 파악을 하시고, 바이든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니 다행입니다.

우리국민들은 대통령이 또 실수 할까봐, 국민들이 가슴 졸이는 경험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대현 제작편집부장 겸 펜앤뉴스 앵커 dawit7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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