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원내대표도 야당몫 자리에 전임자가 추천한 사람 찍어내
주호영의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쫓아내기...도 넘는 '자기 사람' 챙기기
주호영 후임자가 또 자기 사람 앉히고 싶어하면?...관장 임기 계속 짧아질 수밖에
공직을 '해먹는 자리'로 생각하는 건 文정권이나 주호영이나 마찬가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조금 더 남은 상태에서 청와대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새로 뽑아야 하는 공공기관 과 공기업 자리들을 놓고 청와대, 민주당 출신들이 치열하게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이 무색하게 되었다. 공공기관장은 연봉 1억에서 4억 원까지 받고, 여기에다 업무추진비 등을 합치면 그 액수는 두 배로 많아진다고 한다.

이런 일은 정부 여당의 주변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월 3일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을 교체하기 위해 국회의장을 만났다. 국회도서관장직은 ‘제1야당의 몫’이며,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당대표와 상의해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국회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법적으로 임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관례상 2년이 보장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1년 3개월 정도 복무한 현재 관장을 내보내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퇴임 전에 새로운 관장을 추천하려고 한다. 그렇게 할 경우 현재 관장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 다음 ‘국민의 힘’ 원내대표가 또 자신의 사람을 임명하고 싶어 하면 관장의 임기는 계속 짧아질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세계의 지식정보를 수집하여 국회와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인류의 지적 문화유산을 보존하여 후세에 계승하는 기관이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국정 현안 및 입법정보의 총괄적 수집자·관리자·제공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뿐 아니라 3억 만 면이 넘는 방대한 원문 자료를 국회 전자도서관을 통하여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정보격차 해소에도 노력하고 있다.

정보기술 및 언택트 코로나19 시대에 국회도서관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 과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가는 국회도서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관장의 업무 파악 역량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것은 도서관 업무 경험에서 나온다. 국회도서관의 업무를 파악하고, 기술정보와 코로나 시대에 국회도서관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관장을 1년 3개월 정도의 짧은 시기에 교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공익을 침해하는 일이다.

정부기관의 장을 추천하거나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기관장이 그 기관에 부여된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자기 사람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모양이다.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면 정부나 유관기관의 기관장이 정권이나 원내대표의 교체에 따라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다. 기관장이 기관의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면, 오래 재임하면 할수록 그 기관은 발전한다. 국회도서관과 같은 전문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미국의회도서관은 그렇게 한다. 미국의회도서관의 관장은 국회의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의회도서관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의회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관장을 임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22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회도서관의 관장 자리를 거쳐 간 사람이 14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헐버트 퍼트남은 미국의회도서관장으로 40년을 봉직했다. 현재 관장인 캐리스 하이든은 2016년부터 재직 중이다. 막중한 과제를 지닌 의회도서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 아래, 국회도서관 관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를 정하지 않은 것이다. 겨우 7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국회도서관의 현재 관장은 22대다. 그래도 임기가 평균 3년은 된다.

이제 우리는 국가 기관장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언제나 기관장은 ‘낙하산’과 붙어 다녔다. 기관장은 정치인들의 보은의 자리거나 ‘내 사람’ 심는 자리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수시로 기관장이 교체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국가의 기관장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누어 먹기 좋은 빵’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힘으로 기관장이 된 사람은 국가가 아니라 임명권자에게 충성한다. 이렇게 되면 그 기관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이익단체가 된다. 공공기관은 권력에 의해 권력을 위해 존재하게 된다. 공공기관이 사유화되면 국가는 쇠망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다.

수시로 바뀌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업무를 파악하고 수행할 수 있겠는가. 기관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 임명되었다면, 임기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계속 머물면서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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