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몇년 사이 주요 그룹 총수가 급격히 창업 3,4세로 세대 교체가 진행중인 가운데 2세 경영인으로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재계의 맏형으로 꼽힌다.

1960년생인 최 회장은 재계 10위권 내 총수 중 삼성 이재용 회장(68년생) 현대차 정의선 회장(70년생) LG 구광모 회장(78년생)은 물론 승계작업이 진행중인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그룹의 3,4세 보다 나이도 많고 경영 경력도 오래됐다.

그러다보니 이재용 정의선 등 주요그룹 총수들의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 등 맏형 역할을 자처해왔고, 지난 1일에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후임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넘게 지속됐던 SK와 LG의 ‘배터리 전쟁’이 LG의 승리로 끝나면서 최태원 회장의 맏형 리더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일부 제품의 미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LG에 이어 뛰어든 후발주자 SK간의 경쟁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의 재계 리더십을 굳히는데도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경우 최 회장의 반말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선배이자 형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인 반면, LG 구광모 회장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SK와 최태원 회장에 대한 구광모 회장과 LG의 이런 분위기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을 대거 스카웃해서 기술은 물론 영업비밀까지 빼돌렸다는 ‘반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고 대규모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이와함께 하지만 한때 삼성 현대와 더불어 재계 정상에 있었던 LG가 SK에 재계 3위 자리까지 내주는 등 경쟁심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아울러 근래 SK의 약진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업체 ㅜ하이닉스가 원래 LG가 만든 회사였다는 점도 이유즁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 초반, 김우중 회장과 대우그룹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과의 밀접한 관계를 배경으로 재계 정상의 위치로 도약했고 이병철 정주영 회장은 이런 김우중 회장을 극도로 싫어했다. LG와 구광모 회장의 SK 및 최태원 회장에 대한 정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ITC 판결로 10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일부 제품의 미국 수출이 금지된 SK로서는 합의를 통해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사가 합의하기 위한 ‘데드라인’은 오는 4월 11일이다. ITC의 최종 판결에 대한 미국 대통령 심의 기간(60일)이 이날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태원 구광모 두 사람의 만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간 회동은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추대 문제 등을 의제로 지난해 9월 이후 몇차례가 있었다.

문제는 SK가 LG에 줄 합의금이다. SK는 8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LG는 최대 3조원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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