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발표 기자회견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외 다수의 외지인이 '농지 투기'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투기 목적의 농지(전·답)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 30여 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사례에는 지난 2일 참여연대·민변의 첫 폭로 당시 언급된 인물들을 비롯해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외지인이나 농업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대출을 받은 경우가 포함됐다.

참여연대·민변은 우선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서울·경남·충남 등으로 시흥과 거리가 먼 9건을 투기 의심 사례로 꼽았다.

서울 송파구·서초구·동대문구에 사는 3명이 1개 필지를 공동 소유하거나, 충남 서산·서울 강남구에 사는 2명이 땅을 나눠 가진 경우도 발견됐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사람도 7명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농지법상 농지 소유의 요건인 '자기 농업경영'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참여연대·민변의 설명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광명·시흥·부천 등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도 많은데, 과거에는 해당 농지 인근에 살지 않으면 매입이 불가능해 위장전입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주소만 광명·시흥 등으로 바꾼 위장전입이 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경우는 18건이었다. 참여연대·민변은 "대규모 대출로 농지를 매입했다면 농업 경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를 3%로만 계산해도 월 80만원가량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경우가 확인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참여연대·민변은 현장 조사를 통해 농지를 매입해놓고 농업과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도 4건 찾아냈다.

면적이 891㎡인 한 농지(답)는 철재를 취급하는 고물상으로 활용됐는데 소유자는 경기 광명시와 경북 울릉군에 각각 거주하는 2명이었다. 2천876㎡짜리 농지(전) 1곳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펜스를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장기간 땅을 방치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는 서류상 주인만 바뀌었다.

김 변호사는 "현장에 가보면 농사를 안 짓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며 "농지 보전 행정을 해야 할 광명시·시흥시가 전혀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림동 농지를 소유한 사람 중에는 외국인이나 사회 초년생도 있었다. 공동 소유주에 외국인이 포함된 사례가 2건으로, 각각 중국인 1명과 캐나다인 1명이었다.

90년대 출생한 사람은 최소 3명으로 파악됐다. 단체들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금액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 등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추후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제보자 중 많은 사람이 이 지역에서 30∼40년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었다"며 "어느 날 외지인이 들어와 농지 가격을 올리고 폐기물을 쌓아두는데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농민들의 분노를 정확히 파악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민변은 "과림동 1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된 전답 131건만 분석해도 3분의 1가량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기 영농 목적이 아닌 토지 매매가 공직자의 친인척인지, 공직자가 차명으로 투기한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업농과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법인만 농지 소유·임대차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농지 전용 억제와 투기 방지, 전업농 육성을 위한 농지 관련 세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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