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 교수, ‘공공의료라는 파랑새(부제: 의료사회주의 비판)’ 출간

얼마 전 일간신문 1면에 처참한 손 사진이 실렸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덮친 대구에서 환자를 간호하느라 사투를 벌였던 간호사의 손이었다. 피부는 물에 불은 듯 쪼글쪼글했고, 피부는 허물처럼 겹겹이 다 벗겨졌다. 붉게 팬 손금은 칼에 벤 상처럼 보였다. 이 간호사는 약을 바르고 싶어도 환자를 간호하려면 계속 소독하고 장갑을 껴야 해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당시 대구시의사협회 이성구 회장은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라고 동료 의사들을 향해 호소했다. 그의 읍소에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의사들이 화답했다. 의사들은 일을 마친 후 선별진료소로, 격리병동으로 달려갔다. 지역 거점 병원이었던 대구의료원이 환자로 포화상태가 되자 민간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이 자청해 병원 전체를 내놨다.

의사협회는 감염원 차단을 위해 중국발 입국을 막아달라고 7차례나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 정부는 끝까지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의료진이 ‘피와 땀과 눈물’로 코로나19를 필사적으로 막아내자 정부는 ‘K방역’의 성과라며 공을 가로챘다. 심지어 의대정원 증원과 국립 공공의대 설립계획을 갑작스럽게 발표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의 뒤통수를 쳤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민간병원과 달리 공공병원이 진가를 발휘했다” “민간병원은 병상을 내주지 않았으므로, 감염병 대처를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어용학자들은 여론몰이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을 한 술 더 떠, 대구지역의 코로나19 극복은 간호사 덕분이라며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공공의료라는 파랑새’는 문재인 정권의 파렴치한 의료사회주의 시도에 대한 분노로부터 시작됐다.

저자 이은혜 교수(순천향의대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정부와 어용학자들이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의료’를 악의적으로 혼용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공공병원, 민간병원 할 것 없이 모든 의료기관이 경제력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공공의료 국가’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의료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권은 고의적으로 공공병원은 ‘선’이고, 민간병원은 돈만 밝히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국민을 선동한다. 공공병원만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다. 거짓이 판치는 나라에서 양심있는 전문가의 진실을 향한 외침은 생명수와도 같다. 저자는 “의료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이미 공공의료 국가”라며 “공공의료와 반대되는 의미의 민간의료는 우리나라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설립 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상관없이 동일하게 건강보험의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또 다른 개념은 바로 ‘의료사회화’와 ‘의료사회주의’다. 지난 1977년 박정희 정부가 건강보험제도를 채택한 이래 우리나라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부담하면서도 국민 누구나 자신에 맞는 건강보험패키지에 가입해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의료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시장경제체제에서 사회적 연대를 위해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료사회화’라고 한다. 반면 ‘의료사회주의’는 무상의료를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정부가 의료 이용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배급하는 체제다. 의료사회주의 체제에서 민간병원은 공공화, 공유화된다. 의사는 당 간부나 최고지도자를 담당하는 상급의사와 일반 인민을 진료하는 하급의사로 이원화된다. 국민(인민)은 자신이 속한 계급에 따라 차별화된 진료를 받게된다. 결국 국민(인민)은 사회주의 좌파 정권에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잡힌다. 저자는 이러한 ‘의료사회주의’ 시스템은 ‘악마적’이라며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문케어’는 “무책임하고 실현불가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한다. 문케어를 계속해서 밀어붙일 경우 문재인 정권이 끝난 직후인 2024년에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적자로 전환된다. 그야말로 탈탈 털어먹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2023년까지만 공개하면서 국민들을 의도적으로 속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의료보장 범위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감언이설에 속아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목을 메는 공공병원과 공공의대 확충, 의사 정원 증대는 결국 ‘의료사회주의’로 향하는 급행열차라고 꼬집는다. “건강보험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공공병원 또는 공공의대를 따로 만드는 것은 결국 공공의료 개념을 곡해하는 것이고 지역 주민의 표를 의식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짓이다.” 저자는 “2018년 서남의대 폐교 사태를 겪으면서 의대를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깨달은 정부와 국회가 또다시 의대 증원과 공공의전원 설립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을 보면 뭔가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은 바로 현대판 음서제를 법제화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의료사회주의자들이 의료계를 장악할 확고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다룰 의대생을 ‘지자체장이 추천하고 시민단체가 포함된 위원회’가 선발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학생’을 뽑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대의 선발 기준에, 상식있는 시민이라면 경악을 금치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상식’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광야에서 외치는 진실된 외침이 더욱 절실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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