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내년 대선을 겨냥해 ‘백신 승부수’를 던졌다. 조기 백신 구매에 실패함에 따라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던 것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만큼 최근 백신 구매 사실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화이자측과의 백신 추가 계약으로 11월 집단면역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5일 범정부 백신 도입 TF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정부는 화이자와 전날 코로나19 백신 4000만회분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각각 2000만회분, 600만회분을 계약했기 때문에, 정부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 물량은 총 6600만회분으로 늘었다. 33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백신 열등생이었던 한국, 단박에 백신 우등생으로 뛰어 오른다고?

이 밖에도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 코백스 퍼실리티 2000만회, 노바백스 4000만회, 모더나 4000만회, 얀센 600만회 공급도 계약한 상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총 1억9200만회분(99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백신 열등생에서 단박에 우등생으로 뛰어오르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배,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목표 3600만명의 2.75배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문제는 적시에 공급되느냐의 여부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계약한 물량이 차질 없이 제때 들어오고 접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백신 추가 계약으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변이바이러스나 부스터샷(효과 보강을 위한 3차 접종) 등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지난 주만해도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으로 러시아산과 중국산 백신까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과도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주 러시아 스푸트니크V나 중국 시노백 백신 도입 가능성에 대해“11월까지 집단면역에 충분한 물량이 돼 있다”면서도 “여러 백신에 대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인허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백신 수급을 확신할 수 없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추가 물량 계약을 발표하기까지 속을 끓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여론의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협상에서 진전되는 내용이 없다 보니 “협의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수송 관계자가 화이자 백신을 초저온냉동고로 옮기고 있다. [사진= 양천구청 제공]
지난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수송 관계자가 화이자 백신을 초저온냉동고로 옮기고 있다. [사진= 양천구청 제공]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 추가 구매가 사실이라면 ‘대반전’

지난 1일 안정적 백신 수급을 위한 TF를 구성한 뒤, TF 관계자는 각 제약사와 꾸준히 면담을 진행했다. 화이자와의 협상은 지난 9일 권덕철 TF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추가 구매를 제안하면서 물꼬가 터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후로도 수차례 실무적인 논의가 진행됐지만, 협상이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1일 러시아 백신 도입이 공론화됐을 때까지도 화이자 백신 추가 도입이 확정되지 않아, 방역 당국도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의 관련 부처 담당자가 배석해 지속적으로 설득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논의는 진전을 보였고, 지난 23일 권덕철 TF팀장과 화이자의 영상회의를 통해 추가 구매 물량을 확정, 계약에 이르렀다고 한다. 가격도 지난번과 같은 수준으로 계약된 것으로 알려진다.

공표된 백신접종 계획 실행 여부가 ‘민심’ 분수령...‘공수표’로 확인되면 문 정부는 회복불능의 중상 입어

정부의 발표가 사실인지는 향후 접종계획의 실행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공언한 대로 접종이 이뤄질 경우 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형 호재’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백신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등을 돌렸던 민심이 다시 정부여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나리오이다.

반면에 정부가 백신 구매 및 접종계획이 ‘공수표’로 판명난다면, 문재인 정부는 회복불능의 중상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2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9월 말까지는 전 국민의 70%인 3600만명에 대하여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홍 총리 직무대행은 “‘백신 가뭄’은 사실이 아니다”며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신 수급·접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한 긴급 담화문이다.

홍 직무대행은 상반기까지 고연령, 고위험군, 방역과 의료인력 등 1200만 명에 대하여 한 번 이상 백신접종을 완료하여 일상으로의 회복을 향한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3분기 중 도입 예정 백신이 약 8000만 회분”이라며 “이를 토대로 9월 말까지는 전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 대하여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홍 직무대행은 또 “상반기 6월 말까지 도입이 확정된 화이자 및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809만 회 중 지금까지 387만 회분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공급됐다”며 “특히 화이자의 경우 3월 24일 공급이 시작된 이후 매주 정기적으로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를 토대로 하여 4월 말까지 300만 명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예정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4월 마지막 주부터 5월 말까지 484만 회분 그리고 6월에는 938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이들 합계 1809만회분으로 상반기 중에 1200만 명분의 국민들께 접종을 받으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더나, 얀센 백신 등도 상반기에 일부 도입을 추진 중으로 이 물량이 더해진다면 더 여유롭게 6월 말까지 1,200만 명 이상의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현재 확보된 물량으로는 약300만 명이 접종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75세 이상 일반인 주민들이 화이자 코로나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예진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75세 이상 일반인 주민들이 화이자 코로나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예진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 총리 직무대행은 앞으로 도입될 물량으로는 18세 미만의 연령에게도 접종할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3분기 중 도입이 예정되어 있는 백신은 약 8000만 회분으로, 3분기의 접종 목표인 2400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는 총 9000만 회분의 백신이 도입될 예정이며, 이는 18세 미만의 연령을 대비한 접종, 3차 접종 그리고 내년 접종을 위한 비축분 등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사진대로라면 백신 걱정은 끝난 셈이다.

접종계획을 밝혔지만, 백신 공급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해...2분기 공급예정이었던 모더나는 깜깜무소식

하지만 여전히 백신 공급 일정의 불확실성 탓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의 희귀 혈전증 부작용으로 각국이 화이자,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백신 확보에 나서면서, 모더나의 공급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경우 당초 2분기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초도 물량 일정조차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홍 총리대행은 모더나의 일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의구심이 증폭되는 실정이다. 모더나가 미국에 우선 공급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언제 공급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정세균 전 총리는 ‘모더나가 한국에 공급할 물량에 대해 미국이 수출을 금지한다면 이는 깡패짓이다’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던 정 전 총리의 평소 태도와는 사뭇 다른 발언으로 배경에 궁금증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백신의 계약 내용에 대한 세부 사항은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 전 총리가 코로나 사령탑으로서 계약과 관련해 뭔가 따로 알고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총리대행의 백신 수급에 대한 자신감은 근거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말까지 30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하는 방역당국의 스케줄이 제대로 진행되는지의 여부가 11월 집단면역 달성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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