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캡처

강규형 전 KBS 이사(명지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항소 이유 모두를 기각하며 지난 1심과 마찬가지로 강 전 이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배준현)는 28일 문 대통령이 강 전 이사를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의 "피고(문 대통령)가 원고(강 전 이사)에게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는 주문을 인용한 것이다.

강 전 이사는 옛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지난 2015년 KBS 이사에 임명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사직 사퇴 종용이 이뤄졌고 이에 거부한 강 전 이사는 문 대통령에 의해 2017년 12월 말 해임됐다.

당시 감사원은 강 전 이사가 김밥을 사먹는 등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유용했다고 발표했고, 방통위는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듬해 강 전 이사는 문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재가가 이뤄지자마자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적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방송법상 이사에 대하여 결격사유 외에 별도의 징계절차나 해임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고도의 신분보장 취지로 볼 수 있다"며 강 전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이사 11명 전원에 대하여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됐고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해임되지 않은 다른 이사들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하는 것은 극도로 제한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다.

패소한 문 대통령은 현 정권 유력인사들의 거의 모든 송사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는 로펌인 엘케이비(LKB)앤파트너스를 소송대리인에서 물러나게 하고 정부법무공단에 2심 항소심 변호를 맡겼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문을 인용해 강 전 이사 해임이 위법부당함을 지적하면서도 보다 간결명쾌한 문장으로 그간의 모든 해임 사유들에 대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렸다. 강 전 이사가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한 '방모 씨 폭행 사건'도 기초적인 사실관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결과가 나기 전부터 유죄로 예단해 이사 해임 사유로 든 점, 그리고 해당 사건의 재판 결과가 별도의 항소심에서 뒤집혀 강 전 이사가 폭행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것으로 결론이 난 점 등을 적시했다. 강 전 이사는 "언론노조와 결탁한 상대 측이 자신을 폭행 상해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상대 측은 형사처리 된 이후 민사재판에서 배상금까지 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 전 이사의 변호인 측은 "톰 랜토스 하원 인권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청문회에서 강 전 이사를 문 대통령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숙청된 대표적 인물로 거론했다"며 "이번 재판부에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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