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추미애를 내세워 밀어붙인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본질은 노무현 자살에 대한 보복극이다. 공수처에 더해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검수완박’으로 검사들의 팔다리를 잘라내는 것이다.

자신들은 ‘절대선(善)’이라는 독선에 사로잡힌 좌파 정치세력은 검찰의 칼을 맞아서는 안된다는 ‘내로남불’을 마치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인양 선전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감행한 김오수 검찰총장은 2일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국민중심 검찰’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통적으로 검찰이 지향해온 슬로건, 전국 검찰청사 마다 가장 많이 붙어있는 글귀는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이다.

이런 간단한 검찰의 존재논리를 건너뛰고, 국민을 운운하는데서 김오수 총장 체제의 정체성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수사를 계기로 미운털이 박힌 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그에대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저항하는 검찰주의자로 규정했다. 검찰조직의 보전과 안녕을 최우선시 하는 검찰공화국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불법을 처단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검찰의 팔다리를 자르려고 하는 세력에게 저항하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 윤석열과 그의 핵심 측근이라는 한동훈 검사장 같은 특수통 검사들이 만든 잘못된 풍토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시점에서 보면 대표적인 것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윤석열 한동훈 라인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부작용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한편으로 ‘삼성 저격수’였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 서울지검 3차장으로서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수사를 지휘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공모한 범죄한건으로 만드는데 큰 집착을 가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법원에서 기각해도 끊임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검찰개혁 차원에서 지금은 금지된 수사브리핑, 즉 기자들을 상대로 한 티타임 브리핑에서 삼성과 경영진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 및 경영진에 대해 불법으로 연명하는 집단으로 표현하는 등 폄훼가 심했다고 전해진다.

검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명감과 공명심, 양명의식은 분명 필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사명감과 공명심은 그 정도가 과했을 때 곧바로 독선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독(毒)이 베어있다.

윤석열 총장(사시 33회), 한동훈 검사장(37회)의 까마득한 사법시험 선배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사시 11회)은 역대 검찰사상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그는 동시대 검사들 사이에서 존경하는 검찰선배를 묻는 투표를 하면 늘 1위를 차지했다.

이명재 전 총장은 김오수 총장에 앞서 최근 30년내 검찰사에서 유일하게 변호사로서 김대중 정부시절 TK(대구 경북) 출신임에도 검찰총장에 발탁됐다. 5공화국 초기 이철희 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때 부터 시작,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에는 늘 그가 있었다.

한국은행을 다니다 전직한 그는 검사라기에는 외모가 너무 선량해 보였다. 그래서 범죄를 부인하던 사람들이 그의 인상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자백을 하고 말았다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그의 상관들도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 때 마다 가이드라인 제시 등 ‘외압’을 행사하려 했지만 결국 “이명재한테 졌다”고 손을 들고 말았다.

총장으로 취임한 뒤 그는 검찰청에 개인 짐을 단 하나도 가져놓지 않았다. 총장실에는 늘 그의 몸과 들고 다니는 가방이 전부였다.

이명재 전 총장은 이런 말을 자주했다. “검찰을 떠난 뒤 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 가슴이 덜컥한다. 나한테 수사를 받은 사람인가? 혹시 나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과거 임관한지 얼마 안되는 어린 검사들은 피의자가 불려오면 오면 법전으로 책상을 툭툭치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 법전에 있는 죄를 모두 적용하면 당신에게 30개 정도의 죄는 물을 수 있다”고.

이명재 전 총장은 말한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 강도 살인사건도 아니고 기획수사로 멀쩡한 사람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쥔 특수부 검사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라고.

김오수 총장에게도, 윤석열 전 총장에게도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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