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문(親文)과 친노(親盧) 적장자로 유시민 씨 만한 사람이 없죠. 오죽하면 그래서 대선 역할론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의 과거 발언들은 그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지난 4·7 재보선 직후, 필자가 청와대 출신 정치권 핵심 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관건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내년 대선에서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것으로 향한다. 이에 따르면 과거 그의 각종 망언(妄言)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상당한 공분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도 예상되는 바이다.
유 이사장의 심상치 않은 최근 발언이 그의 존재를 재조명하는 단초로 작용했다. 그는 이번 재보선 전인 지난달 31일 서적업체 유튜브에 나와 '신념을 무조건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환갑 지날 때까지 (그 생각을)갖고 가면 일관성이 아니라 벽창호"라고 말했다.
현재 집권여당의 정치적 지형도에 따르면 그의 발언은 정계복귀설로도 연결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계층은 문재인 대통령과 생사를 함께한다는 일명 친문(親文) 세력이다. 대표적으로 조국 前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다.
그러던 중 이번 4·7 재보선에서 패배하면서 당 지도부가 사퇴했다. 친문 세력이 비대위로 구성됐지만, 초선 의원들은 조 前 장관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김경수 지사는 이미 지난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신세다. 일명 친문 세력이 한 방 맞은 격이다.
게다가 집권여당에서 대권을 준비하는 인사들의 부진도 한몫한다. 이번 재보선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민주당 소속 故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검찰을 상대로 무리하게 인사 전횡을 저지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겹친 탓이기도 하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밀려 약진은커녕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로부터 동떨어지진 상황에 처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날을 세우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친문 세력의 원조 격인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으로 향한다. 그 결과 친노와 친문 세력의 교집합격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거론되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갖고 있는 지역 특성도 민주당의 '동진 전략'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전체 180여 석의 민주당은, 서울·경기·호남을 제외한 영남 표심은 손에 꼽는다. 유 이사장은 경주 출신으로, 지역색을 강조하는 이른바 '영남표심 갈라치기'라는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그가 친문 혹은 친노 적자라는 이유로 정계 복귀를 하게 될 경우 상당한 공분이 예상된다. 과거 그가 던진 각종 망언 때문이다.
그는 2013년과 2018년 정계은퇴를 두 번씩이나 선언하면서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내 인생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는 그랬지만, 앞서 재보선 직전 "생각이 일관되면 벽창호"라는 유튜브에서의 발언을 통해 언제든지 또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60대가 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라던 그의 망언도 한 몫한다. 그런 그가 62세(1959년생)가 됐는데, 이제와서 "환갑 지날때까지 하나의 생각에 갇혀 있으면 벽창호"라고 말했다. 언제든지 상황과 명분에 따라 말을 바꾸고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일종의 '선언'이자 '변명'인 셈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현재 야권 진영에 대해 무자비한 적대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면서 상대 정당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했고, 이번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야당을 지지했던 20대와 30대를 겨냥해 "취업은 각자의 책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말을 바꾸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계 복귀를 할 경우,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한편, 민주당의 당권을 노리고 있는 친문 계열의 홍영표 의원은 지난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저는 유 이사장을 자주는 아지만 가끔 만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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