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를 강타한 반도체 수급 대란이 컴퓨터·전자업계 등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컴퓨터와 전자제품 제조업체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요 예측 실패 때문에 벌어진 시장의 혼란이 연쇄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 HP는 반도체 품귀 현상 탓에 교육용 컴퓨터 수요를 맞출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이 부족한 학군에 저렴하게 교육용 컴퓨터를 공급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 HP가 밝힌 애로사항이었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서 시작한 시장의 혼란은 전체 반도체 가격을 자극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부품 거래업체인 소스엔진에 따르면 예전에 1달러(한화 약 1천116원)에 거래됐던 특정 반도체의 가격이 32달러(약 3만5천700원)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3센트(약 33원)에 거래되던 콘덴서가 시장에서 사라져 20달러(약 2만2천 원) 짜리 모뎀 가격이 10배로 치솟은 일도 있었다.

일부에선 중간 유통업체들의 반도체 사재기 현상 때문에 가격이 급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는 업체가 반도체를 주문한 뒤 공급받는 데까지 3개월이 소요됐지만, 현재는 이 기간이 1년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아마존과 보잉 등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업체가 이 같은 반도체 품귀 현상의 영향권에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업체 중에서는 반도체를 구할 수 없어 생산 활동을 중단한 업체도 적지 않다.

웹캠을 생산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와이즈 랩스는 현재 재고가 없어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3분의 1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지했다.

반도체 품귀현상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반도체생산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사의 토머스 콜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상황을 정상으로 만드는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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