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암호자산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된 데다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서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진행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레버리지(대출)를 이용한 개인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가계 손실 위험이 그만큼 커질 수 있고, 금융기관 리스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됐는데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유지한 이유는.

▲ 경제 상황 호전, 회복에 못지않게 향후 흐름의 불확실성, 특히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백신 접종이 얼마나 빨리 진행될 것인지 등이 우리 경제 회복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낙관적인 미래 전망은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그에 따라 경제 주체의 심리가 호전되고,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추가로 경기 부양책까지 고려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국내 소비의 회복세가 더 빨라질 것이다. 그러면 성장률도 기본적 전망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4차 재난지원금이 반영됐는데, 그 효과는.

▲ 2월 전망 발표 이후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약 15조원 규모 추경이 확정돼 지금까지 70% 정도 집행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지원금은 소비성향이 높은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집중돼 소비 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한은의 거시 계량모형으로 추정하면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 국내총생산(GDP) 갭(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 플러스(+) 달성이 연내 가능할 것으로 보나.

▲ 지금 경기 회복세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백신 접종이 확산하면서 경제활동이 정상화한다는 걸 전제로 하면 해소 시기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 1분기 말 가계 빚이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향후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가계부채 증감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 가계부채 증가는 코로나19에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채무가 늘어난 측면이 있고, 한편에서는 자산 가격 상승과 연계해 위험 추구 행태를 한층 강화함에 따른 것도 있어서 상당히 우려스럽게 본다. 금리가 올라가면 차입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크고,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면 한은이 미리 신호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그 안에 깔린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한다. 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에 지장을 줘서는 곤란하다. 정상화만을 위해 서둘러서도 안 되겠지만 지연됐을 때의 부작용도 크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두고는 오늘 금통위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경기 회복세는 지속시켜야 하고, 그러면서 금융 불균형의 누적은 방지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서두르지도 않아야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

-- 금리 인상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 경제상황의 전개가 가장 중요하고,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시장에서의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도 적정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

-- 미국 경제 지표 호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조정이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할 때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국내 여건에 맞춰서 하는 게 맞다. 과거를 봐도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조정한 경우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하반기에는 2% 내외에서 움직이고,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1%대 중반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것이 유가와 농축산물인데 그런 공급 측 영향이 내년에는 줄어들 것이다. 반면에 수요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상승률은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 연준 이사가 디지털 달러와 관련해 호의적으로 발언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이 빨라질 가능성은.

▲ CBDC 도입을 결정하려면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제도적 법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시기를 구체화하기는 어렵다. 신용위험이나 유동성 위험이 없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 필요성은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의실험을 토대로 한 기술적 연구는 계속할 것이다.

-- 암호자산이 금융안정 상황에 영향을 주나.

▲ 암호자산 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확대된 데다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서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레버리지(대출)를 이용한 개인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가계의 손실 위험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는 가계 손실에 그치지 않고 대출 부실로 금융기관 리스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동향, 암호자산 거래와 연동된 은행 계좌 입출금 규모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

-- 한은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넣는 법안 논의가 활발하다.

▲ 고용책무를 한은법 목적조항에 반영하기 위한 개정안이 5건이 발의돼 있고, 각 안건은 서로 책무 간의 우선순위 등에서 상이하다. 고용책무 도입을 통해서 국민경제에 대한 중앙은행 기여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본질적인 책무라고 할 수 있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달성이 저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 한은이 시장 안정 차원에서 올해 상반기 중 5조∼7조원 규모 국고채 단순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나.

▲ 채권시장에는 한은 국고채 매입 계획이 선반영돼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당초 발표 계획대로 단순매입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6월 말까지는 잔여금액 규모의 매입을 할 것이다.

-- 한은 통안채는 유동성 통제 기구로서 필요하지만, 국가부채로 집계되지 않아 국가부채를 우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화안정증권은 한은이 통화안정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한은의 부채다. 정부가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 의무를 갖지 않기 때문에 부채로 집계되지 않는 것이 맞고, 이것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도 부합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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