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안감 조성했다"...'경범죄 처벌법' 조항 무리하게 적용
평소 反문재인 '1인 시위'를 해 온 인물...경찰이 '정권 수호대' 역할 자처한 듯
서울특별시, "'1인 시위' 시위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 없어"

1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는 ‘1인 시위’ 시위자에게 경찰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 당사자인 정 모 씨(무직)가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제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는 ‘1인 시위’ 시위자에게 경찰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벌금을 부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시위자가 지난 수 개월 간 ‘반(反)문재인’을 주제로 ‘1인 시위’를 진행해 왔다는 점을 볼 때, 경찰이 ‘보복성 처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개월 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해 온 정 모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하철 역 출구 앞에서 시위를 하던 도중 “112 신고가 들어왔다”며 출동한 경찰관들이 정 씨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 촬영하고 정 씨를 즉결처분에 넘겼기 때문이다.

무직인 데에다가 학력 수준이 낮은 정 씨는 경찰관이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해서 지난 4월 말께 서울 관악경찰서에 출두해 경찰관이 시키는 대로 문서에 사인을 했더니 10만원짜리 벌금 통지서가 자택으로 날아들어왔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에게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출근 길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정 씨의 말을 들어보니 정 씨는 지난 3월 중순께부터 출근 시간대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마스크 벗기 운동’을 장려하는 취지로 ‘1인 시위’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그로부터 46일째가 되는 지난 4월24일 오전 7시 30분경.

1
정 씨의 즉결심판청구서 내용.(사진=제공)

자신이 진행해 온 ‘1인 시위’와 관련해 정 씨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대책의 일환에서 방역 당국이 야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자’는 취지로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씨는 “경찰이 출동했을 때에는 아침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서있었는데, 경찰관이 다가와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사진을 마구 찍어갔다”며 “나는 한 마디 떠들지도 않고 다른 시민들에게 말을 건 사실도 없는데, 경찰은 ‘그런 사실이 있다’며 사실에 반(反)하는 주장을 하고 내게 벌금을 물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정 씨 처벌의 근거로 삼은 ‘경범죄 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제1항 19호 내용을 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文身)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정 씨의 ‘1인 시위’ 내용을 보면 단순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마스크 벗기 운동을 하자’는 취지의 문구가 적힌 배너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고 정 씨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앞을 정당한 이유 없이 막아서며 시비를 걸거나 한 사실이 없어 ‘경범죄 처벌법’ 적용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씨가 평소 같은 장소에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1인 시위’를 해 왔다는 사실과 관악구보건소 직원이 정 씨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정 씨의 ‘1인 시위’를 방해해 왔다는 정 씨의 주장을 참고로 하면, 경찰은 ‘정권 수호대’ 역할을 자처하며 ‘반문’(反文) 성향인 정 씨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 씨를 즉결처분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펜앤드마이크가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에 문의한 결과 서울시 측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서울시 고시 내용상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집회나 시위에 해당하지 않아 시위자에게 원칙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정 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2677).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