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2일 고위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며 조직의 개혁을 넘어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자 동요하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A(5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A씨가 이번 투기 사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왔다.

이와 관련 LH는 "A씨와 관련한 투기 정황은 확인된 게 없다. 다만, 이번 투기 의혹에 전북본부 직원들이 다수 연루된 것에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A씨가 전날 정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LH 투기 의심자 20명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투기 의혹 수사대상자도 아니라고 밝혔다.

LH 차장급 직원은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분인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부고를 접해 안타깝다"면서 "회사 전체가 투기 의혹으로 지탄을 받는 가운데 이런 부고까지 전해지니 당혹스러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LH는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조직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다.

LH 한 직원은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사실 투기 의혹이 있는 직원은 극히 소수인데, 조직 전체가 투기 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까지 죄인 취급을 받아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직원도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은 고치고 개혁할 것은 개혁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며 "차라리 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매듭을 지은 뒤 조직이 빨리 정상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창흠 전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맞아 조직을 추스를 동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이날 LH 사장 후보자에 대해 LH 임원추천위원회에 재추천을 요구하겠다고 밝혀 사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H 차장급 직원은 "하루빨리 리더십 공백이 메워져 이번 사태를 책임 있게 수습해야 할 텐데, 사장 임명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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