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본인은 물론 김경수 유시민 등 친문 영남주자 부각 여지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한 것은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로 인한 급격한 레임덕을 막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올인’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이번 개각을 앞두고 코로나19 극복과 부동산 등 민생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경제관료 출신 등 ‘민생형 총리’의 발탁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낙연, 정세균 총리에 이어 세 번째로 정치인 총리를 기용함으로써 민생 대신 정치, 차기 대선을 제 1과제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부겸 총리지명자는 고향이 경북 상주에 경북고를 졸업한 오리지널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앞선 이낙연(전남) 정세균(전북) 두 호남 출신 총리에 이어 TK 총리를 국정운영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여권은 서울시장 못지않게 부산시장 선거 승리를 갈망했다. 노무현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PK(부산 경남) 지역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는 것이 차기 대선 승리의 제 1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공사비만 20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선물’로 내놓고,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를 방문한 이유다.

하지만 조국사태와 윤석열 찍어내기 등 독선적 국정운영에 아파트가격 폭등, 특히 LH 임직원들의 부동산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권의 이런 선거기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4·7 재보선 결과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 극복,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데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총리의 후임자로 누가 지명되느냐는 이런 다짐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계기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생형 총리가 아닌 정치인 총리를 임명함으로써 민생 보다는 정치, 다음 대선이 첫 번째 고려사항임을 보여주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PK는 가덕도 신공항으로, TK는 이 지역 출신 김부겸 총리로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부겸 총리 발탁은 한편으로 현재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여권내 대선구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친 여권성향의 한 정치분석가는 “김부겸 총리 지명으로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등 기존 대권주자에 김부겸 지명자 본인은 물론, 김경수 경남지사에 역시 영남 출신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영남출신 친문인사들이 대권경쟁 가도에 가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편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10개월여 동안 친문계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대선구도에 적극 개입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이재명 이낙연 정세군 등 비문(非文) 기존 주자들의 대응에 따른 여권내 이합집산, 갈등 양상이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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