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속도전’ 압박, 백신 예약시스템은 ‘오작동’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속도전’ 압박, 백신 예약시스템은 ‘오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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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접종에 속도전을 당부하면서, 현장에서는 접종 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접종 속도전을 압박하면서, 현장에서는 백신 예약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백신접종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백신 지각 국가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문 대통령의 조급증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장밋빛 청사진 “6월까지 1400만명 접종”...초라한 현실 “8일 0시 기준 1차 접종자 845만명”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101만명 분의 얀센 백신 접종을 더하면 상반기 1천400만명 이상의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3분기에는 국민의 70%인 3천600만명의 1차 접종이 완료될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초라하다. 8일 0시 기준 코로나 백신 신규 1차 접종자는 85만 5642명으로, 지난 2월 26일 코로나 백신접종이 시작된 이래 하루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백신 1차 접종자는 모두 845만 5,799명으로 전체 인구의 16.5%에 불과한 실정이다.

방역당국은 6월말까지 1차 접종자 1400만명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했다. 지난 7일 1차 접종자는 759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방역당국은 6월말까지 1차 접종자 1400만명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했다. 지난 7일 1차 접종자는 759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해철 중대본 2차장은 "이번 주 중에는 전 국민의 20% 수준인 1,000만 명 이상에 대한 1차 접종이 확실시"라며, "상반기 접종 목표인 1,300만 명을 이달 중순경 조기에 달성하고 이달 말까지는 1,400만 명 이상 접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 문 대통령의 목표치 맞추려고 속도전 돌입

문 대통령의 목표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방역당국이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전 예약 대상자인데도 명단에서 누락됐거나 예약이 되지 않는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반대로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20대 대기업 직원이 접수에 성공하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동전의 양면에 해당하는 두 사례를 통해 방역당국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이후부터 50대 이하 일반인의 접종이 시작되는 만큼, 속도전보다 안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① 의료종사자 등 30세 미만 우선 접종 대상자인데도 예약에서 빠져...접종 관계자, “현재 시스템 문제없어”

지난 7일부터 30세 미만(1992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 경찰·소방 인력,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1·2학년) 교사 및 돌봄 인력 대상자들의 사전 예약이 시작됐다. 이들은 당초 2분기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을 예정이었으나, AZ 백신의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로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들은 7일부터 15일까지 사전 예약을 한 후, 오는 15∼26일 동안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

그런데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료계 종사자인데 백신 예약 대상에서 누락된 것 같다', '대상자라고 통보를 받아 신청하려 했더니 예약 대상자가 아니라고 한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사로 일하는 20대 A씨는 "어제부터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접속했더니 대상자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관할 보건소에 연락해 재직증명서를 보냈는데도 예약할 수 없다고 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사인 또 다른 20대 B씨는 "접종 대상자여서 신청하려 했더니 '접종 기간이 아니다'라는 창이 떴다. 교육청, 보건소, 질병관리청 콜센터에 전화했지만 서로 책임만 미루는 상황이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접종 과정에서 대상자 명단 누락이나 오류가 종종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 시스템상의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당초 2분기 접종 대상자였던 30세 미만 대상군의 경우 소관 부처 및 기관, 협회 등을 통해서 명단을 제출받았다"며 "현재로서는 접종 대상자 대거 누락이나 오류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역당국은 다음 달 중에 추가 예약 및 접종을 진행할 예정인 만큼, 명단 오류나 누락 여부를 다시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장 현장에서 접종을 해야 하는 대상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시스템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설명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② 대상자 아닌 20대 대기업 직원들이 화이자 백신 예약에 성공...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앞다퉈 예약 시도

30대 이하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접종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7월 이후50대부터 차례로 접종에 들어간다는 대략적인 일정만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직원들이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해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에 대거 성공하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예약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20대 일반 직장인이 화아지 접종 예약에 성공하면서 접종시스템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20대 일반 직장인이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하면서, 예약시스템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삼성전자에 다니는 20대 A씨는 지난 7일 오전 화이자 백신 예약에 성공해 이달 16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의료기관에서 1차 접종이 진행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예약번호도 받았으며 2차 접종 날짜까지 확정받았다.

A씨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의 20대 직원 중에서도 예약자가 대거 나왔다. SNS를 통해 예약 성공기가 나돌자, 젊은 직장인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도나도 예약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예약 오류는 사전예약 시스템에 '예약 가능 명단'이 잘못 들어갔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이 30세 미만 의료기관 종사자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준비하면서 대상자 명단을 시스템에 잘못 입력해 발생한 일로 밝혀졌다. 백신 접종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15일까지 30세 미만의 의료기관 종사자,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등을 위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예약받고 있다. 그런데 당국이 대기업의 사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30세 미만 종사자의 명단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을 이용했던 회사 직원들 명단도 일부 포함해 입력하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보건당국, 부랴부랴 우선 접종 대상자 아닌 20대 예약 취소 나서

당국은 부랴부랴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20대의 예약을 취소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황호평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1팀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추진단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해보니 일부 기업의 사내 병원이 일반 사원을 종사자처럼 올려둔 경우가 있어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황호평 코로나19 예방접종단장은 20대 화이자 예약은 취소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황호평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1팀장은 "20대 일반인의 화이자 예약은 취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황 팀장은 "받은 명단에서 해당 문제점을 파악해 조치 중"이라면서 "해당 기업의 사원들은 백신 예약에 성공했더라도 접종 대상이 아니므로 취소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해프닝을 통해 방역당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다시 한번 비판받고 있다. 접종 대상자가 명단에서 누락된 경우에는 “방역당국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딱잡아 떼면서,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이 접종 예약에 성공하자 “대상자 명단 입력이 잘못되었다”고 재빨리 시인을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선 접종 대상자인데도 예약이 안 되는 황당한 경우부터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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