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타격으로 근로자와 자영업자 가구 소득이 줄어든 대신 부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소득 감소, 부채 증가 폭이 커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신한은행이 20일 내놓은 '2021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20∼64세 취업자(근로자·자영업자) 1만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78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구 소득은 ▲ 2016년 461만원 ▲ 2017년 462만원 ▲ 2018년 476만원 ▲ 2019년 486만원으로 계속 늘다가 지난해 처음 1.6% 감소했다. 증가 추세로 미뤄 지난해 소득은 495만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실제 소득은 이보다 17만원이나 적었다.

전년 대비 소득 감소는 저소득층이 심했다. 5구간(상위 20%)은 0.8% 감소했지만 1구간(하위 20%)은 약 3배인 3.2%에 달했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5구간 소득(895만원) 대비 1구간(183만원) 소득 배율이 2019년 4.76배에서 지난해 4.9배로 커졌다.

소득 배율은 ▲ 2016년 5.1배 ▲ 2017년 5.2배 ▲ 2018년 4.83배 ▲ 2019년 4.76배로 점차 줄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와 함께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해 가구는 한 달 평균 240만원을 소비에 썼다. 전체 소득의 50.2%로, 비중이 2019년(49.6%)보다 소폭 늘었다.

소비 항목별 비중을 보면 식비(20.8→22.1%), 월세·관리비(10.8→11.3%), 의료비·건강보조식품구입비(5.8→6.7%) 등이 커진 대신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가·취미·유흥비(8.3%→6.3%)는 줄었다.

가구의 월평균 부채 상환액은 1년 새 41만원에서 43만원으로 증가했고 소득대비 비율도 8.4%에서 9.0%로 높아졌다. 부채 상환액 가운데 절반 이상(52.2%)은 주택담보·전월세자금 대출이었고, 일반 신용대출은 13.0%를 차지했다.

가구의 월평균 저축·투자액은 109만원으로 2019년(117만원)보다 8만원 줄었다. 소득 대비 비율은 22.8%로, 조사를 시작한 2016년 이래 가장 낮다. 다만 절대 저축 규모는 위축됐지만, 주식·펀드 등 투자 상품 비중은 6%(7만원)에서 10.1%(11만원)로 뛰었다.

조사 대상 가구의 평균 보유 자산은 4억3천809만원으로 조사됐다. 2019년(4억1천997만원)보다 4.3% 늘었다.

자산 기준 5구간(상위 20%)의 자산이 평균 12억374만원으로 4.6%, 4구간(5억2천477만원)도 6.5% 불었다. 하지만 1구간(하위 20%)과 2구간의 자산은 각 2천715만원(+0.5%), 1억3천525만원(-1.2%)에 불과했다.

자산 종류별 비중은 부동산이 78%로 가장 크고, 금융자산과 기타자산은 각 14.7%, 7.3%였다. 2019년과 비교하면 1년 새 부동산 비중(76→78%)이 늘고 금융자산(16.5→14.7%)은 줄었다

부동산만 따로 들여다보면, 가구의 부동산 평균 보유액은 3억4천172만원으로 2019년(3억1천911만원)보다 7.1%(2천261만원) 불었다.

계층간 부동산 격차도 커졌다. 자산 5구간과 4구간의 부동산 보유액은 9억8천584만원, 4억1천11만원으로 작년 한해만 각 5.7%, 11.8% 증가했다. 반면 1구간의 부동산 보유액(600만원)은 오히려 8.5% 줄었다.

10가구 중 6가구(62.5%)는 "부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2016년 72.6% 이후 2019년 52.8%까지 계속 떨어지던 부채 보유율이 지난해 갑자기 다시 60%대를 넘어선 것이다.

소득 계층별로 부채 보유율과 증가 폭(전년 대비)은 ▲ 5구간 70.2%(+9.8%p) ▲ 4구간 72.0%(+10.2%p) ▲ 3구간 68.5%(+10.4%p) ▲ 2구간 57.8%(+8.7%p) ▲ 1구간 44.2%(+9.6%)로 조사됐다.

가구 소득 수준과 크게 상관없이 지난해 모든 소득 계층에서 부채 보유율이 10%포인트(p) 안팎 높아진 셈이다.

부채를 가진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은 8천753만원으로 1년새 5.5% 늘었다. 이는 부채 보유 가구 월평균 소득(506만원)의 17배에 이른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부채 증가 폭은 더 컸다. 소득 1구간은 1년 새 부채 잔액이 3천646만원에서 4천367만원으로 19.8% 뛴 반면, 5구간의 경우 1억2천498만원에서 1억2천225만원으로 오히려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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