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 있어서 특정 지역과 민족에 기반한 다신교적 지역 종교가 보편성을 가진 유일신적 세계 종교에 의하여 대체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었다. 

유대교에 기반한 기독교가 드루이드교 등 다신교를 신봉하던 유럽인들을 개종시켰고 유대교와 기독교에 기반한 이슬람교가 과거 페르시아 제국 영역 내의 조로아스터교를 대체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샤머니즘은 인도에서 불교가 전파된 이후 서서히 그 세력을 잃어 가다가 마침내 종교의 영역이 아닌 전통 문화의 일부분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세계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의 충돌이 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15세기까지는 이슬람교가 기독교와 불교를 서서히 대체해 나가는 것이 역사의 큰 흐름인 듯 했으나 신대륙의 발견과 종교개혁으로 다시 힘을 얻은 기독교가 아직까지 이슬람교에 대하여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신흥 종교인 이슬람교가 화려한 실크로드 문명을 이루었던 기존의 불교를 몰아내고 결국 주류 종교로 자리잡았다. 아무래도 이슬람교의 전파력이 기독교와 불교보다 훨씬 강력한 듯 싶다. 

그런데 이러한 전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예외적인 일이 인도에서 발생한다. 이슬람교의 침투에 따라 인도 대륙의 기존 신앙 체계들 중 지역 종교인 힌두교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나 이슬람교에 못지 않은 보편성을 지닌 세계 종교인 불교가 그 발상지에서 소멸해 버린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서기 8세기 이후 서부 인도에서는 이슬람 군대의 침략과 개종자에 대한 포용 정책에 따라 북부 인도에서는 경제적 필요성에 따라 당시 세계의 중심이던 사라센 제국의 종교를 받아 들이는 과정에서 동부 인도에서는 불교의 몰락에 따라 기존의 불교도들이 힌두교에 기반한 카스트 제도에 편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이슬람교에 귀의하는 과정에서 불교가 소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불교 서적들은 대부분 서기 1203년 비크라마실라 사원이 이슬람 군대에 의해 파괴된 사건을 인도 불교의 소멸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를 대표하는 사찰이 파괴되었다고 하여 불교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인도 불교 소멸의 근본적 원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막스 베버 (Max Weber: 1864년 - 1920년)는 스스로의 깨달음을 중시하는 소승불교의 개인주의적 특성이 일반 대중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인도 불교가 내부적으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외부의 이슬람 세력이 군사적으로 침략해 오자 불교는 인도 대륙에서 그 기반을 잃어 버렸다고 분석한다. 

아놀드 토인비 (Arnold Toynbee: 1889년 - 1975년)는 서기 7세기 인도를 통일한 굽타 제국이 힌두교를 국교로 채택하면서 기존의 최대 종교였던 불교가 세력을 잃기 시작하다가 결국 소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하여 인도 불교는 그 교리의 합리성에 매료된 인도 지배층에게 너무 많은 후원을 받은 결과 자생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여기에 더하여 사라센 제국의 팽창에 따라 불교를 신봉하던 도시의 상인 계급이 세력을 잃어 가던 중 인도 전역을 통일한 굽타 왕조가 힌두교를 국교로 채택하자 결국 소멸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계층에 평등하면서 이민족에 개방적이었던 불교가 동일한 특성을 지녔으면서 보다 결집력이 강한 이슬람교에 의하여 대체되면서 인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즉, 불교는 기존의 브라만교 및 힌두교와 유사한 의례를 가지고 있으면서 평등과 개방을 중시하였기에 인도에서 

단기간에 세력을 넓힐 수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평등과 개방을 중시하면서 단순히 의례가 다른 이슬람교가 인도에 전파되자 불교도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단기간에 소멸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 대륙이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이슬람교 중심의 파키스탄 및 방글라데시로 분리된 현재 상황에서 인도의 불교는 힌두교에 기반한 카스트 제도의 하류층 사이에서 급속히 팽창해 나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불교를 이단으로 취급하며 무력을 동원하여 탄압했던 이슬람교와 달리 힌두교는 부처를 자신들의 많은 신들 중 하나로 보는 등 불교를 힌두교의 분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배층의 강력한 후원 하에 힌두교와 함께 인도를 양분했던 불교가 이번에는 하류층을 중심으로 인도에서 부활하게 된다면 민중에 기반한 종교의 특성상 쉽게 소멸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불교와 기독교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종교계에 이슬람교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한다면 인도에서와 같이 어느 한 쪽이 이슬람교에 의하여 대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국가 수호를 위해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던 한국 불교와 일제의 신사 참배와 김일성의 교회 탄압에 목숨 걸고 저항했던 한국 기독교 모두 이슬람교의 무력 침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내세보다 현세를 중시하는 동아시아 문화의 특성까지 고려한다면 종교적 금기가 많은 이슬람교의 국내 확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슬람교가 국내에 전파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느 종교의 신도들 중 더 많은 개종자가 나오는지를 관찰함으로써 불교와 기독교 중 어느 쪽이 일반 대중들과 보다 밀접하게 유착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사회적 요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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