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씨는 하나 뿐인 외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도 누군가를 '탓'하지 않았다
가슴 절절했던 손현씨의 아들 향한 고별사..."우리는 늘 너와 함께 할거고 널 늘 그리워할거야"

5일 고(故) 손정민씨 발인식에서 작별사를 낭독하고 있는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의 모습. (사진=뉴스1TV 방송화면 캡처)
5일 고(故) 손정민씨 발인식에서 작별사를 낭독하고 있는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의 모습. (사진=뉴스1TV 방송화면 캡처)

세상에는 많은 죽음이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 살지만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람이 오늘도 목숨을 잃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대 본과 1학년에 다니며 미래의 훌륭한 의사를 꿈꾸던 고(故) 손정민(22)씨의 죽음 역시 수많은 죽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정민씨의 죽음에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며 슬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민씨가 명문고를 졸업해서도 아니고, 의대생이기 때문도 아니다. 바로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의 의연한 태도 때문이다.

손씨는 여태까지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잃은 아버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대에 다니는 미래 창창한 외동 아들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슬픔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분명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탓한다고 해서 손씨를 비난할 사람도 하나 없다. 우리는 앞서 여러 사건을 통해 자식을 갑작스레 잃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봐왔고 자연스레 받아들여왔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경험해보지 못한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씨는 달랐다. 정민씨가 실종된 후 시신이 발견되기 직전이었던 30일 손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제가 댓글을 다 봐야 정보를 얻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돼서 도와주시는 지인, 친척들께서 보시고 중요한 제보는 알려주시고 있다"며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 많은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손씨는 "이번에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런 세상을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고도 했다. 정민씨가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직감한 상황에서도 세상에 대한 원망보다는 되려 감사의 마음을 표한 것이다. 그리고 몇시간 후 정민씨는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손씨는 정민씨의 죽음을 확인한 이틀 후 끝없는 슬픔에 빠지기보단 생전 아들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손씨는 2일 밤 블로그를 통해 '아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아들과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을 올렸다. 손씨는 오늘은 장례 2일째"라며 "드디어 입관을 했다. 한강 물 속에서 혼자 외로웠을 아들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예쁘게 해줬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선물한 이모티콘을 써주는 아들이 너무 고마웠다며 해당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정민씨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아빠! 사랑해!!" "이욜! 역시 우리 아빠!" "우리 아빠 최고!!!!!"라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손씨는 아들이 의대 본과에 들어간 후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넌 자랑스런 아들이야"라고 했다.

정민씨가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할아버지는 저렇게 환하게 웃으실 때가 많고 좋았지 ㅠㅠ"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손씨는 "아빠 엄마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정민이 늙는 것까지 볼게. 우리 힘내자"라고 했다. 손씨는 이날 블로그에 "이 말을 저는 지키고 있는데 이놈이 지키지 못했네요"라고 했다. 손씨는 끝으로 "전 이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웠다"며 "이제 같이 여행은 못 가지만 아내와 다짐했다. 이 집에서 영원히 살면서 아들 방을 똑같이 유지하기로"라고 했다.

정민씨의 발인날이었던 5일 손씨의 가슴 절절한 고별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를 울렸다. 다음은 손씨가 고별식 때 아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정민아.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 내가 착한 너를 얻으려고 아무것도 한게 없기에 넌 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우리에게 왔다 간 기간이 21년밖에 안되서 너무 서운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고 우리 부부에게 인생은 살아갈만한 것임을 알려주었고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네가 없다면 우리는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몰랐을거야. 지금의 이별이 너무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이제 너를 보내주려고 한다. 우리는 늘 너와 함께 할거고 널 늘 그리워할거야.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있을께, 엄마는 걱정하지마. 아빠 믿지...사랑한다."

손씨의 의연한 태도와는 별개로 정민씨의 죽음은 아직 미궁 속에 빠져있다. 정민씨의 실종 당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A씨의 다소 수상한 사건 이후 행적과 말 바꾸기 때문이다. 손씨는 이미 이와 관련해 끝까지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손씨는 지난 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 잃은 아빠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정민씨의 명복을 빌며,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정민씨가 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원한다. 아울러 정민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초경찰서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 역시 촉구한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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