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영예..."모든 분들 감사드린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으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시상대에 오른 윤여정은 먼저 "브래드 피트, 정말 반갑다. 드디어 만나게 됐다. 저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계셨나"라며 농담을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사 A24의 설립자다.
윤여정은 저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다. 유럽분들은 절 '여여',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보통 아시아권에 살면서 오스카는 티비로 봤는데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 제가 정신을 조금 가다듬도록 해보겠다"고 말해 다시 한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 "제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린다. 영화 '미나리' 팀, 정말 고맙다.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저의 캡틴이자 감독이었다"고 정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여정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았다.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하겠나. 다섯 후보들이 있지만 우리는 다 다른 역할을 해냈다. 우리 사회에서 사실 경쟁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운이 좀 더 좋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한 환대를 하는 것 같다. 감사드린다. 저희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아들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았다"고 했다.
윤여정은 자신의 첫 감독인 김기영 감독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그는 "김기영 감독은 제 첫 감독이었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윤여정은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민간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한 윤여정은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미국배우조합 시상식(SAG Awards)까지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30여 개의 트로피를 받으며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올랐고, 결국 오스카의 영예를 안았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