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에서 한 시민이 얀센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얀센 백신’을 두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받아온 얀센 백신의 유통기한이 대부분 이달 23일로 알려지면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심이 아니라, ‘미국 내 재고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미국언론의 보도 직후 얀센 백신의 접종 시한을 대폭 단축시키는 지침을 발표했다. 때문에 정부가 미국에서 받아온 얀센 백신의 정확한 유효기간을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이 제공한 얀센 백신 유효기간은 대부분 오는 23일...왜 뒤늦게 알려졌을까?

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백신 물량은 총 101만2800만회분이다. 그 중 30세 이상의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 및 외교 관련자 등 89만4000여명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10일부터 시작된다. 남은 약 11만회분은 의사가 없는 도서지역 거주민이나 긴급 출국자에게 사용된다.

얀센 백신에 대한 사전 예약이 시작됐을 당시 18시간 만에 접종 예약이 완료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었다. ‘희귀 혈전증’ 논란에도 불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과 1회 접종이라는 편의성 때문이었다. 특히 여름 휴가를 앞둔 30대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인 광주 광산구 신가병원에 9일 오전 얀센 백신이 도착해 냉장 보관 중이다. 광주에서는 오는 10일부터 국방 관련 인력 약 9만7천명을 대상으로 얀센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인 광주 광산구 신가병원에 9일 오전 얀센 백신이 도착해 냉장 보관 중이다. 광주에서는 오는 10일부터 국방 관련 인력 약 9만7천명을 대상으로 얀센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제공한 얀센 백신의 상당수 유효기간이 폐기가 임박한 23일로 드러나면서,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선 "재고 떨이 제품인데 안전에 문제는 없겠느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WSJ 보도로 얀센 백신이 ‘재고떨이용’이라는 사실 드러나

문 대통령이 받아온 얀센 백신이 미국내에서 ‘재고떨이용’이었다는 사실은 미국 언론보도에 의해 공개됐다는 점도 찜찜한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문제의 얀센 백신 재고가 수백만 회 분량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얀센 백신의 경우 지금까지 2천140만 회 분량이 미국 정부에 납품됐지만, 실제 사용된 것은 절반을 갓 넘기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얀센 백신 처리를 두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고민에 빠진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품질 우려에 대해 정부는 유효기간 만료 전에 접종이 완료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건당국, “유효기간 내 접종은 의학적으로 안전" 강조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계약팀장은 지난 9일 출입기자단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지난 5월 30일 발표 당시 해당 백신의 유효기간이 6월말 7월초이고, 6월중으로 신속접종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얀센 백신의 유효기간은 냉장 상태에서 3개월이다. 또 미국에서 사용중인 백신을 받은 것이라 국내 사용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의 콜드체인을 유지한 채 유효기간 내 접종이 되면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WSJ 보도 직후 정부 얀센 백신 긴급 접종지침 발표...접종 현장선 대혼란 발생

그러나 WSJ저널 보도 직후 정부와 접종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얀센 백신 보관 기간과 잔여 백신에 대한 지침을 9일 저녁에 황급히 발표했다. 얀센 백신 예약자 중 실제 접종을 하지 않는 잔여량은 만 60~74세에게 접종하도록 각 위탁의료기관에 지침이 전달된 것이다.

이들 연령대는 원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대상자이다. 하지만 사전 접종예약률이 예상보다 높은 80%를 넘으면서, 정부가 확보한 AZ 백신 물량이 약 50만회분 모자라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얀센 백신 잔여량을 쓰도록 한 것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얀센 잔여 백신도 AZ 백신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사전 예약자가 접종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AZ 백신을 접종받는 것으로 알고 예약한 예약자에게 얀센 백신을 투여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을 받는 시민 손등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와의 혼동을 막기 위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등이 2회 접종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얀센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접종이 완료된다. [사진=연합뉴스]
얀센 백신을 접종하는 시민의 손등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와의 혼동을 막기 위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등이 2회 접종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얀센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접종이 완료된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접종인 시작되는 전날인 9일까지도 혼선이 빚어졌다. 의사들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닥터플라자’에서 한 의사는 "얀센 잔여 백신은 얀센 백신 대상자(예비군 등)만 해당되나요, 60세 이상만 되나요"라는 질의가 올라왔고 댓글에는 "기본적으로 60세 이상이다" 또는 "30세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등 서로 다른 내용의 답이 달렸다.

백신 보관 시간에 대해서도 3시간 혹은 6시간 등 다른 의견들이 올라왔다. 얀센 백신은 처음 개봉한 이후 2~8도에서 최대 6시간까지, 실온(25도)에서 최대 3시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이 시간내 사용을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얀센 유효기간 7월초라던 정부, 오는 16일까지 얀센 백신 소진키로

접종기간 역시 정부의 당초 브리핑과 달라져 혼선이 가중됐다. 처음에는 20일까지로 기한을 뒀지만, 지침에는 16일까지로 앞당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1회만 맞으면 된다는 편의성에 예약이 시작되고 18시간 만에 모두 완료된 만큼, 실제 접종도 조기 마감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유효기간을 딱 1주일 앞두고 접종을 마감하겠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었다면, 미리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빠른 접종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어야 한다. 유통기한 내 접종이라서 품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설명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폐기하려던 재고 물량이었다면 1000만명분은 받았어야”

직장인 A씨(32)는 "미국이 폐기하려던 재고 물량이었으면 우리 정부가 100만명분으로 생색낼 게 아니라, 1000만명분 정도는 받아 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기업이 44조원을 지원하는 대가로 받아온 백신치고는 물량이나 유통기한 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얀센 백신 접종 예약자인 회사원 B씨(35)는 사전 예약이 시작된 1일 새벽 스마트폰과 PC에서 동시 접속으로 예약에 성공했지만, 그때의 짜릿함 대신 불쾌감을 토로했다. B씨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보낸 백신이 본국에서 폐기하려 했던 '재고 떨이'였다니, 문 대통령은 그걸 알고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자랑하던 백신 외교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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