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띄웠던 테슬라가 1분기에 2억7200만 달러(3018억원)의 비트코인을 팔아 1억100만 달러(1122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과 테슬라(CG) [연합뉴스TV 제공]
비트코인을 띄웠던 테슬라가 1분기에 2억7200만 달러(3018억원)의 비트코인을 팔아 1억100만 달러(1122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과 테슬라(CG) [연합뉴스TV 제공]

테슬라의 1분기 실적 발표에 서학개미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하는 호실적을 보이면서 주가도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 EV(전기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흑자를 기록했다고 보도되지만, 테슬라는 전기차를 판매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올해 1분기 순이익 27배 이상 증가...전기차 판매 대수는 2배에 그쳤는데?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26일(현지시간) 2021년 1~3월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한 103억8900만 달러(약 11조5422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최종순익은 4억3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600만 달러에 비해 27배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진에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벗어나고 있는 중국 내 전기차 판매 호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 테슬라의 발표 내용이다.

비트코인 투자와 전기차 결제 허용 등으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을 띄웠던 테슬라는 최근 비트코인 매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투자와 전기차 결제 허용 등으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을 띄웠던 테슬라는 최근 비트코인 매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테슬라는 1~3월 분기 동안 전 세계에서 18만4877대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동기의 2.1배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중국에서의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370% 급증한 6만9000대로 집계된 것이다.

하지만 18만대를 팔아서 4억38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낸다는 건 불가하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70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리는 동안, 테슬라는 불과 50만대의 자동차밖에 팔지 못했다.

지난 5년간 규제 크레딧(탄소배출권) 팔아서 33억 달러 챙겨

테슬라가 돈을 버는 방법은 다름 아닌 ‘규제 크레딧’ 판매를 통해서다. 테슬라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지만, 이는 전기차를 팔아서가 아니라 ‘규제 크레딧’을 팔아서라고 CNN이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규제 크레딧은 배기가스(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이 정부가 정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넘어선 기업에 자사 여유분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말한다. 미국의 11개 주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2025년까지 일정 비율의 탄소 무배출 차량을 팔아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전기 자동차를 독점 판매하는 테슬라로부터 규제 크레딧을 구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인 셈이다.

테슬라는 이 정책 덕에 지난 5년 동안 33억 달러를 벌었다. 연간 6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2020년 한 해에만도 16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규제 크레딧이 점차 강화된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의 테슬라의 순익인 7억2100만 달러(약 80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말하자면 차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규제 크레딧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더 많은 것이다. 이 규제 크레딧 수입이 없었다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규제 크레딧 장사 못 하면 올 1분기도 적자 면치 못해

테슬라는 2020년에 743%나 주가가 폭등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미국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본업인 전기차 판매보다 ‘규제 크레딧’ 판매로 순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 주가하락론자’들은 테슬라의 성장 가치에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대표적인 테슬라 주가 하락론자인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차를 팔아서는 손해를 보고 있다. 크레딧을 팔아 돈을 버는데, 이 크레딧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동차 생산업체들도 전기차 생산에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 1~3월 분기 결산에서도 테슬라는 규제 크레딧 매각을 통해서 5억1800만 달러를 계상함으로써 4억3800만 달러의 최종흑자를 확보했다. 규제 크레딧 매각이 없었다면, 테슬라의 최종손익은 적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1분기에 ‘비트코인’도 내다팔아 1억100만달러 수익 거둬

올 1~3월 분기 결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비트코인 판매를 통한 수입’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비트코인 2억7천200만달러(약 3천22억원)어치를 내다 팔아 1억100만달러(1천122억원)의 수익 증대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고점일 때 이를 재빨리 팔아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CNBC는 "1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자 테슬라가 비트코인 일부를 재빨리 판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기가 회사의 순익 증대를 도왔다"고 꼬집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띄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머스크도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트윗을 잇달아 날리며 가격 급등을 부채질한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큰 영향을 미쳤던 머스크가 또다른 가상화폐인 ‘도지코인’을 언급함에 따라 도지코인의 가격이 급등한 기현상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자료 PG]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큰 영향을 미쳤던 머스크가 또다른 가상화폐인 ‘도지코인’을 언급함에 따라 도지코인의 가격이 급등한 기현상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자료 PG]

소셜미디어에서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아 실적을 개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머스크는 머스크는 댓글을 통해 "그렇지 않다"며 자신의 비트코인 보유 사실까지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판 것과 달리 자신은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 부채질해온 머스크, “테슬라가 팔았지 난 안 팔아” 해명

그는 이어 "테슬라는 대차대조표상 현금 보유 대신에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비트코인 보유 지분의 10%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머스크의 이러한 설명은 비트코인이 현금성 통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시장에 팔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처분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머스크를 빗대면서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보다 비트코인 거래로 돈을 더 많이 벌었다"는 비난글이 올라왔다.

비난글 게시자는 "테슬라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테슬라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이미 170억달러 현금성 자산이 있다. 테슬라는 현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게시글에서도 "비트코인 유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팔았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 "잔디 기계와 토스터의 유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이것들을 팔았다는 헛소리와도 같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일부 투자자들 중에는 머스크가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공개하면서 자신은 팔지 않았다는 점에서 “테슬라와 머스크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옹호론까지 펼치고 있다. 이런 옹호에도 불구,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규제 크레딧 판매와 비트코인 판매로 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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