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있었던 박영선 오세훈 후보의  첫  TV토론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있었던 박영선 오세훈 후보의 첫 TV토론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월24일 문재인 대통령 생일날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입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려 큰 논란을 일으켰다.

우상호 의원과의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에 대한 구애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야당 등으로 부터 “21세기 대명천지에 용비어천가를 부르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라졌다. 현재 배포중인 박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문 대통령 관련 내용은 없다. 문 대통령 사진을 작게 쓴 페이지에서도 박 후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활동만 소개했고, 문 대통령보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더 크게 실었다.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공보물에 문 대통령 사진을 아예 쓰지 않았다. “가덕도 신공항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제대로 추진하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박 후보는 29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의 TV토론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선을 그었다.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더 잘해서 많은 분들의 가슴 속에 부동산 때문에 응어리진 것을 다 풀어드리겠다”고 했다.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이 앞다퉈 “문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표를 달라” 등의 메시지가 1년만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란 언급 자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당 지도부의 지원 유세에서도 ‘문재인’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만 언급됐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종민 최고위원 조차 29일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랐다가 손해 봤다고 느끼는 국민들, 상대적 박탈감을 겪게 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을 연결시키는, 역 마케팅을 하고 있다. "박영선을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박찍문)"는 구호가 대표적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8일 논평에서 "4월7일, '박영선'을 찍으면, '박영선'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박영선'을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국민은 '문재인 보유국'에서 '문재인 보유세' 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박 후보의 당선을 가정해 "문 정권의 질곡(桎梏·형벌용 수갑)속에서 서울시민들은 더 시달릴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양상은 일주일 후 4·7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야당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파르게 진행될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관련, 여의도의 한 정치평론가는 “4·7 보궐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당의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탈문재인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지난 4년간 레임덕이 없다가 한꺼번에 진행될 것인 만큼 문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속도가 역대 정권에 비해 훨씬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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