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야, 커피 마시자" "밥은 먹었니?" "공부는 도서관에 가서 해라"
'부산 소녀상 자물쇠 사건' 당사자 장 모 씨, "경찰이 사적(私的)으로 내게 전화 걸어..."
지난해 7월 사건 발생 이후 사건 당사자 장 씨 동향 정보 파악해 윗선에 보고한 듯
부산 동구 주민 장 씨, "나를 요주 인물로 특정한 듯...'게슈타포'나 하는 짓"

‘부산 소녀상 자물쇠 사건’ 당사자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무단 반출한 공무원에게 그같은 업무 지시를 한 상사들이 있음에도 이들을 입건조차 하지 않은 부산 동부경찰서. 이번에는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사건 이후 부산 동부경찰서가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에 자전거 자물쇠를 체결한 당사자인 장 모 씨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거는 등 장 씨의 동향을 파악해 온 것이다.

15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20대 후반 취업 준비생인 장 씨(CCTV 영상 유출 피해자, 부산 동구 주민)는 “부산 동부경찰서 정보과 소속 정보관(경찰 공무원) 장 모 경위가 수시로 내게 전화를 걸어 ‘지금은 어디 있니’ ‘오늘은 뭐하니’ 등을 물었다”며 지난해 발생한 소위 ‘부산 소녀상 자물쇠 사건’ 이후 자신이 경찰의 감시 대상이 돼 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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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청 안전도시과 소속 공무원이 무단 반출한 영상을 사용한 JTBC의 2021년 7월16일자 기사 〈이번엔 자전거, 수난의 소녀상…‘노 훼손 노 처벌’ 악용?〉의 내용.(캡처=JTBC)

지난해 7월8일 부산 동구 주민인 장 씨는 동(同) 구 소재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을 지나가다가 동상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잠시 자택에 들렀다. 장 씨가 다시 현장에 와 보니 ‘일본군 위안부’ 앞에는 몇 사람의 경찰관들이 출동해 동상에 체결된 자전거 자물쇠를 절단하려 하고 있었다. 장 씨는 즉각 경찰관들에게 항의했지만, 현장 경찰관들은 장 씨 자전거의 자물쇠 일부를 절단해버렸다.

장 씨 사건의 내용은 현장에 있던 좌파 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제보로 국내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는 부산 동구청에 공문을 보내 해당 사건 현장이 촬영된 CCTV 영상을 확보, 장 씨 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이에 장 씨는 JTBC와 부산 동구청 관계자들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사건은 수사한 부산 동부경찰서는 JTBC 관계자는 ‘불송치’(무혐의) 처분하면서도 부산 동구청 시민소통과 소속 공무원 김 모 씨의 혐의는 인정해 부산지방검찰청으로 김 씨 건을 송치(기소의견)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장 씨가 고소한 사건의 피의자 공무원 김 씨가 경찰의 임의 조사 과정에서 사건 당시 자신의 상사인 김현우 시민소통과 과장(現 부산 동구청 기획감사실장)과 김경신 시민소통과 홍보계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음에도 이 두 사람을 참고인으로조차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피의자 공무원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현우 실장과 김경신 계장은 김 씨와 사건 공모관계에 있으면서 김 실장과 김 계장은 정범(正犯), 김 씨는 종범(從犯)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산 동부경찰서가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장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장 씨의 동향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사실이 펜앤드마이크의 취재 결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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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뒤에 동상의 철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장 씨는 “경찰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해 8월13일경으로 기억한다”며 “정보관 장 경위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 나와서 내게 전화를 건 것으로 보이는데, ‘XX야, 집에 있니?’ ‘커피 마시자’ ‘밥 먹었니?’ 등의 질문을 하며 내 동향을 계속해 파악하려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게 바로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장 씨는 “해당 경찰관은 내게 ‘집에서 공부하지 말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해라’ 등의 말도 했는데, 이건 ‘주거의 평온’을 경찰관이 임의로 침해한 것으로써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고 본다”며 “부산 동구 주민으로서, 자택 바로 코앞에 있는 일본영사관에서 좌파 단체 집회가 있을 때마다 경찰에 항의 민원을 자주 넣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경찰은 나를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하는 집회 관리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를 요주 인물로 특정한 모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씨는 “이런 것은 ‘게슈타포’(나치 독일 시대 비밀 경찰)나 하는 짓”이라고 덧붙였다.

펜앤드마이크는 부산 동부경찰서 정보관 장 경위가 ‘부산 소녀상 자물쇠 사건’의 당사자이자 부산 동구 주민인 장 씨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 등을 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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