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교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난장판이 점입가경이다. 매번 집값만 올려 놓은 소위 부동산대책이라는 것을 24번이나 내놓더니 이번에는 LH 직원들이 내부자정보로 땅사재기를 했다가 들통이 났다. 그런데 어쩐지 이건 빙산의 일각인 듯하다.

2018년 12월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해당 지역에 토지쪼개기 거래가 급증했다고 한다. 뒤지면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뭔가 아주 구린 냄새가 난다. 나는 이 사건이 어쩌다 우연히 터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 정치 세력의 속성 자체가 LH 사태 같은 것을 예고해 왔다는 확신이 든다.

현재 권력을 잡은 세력의 핵심은 소위 386 또는 586이라고 통칭되는 자들이다. 60년대생이면서 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다. 조국, 임종석, 박영선, 김의겸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 세대를 연구한 학자들은 이들이 전투적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났다고 한다(김정훈, 심나리, 김항기, 386세대 유감, 웅진지식미디어, 2019).

쉬운 말로 전우애로 똘똘 뭉친 세대인 셈이다. 당시 투쟁이 아니라 고시준비를 해서 판사와 검사가 된 자들도 빚진 마음에 마치 운동권이나 된 듯 전우가 되어 갔다. 

적과 치열한 전투를 함께 치른 전우들에게는 당연히 강력한 전우애가 생긴다. 386세력 특히 운동권도 전쟁과 다름 없는 과정을 거쳐 권력을 차지했다. 80년대의 소위 민주화 시위라는 것은 기득권 군부세력과의 전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낸 촛불시위 역시 전쟁과 다름없었다. 많은 폭력과 음모가 개입되었을 것이다. 그 주역들이 서로 끈끈한 동지애를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선악의 기준도 그러하다. 전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선이다. 386운동권 세력은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을 유지하는 것이 선이고 정의이다. 기존의 선악 기준은 적폐세력에게나 해당한다. 마르크스의 용어를 빌리지만 부르주아의 도덕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세력이 따를 이유가 없다. 박멸의 대상일 뿐이다.

부인과 딸까지 얽혀 지저분한 모습을 보인 조국의 경우가 생생한 사례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고 했던가. 그의 어처구니 없는 악행들은 과거 자신이 트위터로 박근혜 또는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들춰내며 공격했던 것들이다. 그 악행들을 자신과 가족이 모두 다 저질렀다.

그래놓고 자신의 악행을 찾아내 처벌하려는 측을 오히려 사악한 세력으로 몰아간다. 소위 대깨문이라 불리는 현 정권 지지세력은 한 술 더 뜬다. 윤석렬 검찰총장은 그래서 그들 눈에 사악한 자로 비쳐진다. 같은 행동이라도 적이 하면 죄악이지만 자기가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이 태도는 승리하지 못하면 죽어야 하는 군인의 심리상태다. 그들은 아직도 세상을 정복하고 평정해야 하는 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기들만 선하다는 그들의 집단의식은 돈 문제라고 예외가 아니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이철승교수는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국내 100대기업의 임원 총 9만3천명을 대상으로 세대별 임원직 체류 기간을 조사했다(이철승, 불평등의 세대, 문학과 지성사, 2019).

 놀랍게도 1960년대생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더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임원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발견했다. 1940년대생 50년대생의 경우 50대에 전체 임원수의 60%에 이르지만 그 비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1960년대생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전체 임원의 70%에 달하게 되는데 연구의 끝 시점인 2017년 현재 비슷한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기업 안에서도 386세대는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서로 동지애로 밀어주고 끌어준 덕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의 그런 행동 때문에 다음 세대들이 피해를 보고 있음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 자들이 국가 권력을 잡았다. 적인 적폐세력을 제압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제 공무원 세력 전체가 자기들의 손 발이 되었다.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고 했든가. 그들은 눈치가 귀신 같다. 집권 세력이 속성이 무엇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영악하게 행동한다. 그런 자들만 성공하고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땅을 사려고 영농경력 11년이라고 신고한 문재인, 서로 품앗이 삼아 자식 인턴 경력증명서를 해주던 조국 등을 보면서 공무원들은 웬만한 부정은 괜찮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LH 사태는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다. 반대자를 우습게 여기고 수사기관까지 무력화시키는 집권 세력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공무원들은 원래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었다. 나으리 아니었던가. 착복과 횡령, 뇌물 수수는 일상사였다. 그런 공무원들이 변하게 된 두번의 계기가 있었다. 처음은 박정희 대통령의 ‘서정 쇄신’이었다. 박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공과 사의 구분을 끊어 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 뒤로 공무원들이 부패는 많이 줄었다. 뇌물과 촌지 안 받는 공무원을 찾아보기 어렵던 지경에서 그래도 제법 사정이 나아졌다.

두번째 계기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였다. 그 때 처음으로 공무원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이뤄졌고, 국민을 고객으로 대하라는 압력이 가해졌다. 삼성의 임원이 공무원을 교육하게까지 되었다. 그러면서 동사무소와 구청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구청 민원실을 마치 은행의 객장처럼 바꿔 놓은 곳들도 많아졌다. 시장 구청장 등을 직접 투표로 뽑는 제도도 분위기 쇄신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에 군림하던 시설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다시 공무원들이 군림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노란 유니폼을 입고 코로나 감염 브리핑을 하는 공무원들의 얼굴은 기세가 등등해 보인다. 국민을 무서워하기는 커녕 명령하고 찍어 누르고 쥐고 흔든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런 자들이 손에 엄청난 이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뭐든지 ‘공공’자가 들어가다 보니 공무원과 공기업이 주인처럼 되어 버렸다. 신도시 사업은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이 마치 자기 땅을 선심 쓰며 나눠주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국민은 그저 그 떡고물을 받아먹는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듯하다.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자들이다. 그들은 마땅히 납세자와 국민을 왕처럼 받들어야 한다. 그런 공무원들이 우리 국민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내부 정보로 땅사재기를 하다가 들통이 났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공무원은 모두 무릎을 꿇려야 한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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