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존슨 사가 2020년 9월 제공한 자회사 얀센 개발 코로나 19 백신 시제품. 29일 면역 기제 발동을 통한 예방효율이 전세계 평균 66%, 미국 경우 72%로 발표되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존슨앤존슨 사가 2020년 9월 제공한 자회사 얀센 개발 코로나 19 백신 시제품. 29일 면역 기제 발동을 통한 예방효율이 전세계 평균 66%, 미국 경우 72%로 발표되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원을 약속했던 백신이 ‘얀센’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애초에 알려진 55만명분의 2배에 달하는 100만명분이 제공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현역 군장병들에게는 접종되지 않는다. 얀센은 우리 방역당국이 30세 미만에게 접종금지를 권고한 백신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도 접종을 꺼리는 얀센 100만명분을 주고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총리, “한미동맹의 굳건함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 강조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얀센 백신 100만병분 지원에 대해 밝혔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미국 백신 제공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미국 백신 제공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얀센 백신은 우리 군용기로 6월 5일께 도착한다. 얀센 백신은 6월 중 접종을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 접종이 완료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미국이 제공하는 얀센 백신의 접종 대상은 30살 이상(1992년 1월1일 이전 출생자) 예비군(53만8천명), 민방위 대원(304만명), 국방·외교 관련자(13만7천명) 가운데 선착순 예약자 100만명이다.

국방·외교 관련자로는 30살 이상 60살 미만 군인 가족, 외교부·국방부·병무청 등 공무원·연구원 등이 있는데, 정부는 이들에 대한 명단을 확정해 사전예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약은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https://ncvr.kdca.go.kr)을 통해 가능하고, 같은달 10일부터 20일까지 병·의원 등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한다.

이번 얀센 백신 공여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백신 부족을 겪는 국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연장선으로 백신 지원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100만명분 제공은 애초 약속한 55만명분의 두배라는 점에서 김부겸 총리가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수도 있다.

얀센은 AZ처럼 ‘희귀 혈전증’ 우려 있는 백신...55만명 군장병에게 접종 못해

하지만 얀센 백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두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첫째, 얀센은 아스트라제네카(AZ) 못지않게 ‘희귀 혈전증’ 논란이 있는 백신이기 때문이다.

둘째, 55만병의 장병들에게 맞힐 목적으로 제공한다는 원래 취지대로라면 미국 측은 화이자나 모더나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얀센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 접종이 완료되나 ‘희귀 혈전증’ 논란이 있다. 우리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등의 회의를 거쳐 만 30세 미만 장병에게는 접종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얀센 백신은 우리 정부도 600만명분 도입 계약을 한 제품이다. 지난 4월 7일 국내에서도 품목 허가를 받아 바로 접종이 가능하다. 얀센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예방효과가 66%인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21일 캐나다 보건부 조사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는 64%, 브라질발 변이에는 68.1%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FDA도 “얀센은 50세 이하 여성은 혈전 위험 있다” 명시

하지만 지난 4월 21일 유럽의약품청(EMA)은 미국 존슨앤드존슨 백신 계열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마찬가지로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희귀 혈전증과 연관성을 언급했다. 다만 매우 희박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인 점 등을 고려해 얀센 백신 역시 코로나19 예방 이점이 부작용 위험을 능가한다고 판단했다.

EMA의 발표 이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의 예방접종자문위는 화상회의를 열어 접종이 중단됐던 얀센 백신에 대해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재개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결정에 따라 식품의약국 (FDA)은 얀센 백신의 약병 겉에 ‘50세 이하 여성에게는 혈전 위험이 있다’는 안내 문구를 달기로 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 부문 계열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 부문 계열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얀센 백신의 경우 30~49세 여성을 혈전증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보고 있다. 30∼39세 여성에서는 얀센 백신 접종 100만 회당 12.4명꼴로 혈전증 환자가 발생했다. 40∼49세 여성에서는 100만 회당 9.4명꼴로 환자가 나왔다. 이보다 나이가 더 많은 여성이나 남성에서는 100만 회당 환자 발생 비율이 3명 아래다.

국내 의료진들, “현역 장병용이라면 화이자나 모더나 제공했어야”

얀센 백신과 관련해 우리 방역당국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6일, 28일 열린 세 차례 전문가 자문회의와 지난 29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과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30세 이상에 대한 접종을 권고했다.

따라서 미국이 제공하는 얀센 백신을 30세 이상의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에게 접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미국에서 백신 제공 조건을 군 장병용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조건에 맞춰서 접종하기 위해 현역 장병 보다는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이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인 정기석 한림대 교수(호흡기내과)는 “미국이 군 장병용이라는 취지라면 30살 미만 현역 장병에게 접종할 수 있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제공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점이 있다”며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으로 끝낼 필요성이 있는 미등록 외국인, 노숙자, 격오지 거주자, 원양어선 선원 등에 먼저 접종하는 데 사용하면 좋았겠으나, 미국 쪽의 제공 취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을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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