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쓰레기 대란’...환경부 장·차관 ‘무지부동’-공무원 ‘복지부동’의 산물

 

작년 7월부터 대비할 수 있었던 재활용 쓰레기 대란(大亂)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은 전문성이 결여된 환경부 장·차관의 ‘무지부동(無知不動)’과 책임자의 무능을 악용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의 결과라고 환경문제 전문가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가 지적했다.

박 교수는 5일 정규재TV에 출연해 “작년 7월 중국이 폐플라스틱, 폐지 등 24종의 재사용·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예고됐던 이번 대란은 공무 수행을 해본 경험이 없는 시민단체 출신들을 환경부 장·차관에 앉히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 공무원들도 일을 제대로 하려고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보고도 올리고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을 했지만 장·차관이 제대로 몰라 ‘무지부동’을 하니까 자신들도 복지부동을 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대개 정치권에서 부처에 인사를 하면 장관이나 차관 중 한 사람만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는 장관과 차관이 모두 시민단체 출신으로 앉혔다”며 “이런 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김은경 장관은 1991년 소위 환경운동가로 데뷔했던 인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노원구의회  구의원, 서울시의회 시의원 등을 지냈다. 또 안병옥 차관은 1980년부터 환경운동을 하며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박 교수는 “성실한 국민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에 위임하고 정부는 이 일을 제대로 하면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이번 쓰레기 대란은 정부실패”라고 비판하며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재활용 비용을 포함시키는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과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들과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부터 최종 처리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쓰레기 처리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캠페인 차원의 호소로는 한계가 있고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가격을 가지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을 시장에서 확보해 처리할 수 있는 규제와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용한 석유화학 제품을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목적으로 수거하던 국내 업체들이 비닐과 페트병, 스티로폼 등을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고 최근에는 폐지까지 수거를 거부하면서 국민들의 쓰레기 처리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작년 7월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5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이 24종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올해부터 수입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번 달에 들어서야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환경부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해라는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정책을 내놓았다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 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1일 국민들에게 비닐과 페트병, 스티로폼 등이 재활용 대상이 아니며 이제부터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릴 것으로 일방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환경부가 제시한 대책인 재활용품 처리에 종량제 봉투를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관련 법규도 확인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대책이라고 내놓은 환경부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사용한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해 새로운 화학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을 해왔다. 중국은 자국의 환경오염 등을 명분으로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거부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며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압박을 가하자 나름의 대응책으로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폐플라스틱 등을 수입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던 중국이 플라스틱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에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수입을 거부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원유 등의 화석연료가 저렴해지고 있고 폐플라스틱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등의 환경 문제를 야기하면서 중국 내부에서 폐플라스틱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한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수입을 중단하자 당장 국내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들도 판로가 사라지면서 수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사지 않으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여러 나라가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들이 사용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거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저유가로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재활용 석유화학 제품 시장이 위축됐을 때도 국내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비닐과 페트병, 스티로폼 등에 대한 수거를 하지 않았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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