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 9일 조사 결과 발표
이용구 前 법무부 차관 증거인멸교사 혐의, 택시기사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송검(送檢)
사건 처리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 A경사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송치

이용구 전(前)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한 경찰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9일 오전 발표됐다. 경찰은 이 전 차관 사건을 처리한 담당 경찰 공무원(경사) A시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 조직 내외에서는 “결국 꼬리 자르기냐?”는 식의 비판이 나온다.

서울특별시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 브리핑에서 이 전 차관 폭행 사건과 관련한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당시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 전 차관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택시기사는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고도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한 사건 처리 담당자 A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서 정하는 ‘특수직무유기’의 죄란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가법상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도 그 직무를 유기한 때 구성되는 범죄로써, 이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해진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해 11월6일 범 발생했다. 이 전 차관의 자택 근처에서 승객인 이 전 차관을 흔들어 깨운 택시기사에게 이 전 차관이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 사건은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로 처리됐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형법상 일반 폭행죄로 처리됐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지만, 형법상 일반 폭행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있을 경우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경찰 선에서 종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와는 차이가 있다.

사건의 상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각종 해명이 속속 거짓말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특기할 만한 것이었다. 당초 경찰은 이 차관의 폭행을 입증할 물증(영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진술만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가해자가 여권(與圈)의 유력 인사였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 A경사의 개인적 일탈이었다는 취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건 처리 담당자가 속한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 최종혁 총경 등 경찰서 주요 간부들을 포함해 서울경찰청 주요 간부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사건 내용이 보고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 1월24일 진상조사단을 편성하고 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91명을 조사하는 한편 휴대전화 12대, PC 17대, 서초경찰서 CCTV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실시하는 등 진상 규명에 나섰다.

포렌식 결과를 통해 서초경찰서 서장과 과장, 팀장, A경사가 통화내역과 문자 등을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전 차관이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없었고, 이 전 차관의 통화상대방 가운데 서초서장 이하 사건 담당자와 통화한 내역도 없었다. 모든 대상자가 외압, 청탁 행사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조직 내외에서는 “말단 경찰관이 범죄 사건을 윗선에 보고하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설명은 믿을 수가 없다” “결국 ‘꼬리 자르기’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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