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지난 29일 발표한 새로운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서민돈줄 조이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기초부터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서민의 부동산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소득 많아야 대출 유리한 DSR적용 대폭 확대...‘저소득층-서민층’에게 직격탄

새로운 가계부채관리 방안의 핵심은 개인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주택 구매 실소유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전문적인 투기세력 및 갭투자자들만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부 갭투자자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DSR기준이란 원칙적으로 소득이 많을수록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역으로 소득이 적으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드는 구조이다.

이번 DSR강화로 저소득층과 서민층의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투기와 무관한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해도, 연 소득이 낮으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액이 부족할 경우 신용대출로 메우던 방법도 거의 불가능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중에 현찰이 부족한 서민층이나 청년층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서 주택을 구매하는 기존의 관행에 철퇴를 가하는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기지역 등에 9억원 초과-고소득자의 신용대출 등에 적용하던 DSR 40% 기준을 전면 확대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에 차주(借主)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대출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현재 특정 차주에만 적용되는 '차주단위 DSR'이 오는 2023년 7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그동안 차주별로 DSR 40%가 적용되는 경우는 2가지였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연 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을 때였다. 그 외엔 은행별로 DSR 평균치(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 DSR 40%가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들어 신용대출이 폭증하면서 금융권에서는 DSR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풍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지난해에만 10조원을 넘어섰다.

따라서 이례적으로 급증세를 보이는 신용대출 폭등세를 진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차주의 실제 상환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DSR 중심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각 은행별로 적용해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카드 60%, 보험 70%, 저축은행 등 90%) 규제를 개별 차주로 바꾸는 것이다.

올 7월부턴 6억원 초과 주담대와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DSR적용

그에 따라 올 7월부터는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와 1억원 초과 신용 대출로 규제가 확대된다. 주택의 경우, 서울 아파트 중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된다.

또 2단계로 내년 7월부터는 1단계 적용대상과 함께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에 확대 적용한다. 총 대출액 2억원이 넘는 대출자는 전체 차주 중 12.3%(약 243만명)에 해당한다. 이후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1·2단계 기준을 전부 없애고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된다. 1억원 이상 가계대출의 대출자는 전체 차주의 28.8%(약 568만명) 수준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한다.

문제는 은행별로 DSR 평균치가 적용되는 현재 방식에서 차주별 방식으로 바뀌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확 줄어든다는 데 있다. 이번 DSR 강화로 전 규제지역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모두 타깃이 되면서, 실수요자와 저소득층 등의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소득 2000만원인 서민, 2억2000만원에서 1억2600만원으로 대출가능액 급감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금리 2.5%, 다른 대출이 없는 연소득 2000만원 대출자의 경우 DSR 70%가 적용되는 현재는 최대 2억2000만원까지 한도가 나온다. 하지만 DSR 40%가 적용되면 1억2600만원에 불과해진다. 한도가 1억원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30년 만기라면 2억9500만원에서 1억6900만원으로 1억2600만원 가량 줄어든다.

또다른 문제는 주담대가 막혀 신용대출로 보충해 왔던 관행이 앞으로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에는 그간 10년으로 획일 적용하던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가 10년에서 오는 7월부터 7년으로 줄어든다.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만기가 짧아지면 그만큼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DSR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즉 10년 동안 갚는 돈을 5년 동안 갚아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동일하다면 대출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권이 신용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흘러가는 자금이 문제였다. 사실상 신용대출은 사용처를 파악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DSR 비율 자체를 규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제도 변경 대출한도 확대되기도” 강변...“중국인을 위한 나라” 비난 무성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DSR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단, 다주택자 또는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되는 차주가 전체의 약 30% 정도"라며 "현재 은행권의 평균 DSR을 보면 3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40% 수준의 DSR을 적용한다고 해도 90% 정도의 차주들은 이 DSR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간 소득을 초과해서 과도하게 금융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라든가 여러 투자자금에 썼던 투기수요들, 특히 갭투자와 같은 경우에는 DSR 제도가 도입되면서 굉장히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연소득 8000만원, 무주택, 주택가격 9억원, 대출만기 30년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현재는 투기 지역에선 3억6000만원, 조정지역에서 4억5000만원, 비규제지역에서 6억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차주단위 DSR을 적용하면 원리금균등분할상환시 6억7500만원까지 대출한도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투기지역 주택을 구매할 경우, 오히려 한도가 늘어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30억원 상당의 토지를 구입하려는 경우는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현재 주담대는 투기지역, 조정지역, 비규제지역 모두 LTV 80%가 적용돼 24억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도가 6억75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관련 기사 댓글에서는 “대출받아서 집 사는 게 그렇게 문제인가?” “중국인들에게는 수십억짜리를 80%까지 대출해주면서, 중국인을 위한 나랴냐?”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집 사지 말라는 정부” “이 정부는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지네들 잇속만 차리고 가난한 사람은 더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만 하면 내년 대선도 게임 끝이다”라는 성토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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