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문 대통령, 급해지니 이재용 사면 검토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문 대통령, 급해지니 이재용 사면 검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가탄신일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관련 논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만나게 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측의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벌개혁 큰소리 쳤는데, 반도체와 백신 문제로 삼성이 필요해

청와대와 여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변화된 기류가 감지된다. 사면 대신 가석방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삼성그룹을 개혁 대상으로 규정하고 때려잡다가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백신수급 난항 등과 같은 중대사에 봉착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반도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아울러 모더나와 같은 고품질 백신 수급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정치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연초에 냉랭했던 문 대통령, 바이든과의 회담 앞두고 사실상 이재용 사면 검토 발언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회견에서 감지됐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1월 두 전직 대통령 특별 사면 관련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사면 논의 자체를 차단했다.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의 사면 움직임은 국민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선 두 전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해 달라진 입장을 드러냈다.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불행한 일”이라며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의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밝혀,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 12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조기 사면 촉구 의령군민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오태완 의령군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조기 사면 촉구 의령군민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오태완 의령군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 4주년 연설 3일 뒤인 지난 13일에는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 이 부회장 사면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1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 행사에서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반드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K-반도체’를 내세우며 “민관이 힘을 모은 ‘K-반도체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고를 넘어설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에 맞서 더욱 적극적으로 선구적 투자에 나서주신 기업인들의 도전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며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의 시대로 옮겨갔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당에서 논의하진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연초 이낙연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거론했다가 역풍을 맞은 뒤엔 사면 얘기 자체가 금기시됐다.

그러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도 관련이 있다. 21일 (현지시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반도체와 백신 문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둘 다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한 분야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 의제로 떠오른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백신 생산까지 논의되면서 지지율 반등을 고심하고 있는 당의 목표와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 여당 내 이재용 사면론 점화

이처럼 민주당 내 기류가 바뀐 데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의 '이재용 사면' 발언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계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반도체의 수급 상황, 미국에 대한 투자,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이 강력히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가 매우 불안하고 반도체 위기를 온 국민이 극복하기 위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국민들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좀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0일 양향자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반도체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 기업은 진두지휘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며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이 부회장의 조건부 사면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양향자 의원은 최근 “사면은 삼성이나 이 부회장을 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반도체 경쟁에 대한 위기 의식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 양향자 위원장이 참석해 있다. 양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건부 사면론을 언급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 양향자 위원장이 참석해 있다. 양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건부 사면론을 언급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장관 최근 가석방 기준 완화 조치...이재용 ‘석탄일 가석방’을 위한 포석?

청와대와 민주당의 달라진 기류가 포착되면서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가석방’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 부회장이 오는 19일 석가탄신일에 단행될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다. 사면이 부담스러울 경우 가석방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석가탄신일 다음날인 20일에는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압박하려는 러만도 미 상무장관의 화상회의에 삼성전자가 호출됐고, 그 다음날인 21일은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54개 교정기관은 19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514명의 가석방을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가석방 심사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결재하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은 채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일정 기간 이상 복역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와 달리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형기 자체를 종료시키고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가석방 심사기준을 현행보다 5% 정도 완화해, 복역률을 60~65%로 낮추는 방안을 결재했다. 법령상 가석방 기준은 형기 3분의 1만 채우면 대상이 되지만, 법무부는 예규를 통해 실제로 80% 이상 복역해야 허가를 해왔다.

당시 박 장관은 가석방 형기 심사기준을 60%로 낮춘 것에 대해 "이재용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석방 심사시 복역률을 60%로 낮추더라도 교도소장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관의 개입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민여론'과 '교도소장 자체 판단'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18일 2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353일의 구속 수감 기간을 채운 상태였다. 그 이후 현재까지의 수감 기간을 더하면 100일 넘는 만큼, 전체 912일 수감 기간 중 현재까지 50%~60%를 복역한 셈이다. 충수염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지낸 기간은 뺀 수감일 기준이다.

여권 핵심관계자, “시간이 임박한 석탄일보다 광복절 특사에 주목해야”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써 임박한 석탄일 가석방 논의는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의 경우엔 활동에 일정한 제약이 있는 가석방보다 사면이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간적으로도 너무 임박한 석가탄신일보다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내에선 국민 공감대를 더 확인하자는 의견과, 반도체와 백신 전쟁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을 고려해 이 부회장이 일선에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한다”고 밝혔다. “찬반을 떠나 이제 당차원의 공론화 시점이 된 만큼,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