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칼럼] KBS진실과미래위원회, 법과 역사의 심판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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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1.05.03 10:13:02
  • 최종수정 2021.05.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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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KBS 이사)

양승동 사장 300만원 벌금형, KBS진미위 모든 행위는 무효

독수독과(毒樹毒果)이다. 불법행위에 의한 모든 행위는 무효이다. 공법인(公法人)인 KBS 임직원은 방송법과 제법규를 엄격하게 준수하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4월 15일 양승동 KBS 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1심 법원에서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KBS진미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인데 ‘근로자 과반 혹은 과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벌금 150만원으로 약식기소된 사건을 판사가 정식 재판에 회부했고, 검찰 구형액의 2배를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BS 사상 최초로 현직 사장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양승동 사장은 KBS의 위상과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켰다. 참담하다. 소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보복’을 감행했던 KBS진미위 규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KBS진미위 기구에 의해 행해진 모든 행위는 무효가 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법을 상당수 위배한 KBS진미위 규정

KBS진미위는 2018년 6월 출범했다. 당시 KBS 이사회 다수이사들(현 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소수이사들(현 국민의힘 추천), 감사, 노조들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KBS진미위 규정에 대한 표결을 강행했다. 문제는 KBS진미위 규정이 관계법을 상당수 위배했다는 점이다. KBS진미위 출범 후 이사가 된 필자는 “KBS진미위는 해체되어야 마땅하지만, 업무를 계속하려면 운영규정을 관련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제기한 바 있다. KBS진미위 규정이 사규와 관련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징계를 강행하는 행태는 놀라웠다.

# 근로기준법 위반

KBS는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에서 근로자에 대한 인사조치나 징계와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진미위 규정 제10조(조사결과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 권고)와 제13조(조사방해자 등에 대한 징계요구)에서 인사규정과는 별도로 사원에 대한 인사조치나 징계와 관련된 새로운 절차와 내용을 규정하였으므로 KBS진미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개정할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KBS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함으로써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했다.

#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감사법) 제3조 규정의 취지는 법령상 자체감사기구를 설치하도록 한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법률이 정한 자체감사기구의 자체감사를 받도록 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합의제(合議制) 자체감사기구를 두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KBS는 공공감사법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에 해당하고, 공공감사법 제5조 및 방송법 제50조에 의하여 자체감사기구인 감사(監査)를 두고 있다. 그런데 KBS진미위는 규정 제5조에서 “위원회의 의사 결정은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때는 표결한다”고 규정하여 합의제 기구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조사범위 및 권한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감사기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KBS진미위는 합의제 감사기구를 금지하고 있는 공공감사법 제3조를 위배한 것이다. KBS진미위가 합의제 감사기구로 기능하려면 정관에 근거규정을 둬야 하며, 방송법도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 방송법 위반

방송법 제50조는 “공사에 집행기관으로서 사장1인, 2인 이내의 부사장, 8인 이내의 본부장 및 감사1인을 둔다”고 정함으로써 이사회와 별도로 감사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방송법 제51조는 “감사는 공사의 업무 및 회계에 관한 사항을 감사한다”고 정함으로써 감사에 대하여 포괄적인 감사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KBS진미위 규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사범위인 부당인사, 방송의 독립성 침해, 부당노동행위, 부정청탁 등과 같은 사안은 감사의 고유업무에 속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KBS이사회에서 공사의 업무에 관한 사항의 감사권한을 가지는 진미위 규정을 제정한 것은 감사의 권한을 침해함과 동시에 이사회와 별개로 감사를 두도록 한 방송법 제50조 규정을 위배한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다음 KBS가 발표한 입장문은 참으로 황당하다. “이번 재판이 KBS진미위 규정 제정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은 것일 뿐, 규정 전체의 정당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요지로 반박했다. 심지어 “법원 판결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반론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궤변이다. 민주주의 요체 중의 하나가 바로 절차의 정당성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 명목의 문재인 정권 보복기구 전체가 법의 심판 받아야

KBS진미위 출범 즈음에 MBC정상화위원회, 연합뉴스혁신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소위 적폐청산 차원에서 진상조사 형식의 위원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체주의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KBS이사회 보고과정에서 실무자가 “먼저 시행했던 다른 기관의 규정을 가져다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법률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이처럼 여러 기관에서 정권의 지령을 서둘러 처리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관계법 위반 및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루이스(Anthony Lewis)는 “이데올로기가 권력을 잡으면 이를 불편하게 하는 사실은 밀려난다”고 했다. 공영언론이 직업윤리에 따라 업무를 추진한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그처럼 행동한 징후가 완연하다. 마치 적을 호명해 척결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쌓는 정권의 명령을 실천하는 행동대장 같았다. 진미위는 KBS에서 ‘계엄사령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직장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고, 언론인 탄압과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기구가 되었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들지 않더라도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소위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문재인 정권이 추진했던 사실상의 보복기구 전체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를 계속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

양승동 사장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검찰에 의해 기소됨은 물론 1심 판결을 통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음으로써 KBS 취업규칙을 위반해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었다. 필자는 지난 4월 28일 KBS 이사회에서 양승동 사장에게 ‘진미위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에 따라 진퇴여부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양승동 사장은 항소하겠다고 밝혀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제 KBS진미위 사태를 수습해야 할 책무는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로 넘겨졌다.

근로기준법 위반은 공영방송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태다. 그러므로 양승동 KBS 사장에게는 직무배제 조치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판단된다. KBS 직원들은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기소가 되기 전에도 신속하게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상례이다. 일반적으로 공직기관에서도 1심 선고가 이뤄지면 그 구성원에 대해 조치가 취해진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를 계속 지휘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KBS진미위, 진실규명 그리고 법과 역사의 심판 받아야

필자가 KBS에 봉직해온 오랜 경험에 의하면 KBS는 일시적으로 잘못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잘못을 바로 잡아주었다. 진미위의 명목상 설치목적은 KBS의 공적 책임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사례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그렇지만 이 기구는 지난 보수정권 기간에 핵심 역할을 했던 보직간부들을 겨냥해 보복성 징계를 해서 ‘보복위원회’로 불린다. KBS진미위 징계건의를 통해 17명이 해임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기구로 인해 조사를 받았던 수십 명이 깊은 상처를 받았고, 해임과 정직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법적 투쟁 중이다. KBS진미위가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직원들에 보복을 가한 야만적인 행위가 법적 심판을 통해 중단되거나 제동이 걸린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현재 KBS에는 진미위 안건을 제출한 양승동 사장, 안건 의결을 강행했던 김상근 이사장과 강형철 이사가 있고, 진미위를 추진했던 실무자들이 본사와 지역에서 보직간부를 맡고 있고, 진미위 건의를 통해 특별채용된 기자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KBS진미위 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부사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KBS 거버넌스는 진미위 체제의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필자는 KBS공영노조가 진행 중인 ‘KBS진미위 규정에 대한 무효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불법행위에 의해 행해진 모든 행위는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KBS진미위는 2019년 6월에 백서를 발간하고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KBS진미위 사태는 미래완료형일 수밖에 없다. KBS진미위 규정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이 규정에 의하여 구성된 위원회의 활동은 모두 위법한 것이다. 따라서 불법 기구인 KBS진미위에 의한 모든 징계는 원천무효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위법행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고, 그 범죄행위를 자행한 자를 가려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무도한 보복에 대한 법의 심판 뒤에 따를 역사의 심판이다.

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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