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기어코 중단시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가 수반을 비롯한 집권여당 국회의원 일부가 과거 자신이 속했던 지하 이적(利敵)단체의 편향적 이념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심지어 이같은 행태는 '반미(反美)자주', '민족대단결'을 주장해 온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련의 불온 문건을 통해 확인된다. 펜앤드마이크가 이번 사태의 내막을 추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명서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지난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발언 속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김홍걸·윤미향·이규민·김남국·김용민·윤영찬 의원 등은 이날 "국방부는 방어적 성격의 연합지휘소 훈련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한미훈련은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고 극단적 외교·안보적 대립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미뤄야 한다는 것.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주장의 뿌리는 무려 3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경찰 치안본부에 따르면 이들 국회의원 중에서도 이규민 민주당 의원 등은, 동국대학교 재학 시절인 지난 1990년 초 '반미구국전선'이라는 이념단체에서 활동했었다.
'반미구국전선'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혁명노선인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National Liberation-People Democracy Revolution·NLPDR)' 노선을 추종해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송 '구국의 소리방송'을 듣고서 '구국의 광장'이라는 이념성 불온문건을 만들어 배포했다.
'반미구국전선'이 추종했다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 노선(NL-PDR)'은 北 조선노동당 규약에서 드러난다.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 민주주의 혁명 과업을 수행하는 데에 있으며 그 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 실현한다"는 게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이다. 일명 '남한의 주한미군 철수'라는 국면을 만들겠다는 것.
당시 학생 신분으로 '반미구국전선'을 조직해 '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문건 제작 및 배포'라는 국가보안법상 혐의를 받은 이규민 의원 등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지만 특별 복권돼 지난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렇다면 그가 속했다는 '반미구국전선'이 왜 지금에서야 조명되는 것일까.
기자는 지난해 중순, 문화계와 법조계 등을 통해 이 의원이 속했다던 '반미구국전선'의 불온 문건 일부를 입수했었다. 그 찢어진 일부 조각을 복원했는데, 31년 전 그 문건에는 ▲주한미군 철수 ▲반미 자주화 ▲자주·민주·통일 ▲민족대단결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선전성 구호와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정부 하반기, 31년 전 '반미(反美) 정서'를 가졌던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됨에 따라 적나라하게 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게 이번 사건의 관건이다. 다음은 문제의 불온 문건인 '구국의 광장' 일부 내용.
#1. "대화와 전쟁 훈련은 양립할 수 없다!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하느냐, 아니면 계속 하느냐 하는 것은, 대화와 평화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한 태평양지역 미군 사령관의 주장은, 이북과 같은 사회주의 나라들을 겨냥한 핵시험전쟁이다."
#2. "위험천만한 팀스피리트 훈련은 지양돼야 한다. 팀스피리트훈련은 훈련규모와 내용, 그 양상만 봐도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훈련이 아니라 이북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예비전쟁, 핵전쟁 훈련이란 걸 잘 알 수 있다. 반미자주화에 통일이 있다!"
#3.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 - 우리는 이러한 염원에서, 최소한 올해에는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을 하지 않을 데에 대한 태도라는 것을 명백히 표해야 한다. 또한 조국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을 통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이 최선의 방도다. 현재 제국주의 침략세력이 남조선에 남아 있는 한 외세 대결정책의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4.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 - 남조선의 용감한 청년학생들은 가혹한 파쇼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양키는 제집으로!", "남북은 통일로!", "가자! 한라에서, 오라! 백두에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힘차게 싸웠다. 남조선의 조국통일 투쟁은 조국통일 3대원칙에 기초해 연방제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으로 발전했다."
#5. "한반도의 첨예한 군사대치 상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이북과의 회담을 통해 평화와 통일의 기본장애요인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실현해야 한다."
#6.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자! 주한미군은 우리민족이 겪고 있는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 주한미군은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고 한국을 강점한 침략자! 주한미군은 친미군부독재집단을 사주해 자주·민주·통일을 갈구하는 우리 국민을 총칼로 무참히 살육하고 있는 민주민권의 교살자!"
#7. "미군 철수는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의 전제! 미국은 한반도에 조성된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를 촉진시키는 데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최근 각지에서 미군철수 요구가 더욱 강렬해지고 있는데도 미국 당국자들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있을 수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는 저들의 침략적인 속성을 드러낸 것이다."
#8. "민족의 자주권은 독립국의 제일 생명으로, 민족 자결권과 존엄은 자주정권에 의해서만 보장된다. 거족적 반미운동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와 식민지 통치를 청산해야 한다. 민족의 자주권을 짓밟는 양키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들모 반미-반정부투쟁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9. "자주사상의 기치를 높이들고 반미반파쇼 구국투쟁의 새 전기를 마련하자! 우리 민중의 반미자주화 투쟁은 어떤 총칼로서도 정복할 수 없는 운동의 주류를 이루게 되고 미국의 한국강점과 식민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투쟁으로 더욱 심화 발전됐다."
#.10 "미군은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라 식민지 강점군이고, 평화의 교란자이며, 민족 자주권을 무참히 유린하고 우리 민중에게 온갖 불행과 고통을 강요한 철천지 원수다. 반미자주화는 민족해방의 기치이고 변혁운동의 기본 목표다. 반미자주화의 실현에 자주독립이 있고, 통일과 민주의 첩경이 있다."
#11. "군작전지휘권 이양과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미국 지배층의 작태를 규탄한다! 양키침략군의 즉시철수와 군작전지휘권의 반환을 요구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침략군이 한국의 강점, 국군이 양치침략군들에게 군작전지휘권을 빼앗김으로써 범죄적인 침략전쟁의 제물로, 용병으로 이용당하는 민족적 모욕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12. "조국통일 차단하는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라!"
28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김용민·김홍걸·신정훈·윤영덕·이동주·이수진·조오섭 등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4605)'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5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촉구 성명서'에는 이들을 포함해 강훈식·김성주·김성환·김승남·김승원·김원이·민형배·박완주·서동용·소병훈·안민석·위성곤·유정주·윤미향·윤영찬·이수진(비례)·이용빈·이용선·이장섭·이학영·이해식·임호선·정춘숙·진성준·최강욱·황운하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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