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원훈(院訓)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지난 4일 새로 교체됐지만, 그에 따른 비난이 예상된다. 바로 '간첩 전력자'의 손글씨가 담긴 원훈석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원훈 속 서체의 주인공은 故 신영복 씨다. 신 씨는 과거 1968년 지하혁명단체인 통일혁명당 사건의 주범으로써, '조선민족해방전선'이라는 지하단체를 통해 반(反)국가활동을 계획한 인물 중 한명이었다는 게 공안 당국의 판단이다. 신 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관건은, 안보수사의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해야할 국정원이 대통령의 개인적 기호에 맞게끔 대한민국 전복 혐의자의 서체를 본청 앞에 떡하니 세워뒀다는 것. 즉 '정치화'되고 있는 정보기관의 단면을 목도하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 또한 객관적이어야 할 정보기관에 대해 '정치적 오염'을 획책했다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지난 4일, 현 정부는 이같이 반국가활동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인물의 서체를 끌어다 국가정보원의 원훈석에 기어코 새기고야 말았다. 지난 2018년 2월9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알아서 줄을 섰다'라는 비판이 박 원장에게 향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행태 속에 숨겨진 현 안보수사기관의 무력화 실태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반국가활동을 탐지하기 위해 구현된 법적 장치인 '대공수사권'을 본격 무력화 시키는 데에 앞장서 왔다.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란, 경찰 보안수사대와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축소개편)의 방첩처 및 국정원 대공수사국·대검찰청 공안부가 '반국가활동'을 벌인 이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수사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대상은 일반 민간인이 아닌, 연북(聯北)인사다. 그동안 국정원 대공수사국이 안보수사의 주무부처로써 활약해 왔다. 그런데 국정원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원훈석을 간첩 혐의자의 서체로 갈았다는 점에서 원내외에서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이 주축이 돼 발의한 국가보안법 7조 폐지안(2104605)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의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2110236)'이 나온 만큼, 대공(對共) 위협에 대한 대한민국의 방어권은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결국 이같은 행태에 분노한 전직 검·경·군·국정원 대공수사관들과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김태훈)' 등 법조계 105개 단체들은 오는 10일 정오 서울에 위치한 국정원 본부 후문 일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
다음은 규탄 성명 전문.
간첩 글씨체로 국정원 모독한 대통령과 국정원장을 규탄한다!
1.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이하여 대공안보전선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해오신 전·현직 국정원 요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1. 국정원이 새 원훈(院訓)을 공개하고 원훈석(院訓石)을 제막하는데 통혁당 간첩 신영복 글씨체를 새긴 것에 대해 통열히 규탄한다!
1. 국정원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능멸하고 전면 부정하는 원훈석을 즉각 철거하라!
1. 국정원과 대한민국을 모독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박지원 국정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끝)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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