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오는 8일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시행하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 이를 아예 중단시키려는 온갖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의도가 결국 '주한미군 철수'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것.
이같은 행태가 문제가 되는 까닭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관(安保觀)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중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러자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집권여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여당의 고위급 인사들까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어 불안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지난달 중순부터 "한미연합훈련 중단 촉구"의 뜻을 밝혔다. 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한 특정 재야단체(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노총)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대규모 노동단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었다.
김홍걸·윤미향·이규민·김남국·김용민·윤영찬 의원 등도 이날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한미연합훈련을)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대체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는 무엇이길래, 노동계와 범여권이 이같은 목소리를 냈을까.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 등은 무려 31년 전인 지난 1990년대 초반, '반미구국전선'이라는 지하 이적(利敵)단체에 가담했었다. 경찰 치안본부에 따르면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는데, 특별 복권돼 지난해 국회에 입성했다. 함께 이름을 올린 윤미향 민주당 의원도 이같은 전력을 갖고 있는 이 의원과 연루돼 있다.
이규민 의원이 몸담았다가 적발된 '반미구국전선'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혁명노선인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National Liberation-People Democracy Revolution·NLPDR)' 노선을 추종했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을 청취해 만든 '구국의 광장'이라는 이념성 불온문건을 만들어냈다가 공안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놀랍게도, 지난해 중순 경 기자는 해당 문건의 해체된 일부 사본을 입수했었다. '구국이 광장' 문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반미(反美) 자주 ▲자주·민주·통일 ▲민족대단결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자극적인 선동문구와 내용이 여과없이 그대로 실렸다.
그중에는 "한국 노동계급이 자주적 권리와 존엄을 잃고 노예의 운명을 강요당하는 것은, 미국 제국주의 침략자들에 의해 철저히 종속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장의 종착점은 결국 '반미외세'라는 기치를 표방하는 북한의 '반미자주화' 기조와도 맞닿는다고 볼 수도 있다. 다음은 문제의 불온 문건인 '구국의 광장' 내용 일부다.
#1. 노동자해방의 참다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운동이 반미자주화를 중요과제로 제기하고 투쟁해야 할 필연성과 그 실현에서 제기되는 과제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노동운동이 반미자주화를 중요과제로 투쟁해야 하는 필연성은, 한국사회가 미국의 식민지라는 데 있다. 한국 노동자계급을 포함한 민중은 자주적 권리와 존엄을 잃고 노예의 운명을 강요당하고 있다. 미국 독점자본의 침투와 식민지 예속경제가 빚어낸 후과로 말미암아 무한한 착취를 받으며 생활고를 겪고 있다.
#2. 미국 침략자들에 의해 자주적 권리를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한국 노동운동은 걸음마다 탄압당했다. 지나온 역사는 미국 침략자들을 이땅에 그냥 두어두고 그의 식민지 통치를 존속시키고 있어 노동운동의 발전은 생각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철천지 원수는 미국 자본가놈들과 그들에게 꼬리를 흔들어대는 강아지 무리들이다!
#3. 미군 철수는 한반도평화와 평화통일의 전제다. 미국은 지난 6·25 전쟁에서의 교전책임자이며 휴전협정 체결의 실체적 당사자다. 미국이 이북과 회담을 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을 제거할 수 없고 긴장 상태를 완화할 수 없으며 조국통일의 평화적 여건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다. 주한미군의 영구주둔을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4. 우리 민중의 반미자주화 투쟁은 어떤 총칼로서도 정복할 수 없는 운동의 주류를 이루게 되고 미국의 한국강점과 식민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투쟁으로 더욱 심화 발전됐다.
#5. 사회변혁운동은 민중의 자주적 요구에 의해 일어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변혁적 의지와 창조적 힘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다. 민중은 사회적 운동을 일으키는 직접적 담당자인 동시에 사회적 운동을 떠밀어나가는 추진력이다. 노동운동도 사회적 운동 변혁 운동의 한 형태다.
#6. 미군철수 요구가 더욱 강렬해지고 있는데도 미국 당국자들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저들의 침략적인 속성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전쟁준비소동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에는 어느시기에 핵전쟁이 터질지도 모를 긴박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으며 그것은 조국통일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하고 있다.
#7. 식민지 파쇼세력과 애국적 민주세력과의 대결과 격돌이 격화되고 지속적으로 확대된 가열찬 투쟁의 한해였다. 투쟁을 끝까지 밀고나가는 것은 적들과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쥐고 구국투쟁을 확대해 나가며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투쟁원칙이다.
#8.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 - 두 개 조선 조작책동은 남조선 땅을 계속 침략적인 군사기지로, 공산주의 방파제로 이용하려는 미국, 일본, 남조선의 국제적 공모 결탁의 산물이다. 이게 허용되면 분열이 고착화되고, 남조선은 미국과 일본의 이중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국통일 문제는 통일노선과 반(反)통일 노선, 평화노선과 전쟁노선 사이의 대결이다.
#9. 우리 민중이 가야할 자주·민주·통일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민중의 요구를 외면하고 군부파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애국적 민주진영에 대한 새로운 탄압공세로 나아가고 있고 미국 침략세력은 이땅을 영원한 저들의 식민지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해 핵전쟁 준비와 두개의 한국 조작책동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
#10. 우리 민중은 시련의 언덕을 넘어 밝아올 투쟁의 새해 89년을 우리 민중의 염원을 반드시 실현하는 역사적인 해로, 반미반독재 통일구국투쟁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해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가열찬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11. 조성된 정국은 우리 민중으로 하여금 새해에도 주체의 기치르 계속 들고 높이 치켜들고 하나로 굳게 단결해서 반미반파쇼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여나갈 것을 촉구한다. 단결은 힘의 원천이며 구국위업 승리의 열쇠다. 조국통일 차단하는 국가보안법 전면 즉각 철폐하라!
한편, 지난달 25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촉구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범여권의 국회의원들은 강훈식·김남국·김성주·김성환·김승남·김승원·김용민·김원이·김홍걸·민형배·박완주·서동용·소병훈·신정훈·안민석·위성곤·유정주·윤미향·윤영덕·윤영찬·이규민·이동주·이수진·이수진(비례)·이용빈·이용선·이장섭·이학영·이해식·임호선·정춘숙·조오섭·진성준·최강욱·황운하 의원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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