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주주의4.0 연구원’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에서 도종환 이사장 겸 연구원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주주의4.0 연구원’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에서 도종환 이사장 겸 연구원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내 친노‧ 친문 진영이 붕괴하고 있다. 당초 여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체할 친문 대선주자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정치적 동력은 없었다.

‘조국 사태’를 정점으로 한 ‘내로남불’ 낙인과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론이 헤어나올 수 없는 멍에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국이 선물한 ‘내로남불’ 낙인과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론으로 ‘친문 주자’ 못 만들어

송영길 대표가 6월 중순께 대선기획단을 가동시킬 계획이지만, ‘친노‧친문 직계’라 불릴 만한 주자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각 진영 별로 뿔뿔이 흩어지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친문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송영길 대표의 공언대로 대선기획단이 가동되면 늦어도 6월 하순까지는 각 후보자별로 출마선언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문 주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친문의 쇠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문의 쇠락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달 친문 모임인 ‘민주주의4.0 연구원’이 강화도 세미나를 취소하면서다.

지난해 11월 22일 창립 총회를 개최한 '민주주의4.0 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친문계 의원 50여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로 출발하며, 당내 최대 주주로서의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단순 연구단체일 뿐이라며 정치적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친문계의 조직화 움직임 속에 향후 대권지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후 ‘민주주의4.0 연구원’은 지난 1월 15일 ‘코로나19 종식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첫 번째 언택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 국회에 마련된 회의장에는 좌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연구원 이사장)을 비롯 황희, 강병원, 신현영 의원이 참석했고, 민주주의4.0 연구원 소속 회원 40여명은 온라인을 통해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지난 4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7 재보선 참패 후 당의 방향을 논의하는 3선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도 의원은 '민주주의4.0 연구원’의 좌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지난 4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7 재보선 참패 후 당의 방향을 논의하는 3선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도 의원은 '민주주의4.0 연구원’의 좌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후 지난 3월 2일에는 한미 의원 간 화상대화를 열고 미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보건협력 및 경제협력 등 한미동맹의 더 나은 미래구상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는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전 외교부 장관 윤영관 교수를 비롯해, 민주주의4.0 연구원 소속 도종환 원장, 홍영표 의원, 이광재 의원, 김영호 의원, 이재정 의원, 이용선 의원이 참석했다.

친문 구심점 자처한 '민주주의4.0 연구원' 쇠락...친문 세력들 서로 다른 대선캠프 선택

그런데 4.7 보궐선거에서의 참패와 연이은 당대표 경선에 실패하면서 '민주주의4.0 연구원'의 입지는 대폭 축소됐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친문 그룹이 강하게 밀었던 홍영표 의원이 패배하면서 구심점이 사라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 홍영표 후보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1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홍 후보가 당대표에 낙선함으로써 친문은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홍영표 후보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1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홍 후보가 당대표 경선에서 낙선함으로써 친문은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홍영표 의원이 낙선하고 비문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친문의 몰락이 예고됐다는 설명이다.

5월 14~15일 강화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민주주의4.0 세미나가 무산되면서 급속히 세력이 축소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친문 핵심 모임은 당시 극도의 보안 속에 추진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미나가 개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 국면을 핑계로 세미나는 무산되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 “이제 친 이재명계, 반 이재명계로 나뉠 것”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 세미나 무산에 대해 “당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면, 친문 대선 후보가 등장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극도의 보안 속에 추진되던 모임이 기사로 보도되면서, 다들 몸을 사리게 되었다. 세미나 무산이 친문의 결집도가 약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그 이후 친문 의원들은 개별적인 친소 관계나 가치에 따라 각 후보 캠프로 흩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친문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친문은 이미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에 들어섰다. 이재명 지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친문은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겠나? 이제 친이재명계냐 아니냐로 나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① 친문이 두려워한 이재명은 이해찬계 '친노' 품어

친문의 행보는 현재 가장 유력한 여권의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친문의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이 이재명 캠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구가 경기도인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20여명 이상의 친문 의원이 사실상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해찬 전 당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이재명 지사를 지지함에 따라, 이해찬계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인 조정식 의원을 비롯해 김성환·이형석·이해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일찌감치 공개 지지를 선언한 민형배 의원도 있다. 호남 출신 의원으로 가장 먼저 이 지사를 지지함에 따라, 호남 민심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문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이 지사를 돕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백 전 비서관 보좌관 출신이자, 그의 지역구(경기 시흥갑)를 물려받은 문정복 의원이 이 지사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② 박광온, 홍익표 등 친문 의원은 이낙연 캠프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주변에도 친문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던 탓에 '문재인 대통령 계승'을 강조, 친문 의원들과의 접점이 넓다. 당대표(2020년8월~2021년3월) 시절 주요 당직을 맡았던 박광온(사무총장)ㆍ홍익표(정책위의장)ㆍ최인호(수석대변인)ㆍ정태호(전략기획위원장)ㆍ김영배(정무실장) 의원 등이 캠프의 핵심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이 전 대표 비서실장 겸 캠프 대변인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③ 정세균 전 총리는 ‘친문 80% 지원’ 주장

정세균 전 총리 캠프 측에서는 “친문의 80%가 정세균 지원에 나섰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엉이모임 등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이 최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균형사다리' 충남본부 발족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홍 의원 측이 정 전 총리를 돕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노형민 전 비서실장도 캠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전병헌ㆍ강기정ㆍ최재성 전 수석 등 '정무수석 3인방'도 정 전 총리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안희정계' 핵심이자, 강성 친문인 김종민 의원은 정 전 총리 지지 조직인 '균형사다리' 충남본부의 상임 고문을 맡았다.

④ '원조 친노' 이광재 주변에는?... 친문의 킹메이커인 ‘3철’은 대부분 이재명 쪽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통령 출마선언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세균 전 총리, 조정래 작가, 이광재 의원, 이 의원 부인 이정숙 씨, 이해찬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통령 출마선언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세균 전 총리, 조정래 작가, 이광재 의원, 이 의원 부인 이정숙 씨, 이해찬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꼽혔던 이광재 의원 주변에는 친노 인사들이 대거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참여정부 당시 이 의원과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전재수(제2부속실장)·박재호(정무비서관) 의원, 노 전 대통령 고향이 지역구인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 등 PK의원들이 힘을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킹메이커그룹이라고 하는 3철 중에서 이호철 의원은 이광재 의원보다 이재명 지사와 가깝다는 소문이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 역시 이재명 지사 캠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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