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김 회장은 세 아들과 미래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27일 한화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다음달 중 모회사이자 항공·방산 대표기업인 ㈜한화, 에너지·소재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한화솔루션, 그리고 한화건설 등 3개사의 미등기 임원을 맡을 예정이다.

김 회장의 경영 복귀는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7년 만이다.

김 회장의 경영복귀는 지난 19일로 취업제한이 없어진 데 따른 것이다. 취업제한 해제를 앞두고는 대표이사 겸 등기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미등기 임원만 맡기로 했다.

이미 한화 계열사들에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경영 체제가 정착해 있고, 회사가 자율·책임 경영을 구현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방침에 따라 굳이 등기임원을 맡지 않았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김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세 아들이 그룹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김 회장이 등기 임원을 맡을 이유를 약화시켰다.

장남인 동관은 한화솔루션 사장을 맡고 있고, 차남 동원은 한화생명 전무로서 금융부문에 강점을 쌓아가고 있다. 삼남 동선은 최근 한화에너지 상무보로 복귀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나이로 70이 된 만큼 세 아들을 대상으로 경영권 수업을 강화하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차세대 CEO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더 적극적이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김 회장 본인은 회장이자 대주주로서 각종 네트워크와 노하우 등에 기반한 지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이 '신구조화'를 통해 집중할 미래 성장 사업으로는 항공·우주, 모빌리티(운송수단), 그린수소 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사업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했고, 한화에너지는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프랑스 토탈과 미국에 신재생에너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신사업 발굴·투자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 회장의 두터운 미국 정·관계 인맥도 한화의 신사업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미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태양광, 수소 등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에 호재가 될 수 있어서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은 계열사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관여하기보다는 그룹 전반에 걸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사업 지원 등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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