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택시장이 더는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과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집값이 전 세계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제하의 글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WSJ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집값이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거의 5%에 이르는 작년 연간 상승률은 지난 20년간 최대폭이다.

WSJ은 수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각국 정부의 재정부양과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등 생활상의 변화가 신식의 크고 넓은 주택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코로나19 경기 회복을 위해 초저금리 유지를 원하지만 국민들이 향후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는 집을 사기 위해 과도한 부채를 떠안는 것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카스텐 빌토프트 덴마크 중앙은행 부총재는 "연 5∼10%의 집값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낮은 자금조달 비용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덴마크는 주택담보대출이 '마이너스 금리'여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오히려 이익이긴 하다.

중국 금융당국은 잠재적 거품 우려를 키우고 있는 주택시장에 규제 노력을 기울였으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중국 선전의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16%에 이르렀다.

뉴질랜드도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주택 중위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23% 급등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 집값도 최근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대출 처리 기간이 최대 한 달 이상이 걸릴 정도로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상태다.

지난달 캐나다 집값이 17%(연율) 급등하자 티프 맥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자국 주택시장이 "과잉 상태의 초기 신호를 보여준다"고 염려했다. 

유럽은 경제 전망이 여타 주요 선진국들보다 좋지 않음에도 각국 정부의 급여 보조와 대출 상환 유예 조치, 평균 1.35%에 불과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주택시장 붕괴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기자보다는 실수요자가 많으며 선불 비중이 높아졌다. 당시보다 채무자들의 신용등급도 더욱 양호하다. 

WSJ은 과열된 시장이 금리 상승과 수요 완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없이 자연스럽게 식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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