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현 편집제작부장
최대현 편집제작부장

가족은 광장에서 목에 칼을 차고 무릎이 꿇린채 처형을 기다리는...”

살수들은 신이 났다. 도끼를 내리쳤고, 칼을 휘둘렀다. 활을 쏘고 창을 던졌다...”

수십 개의 칼날이 몸 속으로 계속 쑤시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끔찍한 절통(切痛)이었다...”

 

무협지의 한 장면이 아니다대한민국의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이 쓴 회고록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그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법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좌우 균형을 잃은 글이 대부분이었기에 폴리페서라는 비판을 받았고, 그때마다 앙가주망을 말하며, 지식인은 글로 사회에 참여한다고 주장했다.

 

앙가주망을 실천한 사람 중 한 명이 프랑스의 에밀졸라다.

그는, 1898나는 고발한다라는 탄핵문을 발표하면서 간첩혐의를 받은 드레퓌스 대위의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프랑스는 보불 전쟁(나폴레옹 3세와 비스마르크의 전쟁)에서 패해 독일에 막대한 전쟁 보상금을 치러야 했다. 때문에 독일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증오는 대단했다.

이런 가운데 터진 프랑스의 군사기밀을 독일로 유출한 간첩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샀고, 프랑스 군부는 드레퓌스라는 유태인 장교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드레퓌스는 독일정서와 유럽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유대주의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마녀사냥을 당한채 재판을 받았고,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악마섬으로 유배를 가게 됐다.

 

이렇게 끝날 것 같았던 사건은 이후 정보국의 피가르 중령이 유출된 군사기밀의 필체가 에스테라지 소령의 필체와 일치함을 밝혀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피가르 중령의 보고를 받은 프랑스 군부는 고민에 빠진다. 에스테라지를 수사해 범행을 확인하면, 드레퓌스가 무죄를 받게 되고, 그러면 군부가 독일감정과 유대감정을 이용해 억울한 죄인을 만들었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것이고, 그러면 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내사종결 사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결국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부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 피가르 중령을 프랑스에서 튀니지로 전출시키고, 진범인 에스테라지 소령의 범죄행위를 은폐한다(오늘 칼럼의 주인공인 전 법무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절 민정실의 비리를 폭로해 핍박 받은 김태우 수사관이 떠오른다.)

 

다행히 피가르 중령의 억울한 사연은 그의 친구들을 통해 쉬네르 상원의원에게 전달됐고, 드레퓌스 사건은 다시 역사의 무대에서 조명받게 된다.

이때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고발한 사람이 바로 에밀졸라였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식인들은 글로써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국민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번졌고, 지식인들의 사회참여를 앙가주망(engagement)’으로 부르게 된다.

 

다시 서두의 글을 쓴 전 법무장관이 말하는 앙가주망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는 분명 SNS를 통해 무수히 많은을 쓰며 사회문제를 지적했다.

그런데 그의 앙가주망은 왜 칭송받지 못하고, 과거의 그가 오늘의 그를 겁박하는 상황을 연출해, ‘조만대장경’, ‘조스트라다무스라는 조롱을 받게 됐나?

 

그의 글은 진영논리에 빠져 진실을 교묘히 짜깁기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지식인들의 앙가주망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사회를 발전시켰다면, 그의 SNS 글들은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보다는 자기 진영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썼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식인들이 글로 프랑스인들을 깨우쳤다면, 그의 글은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선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3류 무협지 수준의 묘사로 가득한, 자신의 가족의 피를 찍어 썼다는 회고록은 법원의 판결 중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모조리 빼버린채 일방적 주장으로 채워져 관계자들을 멘붕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중 한명인 한동훈 검사장은, "그토록 주장할 것이 많았다면 왜 법정 증언을 통해 판결을 뒤집지 않은 것인가?" 라고 묻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 교수로, 대한민국의 법을 집행하는 법무장관으로 그가 보여주는 앙가주망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무료함을 달려며 포털의 기사를 보다가 댓글로 써내리는 범부의 응~가주망과 다를 것이 없다.

지성인의 앙가주망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만, 그의 응~가주망은 국민을 절망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아직??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니 '~가주망'일지라도 막아선 안될 것이다.

 
다만 그의 응~가주망이 매진 됐다며 자랑하는 출판사나 그의 응~가주망을 사라며 선동하는 사람들을 에밀졸라나 피가르 중령이 본다면 혀를 차며 외치지 않을까?

 

나는 응~가주망을 고발한다!”

 

최대현  편집제작부장 (dawit7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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