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를 둘러싼 합당 논의가 ‘당명 변경’으로 번지면서, 향후 합당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팬앤드마이크가 17일 취재한 바에 따르면 안철수 대표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명 변경’을 합당의 조건으로 요구한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철수, 이준석에게 당명 변경 요구한 적 없어

안 대표는 이날 “안 대표는 당명 변경을 말한 적이 없다는데, 이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한 의도는 무엇일까요”라는 문자 메시지 질문에 대해 “그건 이 대표에게 물어야 하는 질문이네요”라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도 안 대표는 “권은희 원내대표가 어제 말한 당명 변경에 대해서는 의견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도 “권 의원 말씀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라면서 “하루빨리 실무협의자를 선정해서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당명 변경 문제 등을 포함, 실무협의선에서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입장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당명 변경을 전제로 한 합당논의는 불가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양측 간 의사소통 착오에서 발생한 해프닝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당명 변경’은 협상의 마지막 고비에서 노출될 일부 의제일 뿐, 더 중요한 것은 ‘양당 간 화학적 결합을 통해 지지층 이탈을 막고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합당’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준석-안철수 회동 앞두고 ‘새로운 당명’ 요구

당명 변경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 16일 오전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로운 당명으로 가는 것이 보다 원칙 있는 합당 방식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날 오후 3시에 있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회동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이 예상됐다. 더욱이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합당 실무책임자여서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와 안 대표는 16일 오후 첫 공식 만남에서 합당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를 예방하면서 “국민이 합당 과정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게, 전쟁 같은 합당이 되지 않도록 두 사람 간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합당 과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제1 야당 그리고 더 넓은 범야권이 혁신하고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보여줄 책임이 주어졌다”는 말로 이 대표의 합당 마무리 발언에 힘을 실었다.

두 사람의 첫 공식 회동에서는 실무협상을 위한 각 당의 책임자 부분에 대한 선정이나 명단 교환 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여론은 당명 변경 등 합당 각론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차에 집중됐다.

이준석, “당명 변경 이야기는 금시초문”...합당 신경전 해석 급부상

이 대표는 "정강정책과 당헌당규를 바꾸는 데 있어서 실무 협상을 한 적이 있지만, 당명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당명은 당의 위상과 이미지를 바꿀 때는 실효성이 있지만, 지금은 당의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당명 변경 주장과 관련해 “당명 변경을 제안한 권은희 원내대표와 서로 의견을 교환한 건 아니다. 권 원내대표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 부분들은 실무협상단에서 논의될 부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발언을 통해 안 대표도 당명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됐다.

두 사람의 회동이 ‘당명을 바꾸자는 안 대표의 제안에 이 대표가 불가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으로 보도되면서, 양당 합당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될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권 원내대표가 안 대표와 아무런 상의 없이 당명 변경을 언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여의도의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흡수되더라도 최소한의 명분은 가지고 가고 싶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합당 이후 당내 세력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밀당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합당을 위해서는 안 대표가 너무 세게 밀당을 하면 안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준석과 안철수, ‘당명 변경’ 불협화음 경계하며 불끄기 나서

실제로 이 대표와 안 대표는 당명 변경을 둘러싼 논란을 진화하는 데 힘을 쏟는 분위기이다.

이 대표는 17일 B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합당을 위해선 새로운 당명으로 해야 한다는 권은희 대표의 돌발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과) 큰 틀에서 합당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10년 가까이 유지한 중도 접근이나 새정치 등의 가치들이 살아 녹아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명 변경이 합당의 주요 논제로 떠오르자, 안 대표 역시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양측 모두 정권교체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논의한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야권이 변해야 하고, 내년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데 양측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된 야당이 지금보다 더 확장성이 넓은 정당이 되어, '묻지마 친문'을 제외한 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데도 서로 공감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생각과 목표가 같은데, 큰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통합과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합당 실무협의에서 ‘당명 변경’은 최대 난제?

그러나 양당 합당을 위한 실무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결국 ‘당명 변경’이 최대 난제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라디오 방송에서 “실무협상단 꾸리는 문제, 서로 정보교환하시고 그런 상황이면 이 달 안에는 합당의 틀이 가시화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의 합치가 있으면 이 달 안에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기본적인 인식과 관련해서는 전혀 같이 하고 있지 않는 그런 모습이기 때문에 이번 달 안으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현재 판단으로는 좀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명 변경에서 촉발된 부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는 ‘더 큰 국민의힘’을 만들자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더 큰 국민의당’을 만들고자 하는 건가”라며 “1년 동안 노력해서 지지율 1등이 된 당의 이름을 대선을 앞두고 왜 바꾸나. 대체 무슨 이득이 있나”라고 반발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가운데)이 17일 오전 세종시 세종호수공원 내 노무현 기념공원 앞에서 충청권 대선공약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가운데)이 17일 오전 세종시 세종호수공원 내 노무현 기념공원 앞에서 충청권 대선공약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원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와서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합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는데,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한다고 하니까 합당을 하지 않으려는 그런 생각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성사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앞으로 계속 합당을 좀 어렵게 만드는 그런 수순으로 나오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정권교체라는 당면과제를 풀기 위해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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