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서욱 국방부 장관(맨 오른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맨 왼쪽)과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3.18(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서욱 국방부 장관(맨 오른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맨 왼쪽)과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3.18(사진=연합뉴스)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미일 공동보도 성명, 국무부, 2021.03.16)."

◆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해결하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2021년 대한민국 공동성명 - 미국 외교·국방장관회의 "2+2", 국무부, 2021.03.18)."

지난 16일과 18일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미국과 한국·일본 공동성명문으로, 미국의 두 동맹과의 공동성명문의 미묘한 차이는 바로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다.

'북한 비핵화' 용어는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대한민국과의 성명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과의 성명에 담겼다는 게 관건이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 불과 300여 일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북한 정세와 한미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길'에 1953년생 소나무를 심었다.2018.04.27(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길'에 1953년생 소나무를 심었다.2018.04.27(사진=연합뉴스)

#1. '북한 비핵화', 일본 성명엔 있지만 한국 성명엔 빠져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외정책에서의 주도권은 완전히 궤도이탈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의 대북 정세 인식과 미국의 대북 정세 인식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애매모호한 눈치보기' 행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한미연합훈련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제시했었다.

곧장 북한은 "전쟁 연습 중단"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여당 국회의원 35인도 지난달 25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현 정부의 대북관(對北觀)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윤게이트 앞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ㆍ주한미군주둔비 폐지 평화의 1만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2021.03.05(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윤게이트 앞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ㆍ주한미군주둔비 폐지 평화의 1만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2021.03.05(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의 요구와는 달리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 미국은 일본과의 공동성명문에서 '북한 비핵화'를 거론했고, 대한민국과의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주요 위협으로 명시했다. 현 정부와의 인식과 전혀 다른 성명문이 나오면서, '갈팡질팡' 상태임이 읽혀진다.

북한의 대남 무력시위 강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北 김정은은 올해 초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핵(核) 무력 증강" 노선을 견고히 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남 적대화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향후 대남 무력 도발이 발생하더라도, 현 집권여당은 아군의 피해 등에 대한 신속한 경고 및 즉각 대응 조치를 머뭇거릴 공산이 있음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 천명, 북한의 요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현 집권여당의 모습이 이번 동맹간 성명문 차이로 나타나는 바이다.

그 특이점이 바로 공동 성명상에서의 '북한 비핵화' 명시 여부다.

북한의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평양시군중대회(사진=연합뉴스)
북한의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평양시군중대회(사진=연합뉴스)

#2. '한반도 비핵화'는 北 김일성 논리…언어도단(言語道斷)"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와 완전히 다른 뜻을 갖는다. 북한이 강조한 '한반도 비핵화(조선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통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윤미향·윤영찬·이규민 의원 등 35인이 주장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의 연장선이다.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던 전성훈 국민대학교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 北 김일성이 있었을 당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론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반미자주화(反美)'라고 불리는 '자주·민주·통일'이라는 북한의 3대 기조(민족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와 맞닿는다. 핵을 갖고 있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나가면, 그때서야 핵 협상을 해보겠다는게 북한의 의도라는 것. 결국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같은 북한의 의도는 무려 70년간,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확인된다.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 실현하는 데 있다"는 게 바로 그 규약의 정수(精髓)다.

현 정세가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사진=연합뉴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사진=연합뉴스)

#3. "북한 식 '한반도 비핵화'? 탁상공론…수십 년 전 논리" 

현 정부의 대북 정세 인식은, 정권 주변에서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문정인 現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통해 확인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었던 문 이사장은 지난 16일 언론에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논쟁은 소모적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외교부 수장인 정의용 외교부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현 정세에 대한 판단을 물어보는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향해 "지금의 한반도, 얼마나 평화로우냐"고 반문했다. 이어 '비핵화'에 대한 일부 의견을 거론하기도 했다. 공통점은 '한반도 비핵화'로 향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의 맹점은, 북한의 핵개발 시점과 상관 없다는 게 문제다. 실례로, 북한이 말한 '비핵화 선언'의 시점 상에서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 조선반도 비핵화-주한민군 철수론이 전격 등장하는 시점과 지금에서의 정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럼에도 과거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핵개발 과정을 다뤘던, 대북 정보전 최일선에서 싸웠던 인사들은 어떻게 봤을까.

북한판 에이테킴스(전술지대지미사일) 발사 장면.(사진= 北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판 에이테킴스(전술지대지미사일) 발사 장면.(사진= 北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국가정보원(국정원) 북한조사실 단장 등을 역임한 송봉선 前 양지회장은 앞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 들어 친북(親北) 행태가 하나의 유행처럼 됐는데, 핵심은 김씨 일가가 핵(核) 무력만을 생존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생존수단인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의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와도 맞닿는다는 문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우문(愚問)'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정원에서 30여년 간 있었던 곽길섭 前 대북정보실장 역시 기자에게 "北 김일성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 일명 주한미군 철수론은 미국의 핵에 대응한다는 논리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숫자가 '0'에 수렴했던 수십 년 상황과 100여 기가량으로 추정되는 지금, 과거 인식에 머무르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현 여권에 흐르는 대남 유화책 기조로는 동북아시아의 동맹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미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남은 1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 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과연 문재인 정부는 남은 1년 동안 미국의 의도와 달리 대북 유화 기조를 펼칠만한 여력이 있을까.

4·7 재보선 투표 동향 조사 결과.2021.03.19(사진=연합뉴스)
4·7 재보선 투표 동향 조사 결과.2021.03.19(사진=연합뉴스)

#4. 민심 절반 "與, 그만하라"

국민 절반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등 현 집권여당 견제를 위해서라도 당장 오는 4·7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천5명을 대상으로 재보선 투표 동향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는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에 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답변은 불과 36%로 나타났고, 나머지 14%는 의견을 유보한 것으로 집계됐다(전화조사원 인터뷰,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6.15(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6.15(사진=연합뉴스)

#5. 文의 '평화체제' 구현할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국회 계류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평화체제' 구축에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증강 노선 천명은, 평화 구축 회담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타결되면 다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평화체제'란 지난 70년간 구축된 정전협정 체제를 허물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이는 김경협·이낙연 의원과 황희 現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174명이 발의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의안번호 2100461)'과 일맥상통한다.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은 21일 기준으로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174명의 명단.

더불어민주당 168명

김경협·조오섭·전혜숙·김용민·노웅래·한준호·기동민·김원이·윤후덕·강병원·이용선·이개호·남인순·진성준·김승남·강선우·신동근·이성만·민형배·윤재갑·이수진(비)·신정훈·문정복·김주영·김민철·김민석·고영인·이용우·강준현·박찬대·안규백·최종윤·임종성·홍익표·이형석·허영·송재호·김회재·오영환·전용기·서삼석·김남국·전재수·김정호·정성호·서영석·박홍근·문진석·한정애·권인숙·박정·권칠승·홍정민·이규민·도종환·이용빈·정일영·맹성규·안민석·황운하·정태호·이장섭·민홍철·우원식·윤미향·이수진·윤호중·소병훈·김윤덕·박상혁·송영길·황희·천준호·이해식·김승원·송옥주·박성준·홍성국·신현영·박재호·오영훈·유기홍·김병기·박완주·이낙연·김성주·어기구·김한정·유동수·설훈·이인영·장경태·김두관·조승래·전해철·민병덕·고용진·이원욱·진선미·홍영표·안호영·이동주·윤영찬·윤건영·한병도·임오경·이상직·윤영덕·위성곤·서영교·소병철·양이원영·김병욱·백혜련·김철민·김민기·주철현·정필모·이재정·이소영·박용진·허종식·우상호·김영호·김병주·이학영·박주민·신영대·김성환·김경만·김종민·윤준병·이원택·홍기원·송기헌·고민정·오기형·김영배·양향자·박영순·임호선·양기대·양경숙·이병훈·이정문·박범계·인재근·이상민·강득구·박광온·최기상·최혜영·이광재·송갑석·장철민·서동용·최인호·정청래·정정순·정춘숙·김교흥·김수흥·변재일·윤관석·유정주·이상헌·김영주·김상희 의원.

열린민주당 2명
최강욱·김진애 의원.

정의당 2명
이은주·배진교 의원.

무소속 2명
김홍걸·양정숙 의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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