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 패권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중국 공산당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 간의 혈전이 치러지고 있다. 한국은 주권을 보전하기 위해 어느 편에 서야 할까? 국가 간 교류를 내세운 행사에 참석한, 소위 한국사회의 엘리트 계층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재 세계사의 평행선이 어떻게 그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6.25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한 중국 공산당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한번 쯤 자문해 보기를 주문한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작금(昨今)의 국제정세는 중화(中華)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국중심주의(Sinocentrism)에 그 뿌리가 있다. 왕조 시대로의 복벽(復辟)을 꾀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왕조’의 ‘황제’다. 중공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공자학원(孔子學院), 천인계획 등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전 세계를 중공을 중심으로 한 자국중심적 국제질서로 편입시키려 했다. 천자(天子)를 중심으로 한 세계를 꿈꿨던 중국은 왕조 내 울타리 안에 복속시킨 위구르·티벳과 같은 민족들의 경우, 울타리 안의 번(藩), 즉 속지(屬地)를 다스리는 이번원(理藩院)을 두고 통제하는 한편, 조선·월남(越南) 등 조공국은 예부(禮部)에서 관장해 왔다. 따라서 중국의 ‘외교부’라는 것도 근대 문명의 소산일 뿐, 그 속성은 이번원과 예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중국이 주권국가들을 상대로 대놓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이른바 ‘전랑외교’(戰狼外交)라는 것도, 소위 중화질서 안에서 중국이 하는 말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국가들을 대해 온 버릇이 그대로 남은 것이다.

국립대만대학교 명예교수로 중화권에서 유명한 석학인 밍쥐정(明居正) 박사는 지난 19일 정경최전선(政經最前線)이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봉건왕조시대의 중화제국과 현재의 중국이 ‘역사의 평행선’을 긋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공국이 다른 외세의 간섭이나 침략을 받으면 바로 개입해 천자의 우산(雨傘)을 제공해 온 전례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한반도를 보면 소중화를 자처하는 조선이 재조지은(再造之恩)이라면서 감읍해 마지 않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대의 출병에 이어, 근세에 이르러스는 일청(日淸) 간 갑오전쟁(청일전쟁)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사례로써 중국은, 6.25사변 때 인민해방군을 보내 북한을 지원한, 이른바 ‘항미원조전쟁’을 벌였다고 밍쥐정 교수는 지적했다.

‘정경최전선’에 출연한 재미(在美) 화교 작가인 류종징(劉仲敬)은 과거와 현재를 연장선상에서 더 크게 보면 그 평행이론은 아주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지적했다. 징기스칸의 몽골제국 당시와 현재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세계에 끼친 해악은 복사판이란 설명이다. 물론 징기스칸의 몽골제국이 중화제국이라고 볼 수는 없더라도 그렇다는 말이다. 14세기 몽골제국은 유럽 침략과 함께 흑사병을 옮겨 유럽 인구 3분의 1을 멸절(滅絶)케 했다. 당시 그 참상이 잘 드러난 문학 작품이 《데카메론》인데, 그 배경이 되는 곳은 이탈리아다. 마찬가지로 시진핑의 중공이 퍼뜨린 우한폐렴도 일대일로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유럽 최고의 친중 국가인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중국의 공작이 유럽 각국에 미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소위 ‘우한폐렴’(코로나19)을 퍼뜨린 중공도 가공(可恐)할 전염병에서 자유롭지 않다. 광둥(廣東)성을 중심으로 ‘우한폐렴’이 대규모로 유행하고 있어 광저우(廣州), 동관, 포산 일대가 제2의 우한(武漢)이 되고 있다. 명나라가 농민반란과 청나라의 침략으로 멸망했던 숭정제 시기 쥐가 매개체 역할을 한 대온역(大溫疫)이 발생한 당시 상황은 시진핑 중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온역에 우한폐렴, 농민반란에 전 국민의 자발적 불복종 풍조인 탕핑, 외세 청나라의 침입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중(對中) 포위망’를 대입하면 역사의 평행선이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중국은 오는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앞두고 비상이다. 대외적으로는 우한폐렴의 발생 기원을 둘러싼 서방 국가들의 압박에다, 잇따르고 있는 무역 제재, 남중국해, 대만해협, 센카쿠 열도 등지에서 좁혀들어오고 있는 서방 세계의 군사적 포위망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또, 대내적으로는, 우한폐렴의 대유행, 지진, 홍수 등 지난해 연달아 발생한 자연 재해와 경제 붕괴로 인한 민심 이반이 극심하다. 그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대대적으로 경축해야 할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앞두고도 시진핑 지도부는 극도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을 정도다. 시내 버스에 보안요원 여러 명이 탑승해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으며, 내달 1일을 전후해 1주일 동안 자금성도 문을 걸어닫을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각지의 홍색사적지(중국 공산당 관련 사적지)는 ‘관제(官製) 관광’ 붐이 일고 있지만, 수도 베이징 만큼은 중국 정부가 소요사태 등을 극도로 우려한 탓에 경축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 곳곳에서는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18일과 19일 이틀간 해안동 캠퍼트리 호텔에서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사진전이 열렸다. 한중경제문화교육협회가 주최하고 주한중국대사관, 주(駐)제주 중국총영사관 등이 후원하는 행사로써, 내걸린 슬로건은 〈백년의 역사, 찬란한 성과: 중국 발전 사진전〉이었다. 개막식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 등이 참석했고 더불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축하 영상을 보낸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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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주한중국대사관 측이 게시한 ‘중국 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 관련 보도 자료.(출처=주한중국대사관)

이에 앞서 지난 1일 주한중국대사관에서는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축하 행사 및 ‘제15회 대한민국 중국어 말하기 대회’ 시상식이 열렸다. 싱하이밍 대사가 참석하고 송영길 대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중국유학교우총연합회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축하 영상을 보냈다고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주재국 대사가 자국의 문화와 언어를 홍보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축하와 연계시킨 점은 주목할만 하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한중 고위 지도자 아카데미 입학식’이란 행사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는 국내 각계 엘리트 인사 90여명을 상대로 강연을 하며 중국 공산당100년 역사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소개했다고 한다. 주한 중국대사관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인들 사이에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党就沒有新中國)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며, 이는 지난 역사를 총결산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며 중국인들의 가장 소박하고 진심어린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역사는 결국 중국 공산당을 선택했는가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시종일관 인민 중심을 실천하였기 때문이며, 실사구시와 개척과 혁신의 정신으로 국가 실정에 맞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성공적으로 모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용감하게 나아갔기 때문이며, 중국 공산당이 중요한 역사적 고비마다 자기 혁명을 통해 주동적으로 방향을 바로잡고 사업을 부단히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서울에서는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도 열렸다. 중국대사관 측이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성균관대학교 싱크탱크 성균중국연구소(成均中國硏究所) 소장 이희옥 교수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희옥 소장은, 중국 공산당은 100년에 걸쳐 세계 최대의 정당이되었고 중국을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되도록 이끌었다며, 이는 세계 정당 역사의 발전적 기적이라고 말했다.그 중 두 가지 비결은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시대와 더불어 발전하는 ‘여시구진’(與時俱進)'라고 하면서, ‘두개의 100년’의 역사적 교차점에 서서 중국 공산당은 장기적이고 전면적으로 내다보며 중국을 이끌어 더 큰 발전을 실현할 것이고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고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은 호흡을 같이하고 운명을 함께하는 우호적인 가까운 이웃으로 수교 이후 29년동안 양국 관계발전의 모범을보 여주었고,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여 지역과 세계의 발전에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대사관 측은 이에 대한 한국 인사들의 반응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 측은 중국 공산당이 지난 100년간 이뤄낸 눈부신 역사적 성과와 중국을 이끌어 실현한 비약적인 발전을 높이 평가했으며, 중국이 조속히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를 바라고 한중관계가 새로운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2일 서울 모처에서는 ‘재한(在韓) 중국 동포 경축 중국 공산당 성립100주년’이란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중년으로 보이는 조선족 여성들은 팔로군(八路軍) 복장을 입고 ‘공산당이 없으면 신(新)중국도 없다’(沒有共産党就沒有新中國)라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인민해방군가(人民解放軍歌)에 맞춰 장구를 두르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앞으로 앞으로 태양을 향한 우리의 대오는 조국의 대지를 걷고 있다, 반동파(反動派)를 쓸어 버리고 모택동의 기치를 높이들 때까지 용감하게 싸우자”는 내용의 인민해방군가가 서울에서 연주된 것이다. 인민해방군가는 전라도 광주 출신의 조선족 정율성이 작곡한 곡으로 유명하다.

국내 곳곳에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란 문구를 내걸고 열린 이 같은 행사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특히 6월은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의 침략에 맞서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켜낸 순국선열, 그리고 이역만리 ‘코리아’(Korea)에 청춘을 갖다 바친 우방국 용사들을 기리는 달이다. 세계사는 반복되고 있다. 중화 패권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중국 공산당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 간의 혈전이 치러지고 있다. 한국은 주권을 보전하기 위해 어느 편에 서야 할까?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간 교류를 내세운 행사에 참석한, 소위 한국사회의 엘리트 계층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재 세계사의 평행선이 어떻게 그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6.25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한 중국 공산당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한번 쯤 자문해 보기를 주문한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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