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KBS 이사)

티비에스(TBS)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돌연변이적 언론인으로 불릴만한 김어준에 의해서이다. TBS는 TV와 라디오 매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지만, TBS의 유명세가 청취율이 높은 라디오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것은 씁쓸하다. 방송은 흥행산업이다. 필자도 PD 출신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섭외하고 싶은 퍼스낼리티이다. 더구나 그 퍼스낼리티가 기업의 높은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면 그에 상당하는 출연료도 지급할만하다. 이제 TBS 라디오 FM이 교통방송이기 때문에 교통정보 서비스에 충실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요즘 대부분의 운전자는 내비게이션과 모바일로 교통상황을 파악하지 라디오 교통정보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더구나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는 시절이다. 현재 라디오는 시사정보 프로그램이 간판으로 자리잡고 있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이에 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본다. 문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심각한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이 훼손된 미디어는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BS는 여전히 김어준의 출연을 유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글은 돌연변이적 언론인 김어준에 대해 살펴보고, TBS가 사회적 공기로 진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인기, TBS의 정체성은 위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전체 라디오에서 청취율 1위를 할 정도로 대중적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지난 4월 재보궐선거 기간 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 내용을 면밀하게 팩트체크해 보았더니 이 프로그램은 최악의 선거방송으로 꼽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내곡동 땅 의혹이 제기된 후 재보궐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내곡동 땅과 엘시티 등 일방적인 의혹들을 부풀리고 선동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미디어가 특정 진영의 편을 드는 선거방송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잘못된 선거방송은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파와 불공정 방송에 대한 불만과 문제제기 사례는 차고 넘친다. TBS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진실추구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방송에서 인기는 중요하지만 신기루와 같다. 더구나 공영미디어에서 공적책무를 저버린 프로그램의 인기는 공허할 따름이다. 그 결과는 단지 해당 언론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현재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영향력이 높은 만큼이나 TBS의 정체성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가히 ‘TBS 사태’라 할 만하다.

돌연변이적 언론인 김어준의 편향성과 그 미래

온라인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은 기존 매체의 편향성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방송제작의 현장에 있으면서 언론학을 공부해온 필자에게 김발행인은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언론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돌연변이적 언론인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방송인 또는 언론인으로 시작해서 김발행인 정도의 위치에 오르려면 특정 과정이 있어야 한다. 언론인이 되려면 적어도 방송국 또는 신문사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이나, 연예인의 경우 단역으로 시작하여 스타가 되어가는 흔한 과정도 김발행인에게는 없다. 이런 경우 이렇게 보고 싶다. 자연과학에서는 돌연변이가 있다. 돌연변이란 기존의 DNA라는 것이 변이 또는 변화되어서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로 변화된 것이고, 이는 거시적으로 환경 또는 미시적으로 자체 변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자연과학에서 돌연변이는 정상적이지 않아 연구의 대상이다. 돌연변이를 통해서 왜 정상에서 돌연변이로 되는가를 연구하고 정상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보여준 행태를 살펴본 필자는 김발행인과 같은 언론인들을 한국언론 분야의 돌연변이라고 보는데, 오히려 그들이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자리잡아왔다는 것과 이들을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1998년 딴지일보를 시작하여 2021년 한국언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김발행인. 이런 김발행인은 어떻게 한국언론의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① 김발행인이 나타난 1990년대 말 한국의 언론 상황

현재 한국 언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을 꼽으라면 김발행인이 아마도 가장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어떠한 과정으로 그가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김발행인은 90년대 말 한국의 격변하는 사회, 기술, 정치 과정에서 나타난 특이한 경우이다. 당시 사회 환경은 김영삼 김대중 정권의 소위 민주화라는 시대였고, 미디어 기술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미디어 환경이 시작되었다. 정치 환경은 소위 운동권 출신들의 대거 참여로 정치 기득권이 교체되는 시기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볼 것은, 김발행인의 딴지일보 시작이며 바로 미디어의 기술적 발달이다. 1998년 이 신문은 온라인 기반의 신문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돈을 주고 신문을 사지 않아도 되고, 내용은 젊은 세대에게 지루했던 기득권 정치를 풍자하여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다. 딴지일보 같은 인터넷 신문은 언제든지 컴퓨터로 구독이 되고, 무료이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미디어의 새로운 기술을 이용했다. 그리고 기존의 미디어들은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통한 딴지일보의 증가하는 인기를 크게 견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김발행인의 미디어 활동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해서 자신의 인터넷,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그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다.

② 진행 프로그램 타이틀에 나타난 김발행인의 편향성

지난 20여 년간 김발행인은 다양한 매체에 출연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타이틀과 많은 거리가 있다. 지난 방송은 제쳐놓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타이틀과 김발행인의 모습을 함께 보아도 흥미롭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다스뵈이다> 두 프로그램이다. ‘김발행인’, ‘공장’, ‘다스뵈이다’ 세 단어를 보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김발행인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같은 긴 머리, 콧수염을 보여주었다. 칼 맑스(Karl Heinrich Marx)를 생각해보면 비슷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한때 맑스도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신문 관련 언론인이었다. 공장은 무엇인가? 맑스주의자들이 가장 편하게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발로한 곳이다. 맑스의 모습을 한 사람이 뉴스를 만드는 공장에서 진행했다.

[사진] 칼 맑스와 김어준 얼굴
[사진] 칼 맑스와 김어준 얼굴

‘다스뵈이다’는 흔히 인기가 있었던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의 ‘스타워즈(Star Wars)’ 영화에 나오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가면을 쓴 악역으로 나오는 배역 ‘다스 베이다’를 비튼 작명으로 판단된다. 다스 베이다는 어두운 악의 세계에서 자신의 배후인 은하 제국의 황제 ‘다스 시이저스’의 하수인으로 나오는 역이다. 흥미로운 것은 황제인 다스 시이저스는 ‘다스 베이더’를 통해 제국을 조정한다. 그리고 다스 시지어스는 모든 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스 베이더의 말은 곧 나의 말이고, 그의 명령은 나의 명령과 같다. 이를 부하들에게 전달해라.” 영화 스타워즈의 권력구조에 따르면 프로그램 타이틀 ‘다스뵈이다’는 어떤 이가 황제인 다스 시이저스이고 그의 수하인 다스 베이더이다. 그리고 그들이 조정하고 싶은 제국의 시민들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프로그램의 타이틀만으로 상상하여도 김발행인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현상을 볼 수가 있다. 편향된 언론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 목적인 언론인의 프로그램 타이틀과 얼굴 모습을 통하여 보이는 상상력은 단지 돌연변이와 보이지 않는 배후의 하수인 정도로만 상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김발행인의 배후가 누구인지가 궁금하다.

③ 돌연변이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김발행인의 방송 프로그램 진행은 대부분은 소위 진보정권(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더불어민주당)의 기간에 집중돼있는 현상이 보인다. 반면 소위 보수정권 시기에는 한겨레신문, MBC,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TBS에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에 대해서는 전 서울시장 박원순(2011-2020)의 정치적 성향, 즉 진보적인 정치 배경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김발행인은 소위 보수정권 기간에는 특정 방송국이나 신문사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방송을 진행해 왔고, 소위 진보정권에서는 자신을 선호하는 많은 방송매체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양극의 방송행태를 통해서 살펴보면, 김발행인의 중심 생각인 편향된 언론을 바로잡는 것보다는 그나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 언론을 편향되게 만드는 것에 김발행인이 더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편향된 한국의 언론을 바로 잡겠다는 김발행인은 본인이 돌연변이라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바로 서 있는 사람도 자신의 눈과 목을 기울이면 삐딱하게 보인다는 간단한 자연현상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때로 시대는 기득권마저 손을 못대는 미친 돌연변이들이 존재하지만, 거대한 인간 문명의 흐름에 그들은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TBS는 사회적 공기로 진화해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한국사회의 병폐인 배제적 포퓰리즘을 극대화하는데 큰 성과를 올렸지만, 서울시민을 위한 공영미디어의 공적책무 수행에는 크게 실패했다. 김어준과 함께 발생한 TBS 사태는 서울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TBS를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김어준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미디어업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 개편을 계기를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다. 김어준도 여기서 예외라고 하면 안 될 것이다. 특수하게 관리하면 특이하게 반응한다. 김어준의 사안도 자세히 보면 다른 실직하고 이직한 언론인들과 다를 게 없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실패는 김어준의 책임도 있지만, 경영진과 이사회 등 TBS 거버넌스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공정이 훼손된 흉기는 TBS뿐 아니라 서울 공동체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김어준은 돌연변이적인 언론인일 뿐이다. 김어준이 떠나가도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는 영원해야 한다. 이제 TBS의 중요한 책무는 배제하고 혐오했던 서울시민도 배려하는 사회적 공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TBS는 서울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된다. 멀티플랫폼 시대를 맞이하여 TBS 명칭도 교통방송 이미지가 아닌 서울시민을 위한 공영미디어답게 가령 SMBS(Seoul Metropolitan Broadcasting System)과 같이 바꾸고 서울의 다양한 소식과 뉴스 그리고 교통까지 전해주는 한류의 중심 그리고 한국의 심장 서울을 상징하는 콘텐츠를 담아내는 등 담대한 변화를 모색할 만하다. TBS가 공영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치우쳐 있는 수익구조를 광고와 협찬 등으로 다각화하여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참담한 TBS 사태의 해결책은 재건축이 답이다. 그렇지만 줄탁동시(啐啄同時)여야 한다. 먼저 TBS 종사자들이 이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고 실천할 때, 서울시민이 응답함으로써 사회적 공기로 진화해야 하는 TBS 정상화 프로젝트는 완성될 수 있다.

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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