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수사한다던 공수처, 이제 와서 검찰 없으면 못 버틴다고
독립수사한다던 공수처, 이제 와서 검찰 없으면 못 버틴다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왼쪽)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왼쪽)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밀어붙인 검찰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국론만 분열시켰다는 비판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포함한 3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직무 관련 비리를 독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이다. 권력 외풍을 차단하면서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자는 취지였다.

공수처라는 조직 자체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찰과 협력하면 공수처 독립성 떨어지는데...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의 협조와 지원 강조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은 8일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에 대해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공수처를 방문해 김진욱 처장을 면담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인사·예산·정책, 심지어 디지털포렌식이나 공판과 관련해 검찰과 협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약 70년의 앞선 역사를 갖고 있는 검찰이 많이 협조하고 지원해줘야겠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실무진들은 실무진대로, 필요하다면 저와 김 처장님은 이쪽대로 공수처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자는 말을 나눴다"고 강조했다.

좋게 보면 두 기관이 우의 있게 협력하겠다는 것이지만,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비춰보면 이상한 일이다. 검찰과 협력할수록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 및 기소의 독립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총장의 발언은 검찰이 공수처의 수족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김 총장이 이처럼 검찰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공수처의 ‘속사정’을 헤아린 태도로 풀이된다. 지난 1월 21일 공식출범한 공수처는 아직 ‘인력 충원’도 마치지 못한 상태이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범한 지 5개월 된 공수처, 검사 정원의 절반만 가까스로 충원...17일 추가충원 위한 인사위 열어

공수처는 10여명의 검사를 충원하기 위해 오는 17일 인사위를 열 예정이다. 지난 3~4월 공수처는 검사 채용 과정에서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19명을 선발하려 했다. 처장과 차장을 제외한 검사 정원은 23명이지만,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만 뽑는 데 그쳤다. 실제로 필요한 검사 인력의 반만 채운 셈이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성문 부장검사, 최석규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성문 부장검사, 최석규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8명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겨지면서 수사1부는 공석인 상태다. 이외에도 수사3부 부장검사 역할을 공소부장이 겸임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다.

검사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공수처는 그나마 임용된 11명의 검사 중 6명이 지난달 말부터 법무연수원 위탁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수사 인력이 충분치 않은 공수처는 이번 인사위 개최를 통해 검사 추가채용을 위한 시기와 기준 등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해서는 ▲처장 ▲차장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처장이 위촉한 사람 1명 ▲여당 교섭단체 추천인사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인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인사위가 열려야 한다.

인사위가 정한 기준에 따라 면접이 진행된다. 면접전형을 통과한 이들은 다시 인사위 심의·의결 대상이 된다. 이후 인사위 추천에 따라 공수처가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최종 후보군을 뽑는다.

친정부 검사도 외면한 공수처, 추가 충원 잘 될지 미지수

공수처가 인사위 개최를 통해 검사 직위 추가 채용을 시작한다 해도, 최종 선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류와 면접전형, 인사위 평가를 진행한 다음 최종후보군을 청와대로 올려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1~2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검사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공수처 검사 채용 당시 경쟁률이 10:1이라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친정부 검사로 평가받던 모 검사도 면접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검사들 사이에서는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수사관 인력 못 채워 검찰 수사관 파견받기도

검사뿐만 아니라 수사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체 수사관 정원 30명 가운데 18명만을 채운 상태이다.

수사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지난 1월 검찰에서 수사관 10명을 파견받기까지 했다. 이런 상태에서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등 사건 3개를 수사 중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신임 수사관들이 지난달 1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신임 수사관들이 지난달 1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검찰에서 파견된 수사관 10명이 파견 기간(6개월)이 종료되면, 파견 연장 없이 ‘친정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사와 수사관이 부족한 상태여서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 파견된 검찰 수사관 10명 중 9명이 ‘7월 이후 복귀’ 선택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검찰 파견 수사관 10명에게 파견 기간(6개월)이 종료되는 7월 이후에도 근무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9명이 복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대규모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공수처 파견 수사관들도 빨리 복귀해 자기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이라면서 “수사 역량이 부족한 공수처에서 더 근무해봐야 본인들에게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선 검찰 파견 수사관들이 공수처 수사력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13명인 공수처검사 중에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은 4명밖에 안 된다. 자체 선발한 수사관 18명 중에선 수사 경험이 있는 수사관이 7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수처검사들이 법무연수원 교육을 받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파견 수사관 중 일부를 공수처 수사관으로 채용하려 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 파견 수사관들은 경험이 많고 유능하기 때문에 남아주길 희망했는데 잘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파견 복귀 여부를 확인하고 인사 담당 부서에서 적절한 충원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