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보안법 철폐론이 지난 20일 기어코 국회에 등장했다. 이로써 자유민주주의가 스스로 붕괴되지 않도록 유지되던 '방어적 민주주의'의 근간이 뿌리째 뽑힐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도 지난 73년간 이를 구현하던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해치려는 국내외 대공 위협을 분쇄해왔지만, 현 정권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범여권 인사들의 입법 전횡으로 이마저도 거의 무력화된 모양새다.

문제의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2110236)'은, 지난 20일 정의당의 강은미 의원을 필두로 심상정·배진교·장혜영·류호정·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이용빈(더불어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김홍걸·양정숙 의원이 발의했다. 이로써 국가보안법의 전면 철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평화통일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와 국민기본권을 유린하는 냉전시대의 유산"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말이 사실일까.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1. 국가보안법에 의한 수사 대상은 일반 국민 아닌 연북(聯北) 인사

그렇지 않다. 국가보안법은 대공수사권의 6가지 근간 중 하나이다. 올해 1월부터 개정돼 시행된 국가정보원법 제4조(직무)에 따르면, 국정원은 형법 중 내란(內亂)·외환(外患)죄, 군형법 중 반란·암호부정사용죄·군사기밀보호법과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특히 반국가단체 연계)를 수사하게 된다.

한마디로, '간첩(間諜)죄'를 수사하는 법이 국가보안법이다. 이는 국내 형법 중 제98조에 명시된 간첩죄의 빈틈을 메우기도 한다. 형법 제98조에 따르면 '①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은 '적국(敵國)의 간첩'이라고 언급하는데, 놀랍게도 북한 간첩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회원 등이 7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7(사진=연합뉴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회원 등이 7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7(사진=연합뉴스)

#2. 반국가단체 침투에 방어하는 최후 보루는 국가보안법

지난 2008년 대법원은 북한에 대해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反)국가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라고 판시했다(2003도758, 전원합의체, 대법원 2008.4.17).

여기서의 핵심은 북한은 실정법상 '반국가단체'에 속한다는 것. 이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국가보안법 제1장 총칙의 제1조(목적)제1항에서 존재 의미가 명확히 나타난다.

대법원의 판결에서와 같이 '반국가단체'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법임을 국가보안법 제2조는 언급한다.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라는 게 그 내용이다.

간첩수사 결과를 보도한 대한뉴스 1926호(사진=KTV, 편집=조주형 기자)
간첩수사 결과를 보도한 대한뉴스 1926호(사진=KTV, 편집=조주형 기자)

#3. 대공수사 담당했던 군·경·국정원···주축은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에 따라 구현되는 안보수사, 즉 실무상 '대공수사'로도 불리는 대공 방어활동은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에 따라 정보수사기관이 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그동안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국이 주무 부처로 경찰의 보안수사국,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국군기무사령부)의 방첩수사처와 함께 대공 위협에 대응했었다.

국내외 대공 위협은 정보기관에 의해 탐지·식별·추적돼 검찰 공안부가 최종적으로 재판에 세운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단체로부터 조국과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게 바로 취지이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4. '위헌정당' 통합진보당 후신 정당 주도로 국가보안법 무력화 시도

정의당의 강은미 의원 등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며 "국민기본권을 유린했던 법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폐지해야 한다"라고 강변한다. 일반 청장년층 혹은 자영업자등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국민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논리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앞서 밝힌 국가보안법의 처벌 대상은 반국가단체를 위해 활동하는 반체제 연북(聯北) 인사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려는 강은미 의원의 소속 정당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통합진보당이 바로 그 실례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심판(2013헌다1)에 따르면, 이석기 前 의원이 속했던 통합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 개념'을 내세웠다고 헌재는 판시했다. 그들의 '진보적 민주주의'란, '민족자주(자주)·민주주의(민주)·민족화해(통일)'이라는 표어로 구현되는 '북한 식 대남혁명전략'으로 향한다고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헌재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피청구인이 추구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의 특정한 계급노선과 결부된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정면 대립한다"라고 판시했다.

기자는 올해 초, 문화계와 법조계 등을 통해 '반미구국전선'의 불온 문건 '새날'의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5.0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기자는 올해 초, 문화계와 법조계 등을 통해 '반미구국전선'의 불온 문건 '새날'의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5.0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5. "기자님. 청년으로서, 국가보안법 때문에 살기가 어려우십니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등에서 30년간 국가보안법 등의 분야를 다뤘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보안법의 제정이유는, 북한의 대남 혁명을 방어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국가보안법이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악법입니까?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은 민주애국인사를 억압하는 반민주악법이 아닙니다. 이미 기자님이 언급했듯이, 제1조 목적에서부터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방어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생존을 확보하려는 법이에요. 국가보안법으로 불편한 사람들은 일반 국민들이 아니라, 북한 간첩이나 일명 '종북세력'으로 불리는 체제 전복세력입니다. 기자님이 이 법으로 불편하신 게 있습니까?

-국가보안법에서는 '북한'이라는 용어가 없던데요?
▲그렇습니다. 국가보안법이 통일을 방해한다는 저들의 논리는 잘못됐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체제 안전에 위해를 가하려는 세력에 대해 방어하겠다는 겁니다. 법원 판례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판시한 겁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은 이미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활동하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국가보안법을 철폐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왼쪽부터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거 선거운동 시절(사진=연합뉴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선거통계관리시스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거 선거운동 시절(사진=연합뉴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선거통계관리시스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6. 정의당의 폐지안 말고도 더불어민주당도 준폐지안 발의

지난 26일 기준으로 국회에서는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외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김용민·김남국 의원과 신정훈·이동주·장경태·조오섭·이성만·김철민·윤영덕·이수진·최혜영 민주당 의원,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 양정숙·김홍걸 의원 등이 발의한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2104605)'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명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행위 처벌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법안이다. 범여권에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려는 시도가 수면 위로 나온 가운데, 대통령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4년 전인 2017년, 대선 토론회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지난 2004년 국회에서 의견이 모아졌지만,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기도회'에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9.2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기도회'에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9.23(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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