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 전문가 그룹 출범식에서 강연하는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그룹인 '공정과 상식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이 지난달 21일 출범했다.

얼마전까지 ‘별의 순간’ 운운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띄우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없다”면서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를 오가며 ‘노회(老獪)’한 정치술을 보여준 김 전위원장이 무엇 때문에 윤 전 총장에 대해 심사가 뒤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서는 윤 전 총장의 거취는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실 진영을 떠나 국민들이 대통령감으로서 윤 전총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과연 검사출신이 대통령으로 적합하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보수진영에는 세명의 검사 출신 대선주자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지난번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세 사람 모두 검사출신에 현재 또는 한때 보수야당의 얼굴 또는 인기 1위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출신 및 검사 경력, 정치적 출발점 및 개성에 따른 차이점이 향후 국민의힘 및 보수진영 대선후보 결정과 차기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나이는 홍준표 전 대표(1954년생), 황교안 전 대표(57년생), 윤석열 전 총장(60년생) 순이다. 사법시험 합격 및 검사 임용 순서는 황 전 대표(사시 23회) 홍 전 대표(24회) 윤 전 총장(33회)이다.

셋중 정치입문이 가장 빠른 사람은 홍준표 전 대표다. 조직폭력배 수사 등으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은 홍 전 대표는 김영삼 정부 초기 평검사에서 정치권으로 발탁됐다. 정권 교체시기, 슬롯머신 사건 수사로 ‘6공 황태자’, 박철언씨를 구속한 것이 그와 대립했던 김영삼 대통령 진영의 발탁 이유가 됐다.

국회의원이 된 홍 전 대표는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특의 직설(直說)과 거리낌 없는 행동으로 정치권에서 급성장했고 당 대표를 거쳐 지난 대선에 출마했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황교안 대표 및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저력을 보여주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전 총장과 큰 차이는 있지만 보수진영 2위를 달리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검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평검사로 정치에 입문한지 오래돼 그에게서 검사성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검사 시절에도 조직폭력배 등 주로 강력수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특수-공안-기획통으로 3분되는 검사적 특성도 뚜렷하지 않다.

반면 황교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사를 대표하는 엘리트 공안검사 출신이다. 임수경씨 밀입북사건 등 1980,90년대 굵직한 공안사건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고 그와 맞섰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 공안부에 소환됐을 때도 그의 조사를 받았다.

검사 황교안을 설명하는 또다른 코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것이다. 검사시절 기독교 관련 저술을 내면서 “실정법 보다 교회법이 위에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독실한 신자로 동 시대 대부분의 검사들과 달리 룸살롱과 폭탄주를 멀리했던 특성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보여준 리더십과 연결된다.

모범생 이미지에 인맥이나 측근 보다는 가치와 도덕을 기준으로 위주로 처신하고 사람을 대하다 보니 ‘꼰대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이런 외면적인 모습과는 달리 실제 황 전 대표가 ‘바른생활 사나이’ 그 자체는 아니다.

검사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웬만큼 친해진 사람들에게는 편하게 반말을 하고 아주편한 사람들에게는 “야! 임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총장은 오리지널 특수통 검사출신이다. 거악(巨惡)을 척결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 하는 것을 신조로 삼는 특수통 검사들은 세상을 선과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론자’, ’검찰공화국‘ 등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특수통 검사들의 이런 세계관에 검객(劍客),칼잡이 출신이라는 점이 화합과 통합이라는 국가운영 가치에 어울리느냐는 것이 과연 검사출신이 대통령감으로 적합하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역대 대통령 46명중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포함,25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하지만 직접 검사직을 수행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적은 없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뉴욕시의 수석연방검사 시절 부패한 정치인을 수하하고 마피아를 소탕해 정치적 입지를 다졌지만 개인사로 인해 막상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사 출신으로 법조인 시대를 처음 열었고,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그 뒤를 이었다.

법조인은 직업적 특성상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직역보다 정치와 가깝다. 우리 국회에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은 이유다.

검사는 그 직업적 책무를 ’공익의 대변자, 인권의 옹호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인 중에서 특히 검사가 정치, 대통령의 책무와 가까운 특성을 갖고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출신의 대통령자격론이 일고있는 것은 칼잡이 출신이라는 점으로 인한 정치보복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치보복을 가장 걱정하는 정치세력은 어느 쪽일까?

앞으로 윤석열 홍준표 황교안 등 검사출신에 대한 자질론 시비를 어느쪽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할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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