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피해자 요구에 영업기밀이라던 고용부, 입장 '급선회'…
"한국서 공장 설립 꺼릴 수밖에"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의 작업환경을 측정한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세계 정상급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의 기술 노하우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의 5일 보도에 따르면 고용부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사용되는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공정의 핵심 기술을 유추할 수 있는 화학제품명이 포함돼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을 활용하는데 어떤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지는 각사의 노하우다.

업계에서는 고용부가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의 중요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하면 중국 및 일본 업체들이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영업기밀이 국민 누구든 알 수 있는 공공 정보가 돼 버렸다“며 "한국에서 공장을 설립하는 일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무하다 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산업재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용부로부터 해당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산재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전 삼성 직원 및 가족들과 연대한 시민단체가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2심 재판을 맡았던 대전 고등법원이 보고서 공개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고용부도 입장을 바꿨다.

게다가 고용부의 정보공개 담당 국장에 시민단체를 대변해 삼성과의 소송을 이끌었던 박용만 변호사가 지난 2월 임명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종합편성채널 PD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기업의 영업 기밀이 담긴 보고서를 이해당사자도 아닌 언론에 유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2일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산재 문제라면 해당 피해자에게 보고서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기술 유출을 최대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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