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은 가상화폐 단계적 제도화하는데 한국 정부는 "과세만 하겠다"
기재부와 금융위, 서로에게 가상화폐 정책 주무 떠넘기려고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최근 첨예한 논란 가운데 있는 가상화폐를 다룰 주무부처가 되기를 꺼리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려 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가상화폐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과세만 할 뿐 보호할 생각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 정책 주무부처가 아디냐"는 질문을 받고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특금법이 금융위 소관이기에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화폐 기능이 있으니 기재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두 부처가 가상화폐 관리감독 업무에 있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금융계에서는 전형적인 관료들의 복지부동 행태를 한심스럽다는 듯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선진국들이 가상화폐를 순차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정부는 "과세는 하되 보호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미국은 연방 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화폐를 금융·증권 상품으로 규제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개별 주법으로 관리·감독한다. 일본은 이미 2014년에 가상화폐 관련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가상화폐 교환업자는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하며, 거래소는 가상화폐 불법 유출 방지를 위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의무를 지도록 했다. 가상화폐 상장도 금융청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가상화폐를 이미 투자상품으로 제도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까지 가상화폐 규제안을 마련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할 생각만 하지 말고 위험을 관리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등을 위한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관련 규제 법안은커녕 부처별로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주무부처도 서로에게 떠넘기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화하는 게 제대로 될 리 없는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지명자도 이번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이 없어 가치 보장이 어렵고 가격변동성이 매우 높아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해 입법화까지의 여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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