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씨는 우아한 드레스 위에 힙한 느낌의 카키색 항공 점퍼를 걸치고 등장해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여정씨는 우아한 드레스 위에 힙한 느낌의 카키색 항공 점퍼를 걸치고 등장해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오스카상(미국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여배우 윤여정(74)씨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여정에게 스며들다’ 라는 뜻의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2030 젊은이들은 쿨한 할머니의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60대 이상 장년층 역시 그들대로 대리만족하며 자극을 받고 있다.

광고주들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윤씨의 경우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수상이 배우로서의 명성과 함께 ‘부’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여배우 윤여정의 매력은 ‘유머감각’에 더한 ‘패션감각’...더 큰 상업적 성공 예상돼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윤씨가 세계인들을 사로잡고 한국의 2O30세대의 뜨거운 관심까지 모으고 있는 것은 ‘유머감각’ 넘치는 수상 소감 때문만은 아니다. ‘패션감각’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수억대에 달하는 초호화 주얼리를 착용한 윤씨가 외투로는 캐주얼한 항공 점퍼를 선택해 전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우아한 시상식 드레스 위에 힙한 느낌의 카키색 항공 점퍼를 걸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점퍼는 유명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과 알파인더스트리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항공 점퍼는 말 그대로 공군들이 보온을 위해 입었던 옷이다. 주로 남성들의 봄·겨울 캐주얼 룩에 이용된다. 여성들도 화려한 원피스와 믹스매치해 입기도 하지만, 오스카 시상식장에 항공 점퍼를 입은 사람은 아마도 윤씨가 최초일 것이다.

“비싼 가격의 명품을 구입해 10년 동안 입어라”...패션에 투자해야 경쟁력 유지?

​윤씨는 “나이가 들면 명품을 입는 게 좋다. 나도 돈을 들여서 명품을 구입한다. 대신에 10년 정도 입는다”고 밝힌 적 있다. 노인이 될수록 패션에 투자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인 셈이다.

오스카상 시상식 날에도 윤씨는 마마르 할림(Marmar Halim)이라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네이비 컬러 드레스를 입었다. 평소 스타일대로 세련되고 우아한 드레스를 골라 찬사를 받았다. 마마르 할림 드레스 가격은 100~300만원 대로, 당일 윤씨가 착용한 드레스는 150만 원 선으로 알려진다. 윤씨는 로저 비비에의 검은색 클러치를 들고, 쇼파드의 귀고리와 팔찌로 포인트를 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씨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씨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씨는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패셔니스타 중 한 명이다. 나영석 PD 사단과 함께 제작한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서도 ‘힙’한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윤씨의 패션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13년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윤씨는 당시에도 남다른 패션 센스를 자랑했다. 당시 최신 유행이었던 데님 스키니진을 입은 윤씨를 본 한혜진 씨가 "이 연세에 누가 스키니진을 입겠느냐,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감탄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입고 우기고 다니면 소화가 다 돼"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이어서 윤여정은 "김민희가 옷을 잘 입는다. 패셔니스타니까, 김민희에게 '너 먼저 쇼핑을 해라, 너가 먼저 (쇼핑몰을) 돌고 나에게 연락을 해라'라고 말한 뒤 같은 곳에서 똑같은 옷을 (구입한다) 같은 옷 다른 느낌으로 소화한다"고 말했다.

35년 차이인 여배우 김민희와 ‘패션동지’ 자처

1982년생인 배우 김민희와 1947년생인 윤씨의 나이는 무려 35세 차이지만, 두 사람은 패션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사이로 유명하다.

세대를 넘나드는 윤씨의 패션 감각에 2030 젊은이들은 “힙하다” “역시 윤여정 선생님이다” “패셔니스타”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열광했다.

데이터분석 전문가 전민기씨는 “2030 세대가 윤씨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유머, 영어실력, 패션’이다”고 분석했다. 전씨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러면서 “2030 세대는 본인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고 당당한 모습을 좋아하는데, 윤여정씨가 거기에 딱 부합한다”고 말했다.

윤씨의 패션감각은 온라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증명되었다. 그 플랫폼에서는 10대와 20대 들이 주로 구매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여정씨의 패션감각은 온라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증명되었다. [사진=지그재그 홈페이지 캡처]
윤여정씨의 패션감각은 온라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증명되었다. [사진=지그재그 홈페이지 캡처]

지그재그 CF에서 윤씨는 “근데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이쁜 애들도 많은데, 근데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 아니 자세히 알아봐. 진짠가”라고 솔직한 매력을 드러내며 CF 자체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윤씨가 오스카상을 수상하기 불과 며칠 전에 윤씨를 모델로 발탁한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도 윤씨의 이번 수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더 올랐다는 점에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자사 SNS를 통해 “지그재그가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27일 단 하루 1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가능한 5000원 할인쿠폰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74세에 거둔 윤여정의 성공, 한국의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 ‘희망 메시지’ 던져

윤씨의 오스카상 수상 소식에 기뻐한 또다른 그룹은 중장년층들이다. 이미 직장에서 은퇴해 인생 재설계를 앞둔 이들에게 윤씨의 수상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간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47년생인 윤씨가 거둔 쾌거 자체가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윤씨의 수상 이후 펜앤드마이크가 만난 중·장년층들은 이번 수상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A씨(62)는 "우리같이 나이의 사람들에겐 윤여정의 수상이 큰 용기가 됐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60대가 되면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딱히 기대할 것도 없어지면서 희망도 없어졌는데, 윤여정의 수상을 보면서 기대와 용기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주부로만 26년을 생활한 B씨(56)는 "그 나이에 미국에 가서 거침없이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을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영어도 다시 배우고 있는데 새로 도전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에서 은퇴한 후 농사를 짓고 있는 C씨(69)는 "보통 70대가 되면 노인 취급을 받는데 이제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윤여정의 수상을 보면서 실감하게 됐다"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C씨는 최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국가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해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용기를 내 다른 분야에도 과감히 도전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미나리처럼 꿋꿋하고 충실하게 살다보면 윤여정처럼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시기가 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며 국가기술자격 취득에 도전하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9월 1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하는 5060대 직장인이 5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시자 146만3000여명 가운데 37만3000여명은 중장년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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