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택임대차 신고제'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년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부터 실시된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택임대차 신고제'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년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부터 실시된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신고제’(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된다. 전세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이 넘는 전·월세 계약을 한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아파트는 물론 단독·다가구, 빌라(연립·다세대), 오피스텔, 고시원 등도 해당된다.

세원 증대가 목적인데 임차인 보호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

정부는 31일 ‘주택임대차 신고제’ 시행 취지가 ‘임차인 보호’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정부가 세수확장을 위해 새로운 신고제도를 도입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인데,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소득있는 곳에 징세 있다”고 얘기하면 설득력이라도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임대차 신고제’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 시행은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시작된다. 임대인 또는 임차인 중 한 명이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전용 온라인을 통해 계약서를 내면 된다. 계약금액에 변화가 없는 갱신계약이나 한 달 이내의 초단기 계약은 신고할 의무가 없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와 지방 시(市)의 신규와 갱신 계약 모두 대상이다.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임대차 관련 정보는 오는 11월부터 공개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월세 계약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가 없다. 부동산 매매 거래에 대해서만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전·월세 계약 중 확정일자가 부여된 30% 정도만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확정일자 등의 기존 제도만으로도 임차인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 ‘증세 목적’ 아니라면 추가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변 임대료 정보가 공개돼 임차인은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고, 임대인도 공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세입자 주거 안정성 높아질 것” VS. 시장, “전세는 물론 월세 매물도 자취 감출 것”

정부는 임대차 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신고제’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전세는 물론 월세 매물까지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다. 전세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이 넘는 계약을 한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다. 전세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이 넘는 계약을 한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시장에서는 정부가 세수확장을 위해 이런 제도를 활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를 주고 월세를 받으면서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집주인을 찾아내 세금을 매길 것이라는 얘기다. 전·월세신고제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연결되면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소액 임차인들의 고통 심화될 가능성”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이것이 과세자료로 활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월세 계약들을 전세계약에서 보증부 월세계약으로 전환하게 되면 결국은 소액 임차인들의 임대차 고통이 더 심화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인 입장에선 임대소득이 노출되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며 “세금이 늘면 어떤 식으로든 세입자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임대차 3법으로 선보인 제도 중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작년 7월 31일부터 이미 시행됐다. 이 두 제도의 취지는 ‘임차인 보호’였다. 그러나 실제론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임대차 3법’ 중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주택임대차 신고제’ 역시 임차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와 아파트 입주민 카페 등에선 신고제 시행에 맞춰 미리 전셋값을 올렸다는 집주인들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세 부담 늘어나는 집주인들, 월세 매물까지 거둬들일지도 몰라”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전세 수급 지수’도 지난주 171.4(최고점 200)를 기록했다.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4% 오르며 상승폭(전주 0.03%)을 키웠다.

여기에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되면 임대차 시장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시장 투명화라는 장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는 물론 월세도 주길 꺼릴 것”이라고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도입된 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집주인이 증가했는데, 신고제로 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월세 매물까지 거둬들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자금 사정이나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월세를 살아야 하는 경우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전·월세를 구하더라도 비싼 값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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