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빈과 조국 두 사람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고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이 ‘광기’를 부채질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나?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면 어리석고, 알았다면 사악하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임 씨와 MBC, 조국 전 장관 중 그 어느 누구도 이 사태와 관련한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언론도, 지식인도 아니다. 집단린치의 나팔수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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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12일 호남대안포럼과 만민토론회는 광주광역시 4.19혁명기념관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마이크를 잡은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배 모 씨는 자영업자의 시각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러 언론사가 이를 다루었고,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15일 MBC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의 ‘B-CUT뉴스’ 코너에 출연한 자칭 ‘팩트체커’ 임경빈 씨(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진행자)가 만민토론회와 호남대안포럼, 배 대표에 대하여 여러 차례 사실 왜곡을 했고, MBC는 이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얼마 후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은 방송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여기에 자영업자 배 모 씨가 운영하는 카페의 위치가 댓글로 달렸다. 이른바 ‘좌표’가 찍힌 것이다.

이후 극단적 여권 지지자들은 배 씨에게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다. 사업이 망해야 한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선동을 시작했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가게로 전화를 걸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무차별 전화를 걸고 끊기를 반복해서 주문도 못 받게 했다. 심지어 가족과 아르바이트생에게 협박과 모욕을 가했다. ‘헬마우스’ 임경빈과 MBC가 허위사실 유포하고, 조국 전 장관이 확대했으며, 이에 자극받은 극단적 여권 지지자, 즉 ‘대깨문’의 조직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선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배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이 내건 방송 제목부터 보자. 〈文실명 비판했다는 광주카페 사장님, 언론들이 숨긴 진짜 정체는?〉이다. 지극히 음모론적 냄새를 풍긴다. 언론이 뭔가를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으며, 본인은 은폐된 사실을 추적하는 저널리스트라도 되는 양 기분을 내고 있다. 애석하게도 본인 기분에 비해 그 실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임 씨는 단체에 소속된 일부 인사의 정치 이력을 거론하며 만민토론회와 호남대안포럼이 마치 정치적으로 편향된 집단인 양 몰아갔다. 예컨대 만민토론회의 주대환이 과거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었고, 호남대안포럼의 주동식은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위원장이라는 식이다. 그래서 이들이 속한 단체가 편향되었단다.

하지만 만민토론회에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도 있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의 김진욱 변호사도 있다. 이런 정보는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또한 호남대안포럼에는 국민의힘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민생당 당원도 있다. 상당수 회원은 특정 정당 당원도 아니다. 배 씨는 어떤 정당의 당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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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호남대안포럼과 만민토론회가 주최한 토론회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의 홍보 포스터.(출처=호남대안포럼)

그리고 임경빈 씨가 알게 된다면 기함(氣陷·몸시 놀라 넋을 잃음)하겠지만, 호남대안포럼 회원 중에 모(某) 국립대학 연구소의 5.18민주화운동 연구자도 있고, 실제로 민주화 유공자로 등록돼 있는 분도 계신다. 자, 이들 모두가 우리 사회 전통적 의미의 ‘우파’ 인사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호남대안포럼은 창립 당시부터 “특정 정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당파성을 배제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면 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임 씨는 이런 ‘팩트’를 찾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찾지 않은 것인가? 어떤 경우든 ‘팩트체커’라는 본인 타이틀이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임 씨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돌려 받아야 한다.

“기사에서 뭘 보여주느냐보다 뭘 보여주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

혹시 임경빈은 호남대안포럼에 민주당 소속이 없기 때문에 단체가 ‘편향’되었다고 우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호남대안포럼에 가입하고는 싶지만,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못하겠다”는 말을 어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은 있다. 탈(脫)정파적 시민단체 하나 가입하는 데에도 ‘눈치’를 봐야만 하는 분위기, 이를 만든 것이 바로 ‘대깨문’과 임경빈류(類)의 선동가들이다.

방송에서 임 씨는 호남대안포럼이 ‘대안(對案)우파’로 평가받는 조직이라고 전언(傳言·말을 전함)했다. 무슨 근거로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가? 전언(傳言)을 했으니 원 출처는 따로 있을 것이다. 누가 ‘대안우파’라고 규정했나? 임 씨는 전언의 근거를 가져오길 바란다. 만약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실을 날조한 것이다.

임 씨가 두 단체를 어떻게든 ‘우파’로 엮어버리고, 이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자영업자도 우파로 몰아가고자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메신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팩트를 모아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리고 팩트를 편취했다. 우리의 ‘팩트체커’ 임경빈은 ‘팩트를 헬(hell·지옥)로 보내버린 팩트킬러’(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Hell(헬)로 동지들! 서울시장을 헬로 보낼 헬마우스입니다”라고 말한 임 씨의 발언을 패러디한 것)가 되었다. 자, 임경빈식(式) ‘팩트체크’ 기법을 임 씨 본인에게도 적용해보자.

“박원순은 성추행 혐의자다.”

“그런데 임경빈은 박원순과 함께 유튜브 방송을 했다.”

“그러므로 임경빈은 성추행 혐의자이거나 그의 동조자다.”

봐라, 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억지인가. 임경빈 본인이 한 짓은 이와 다를 바 없다.

‘헬마우스’ 임경빈의 왜곡과 비약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호남대안포럼이 5.18역사왜곡처벌법 폐지운동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동(同) 단체에서 그같은 운동을 전개해보자는 의견이 나온 바는 있었으나 부이내 결되었고, 그같은 운동 취지에 동의하는 일부 회원들이 다른 시민들과 함께 법안 폐지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이 역시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5.18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반대를 정치적 우파로 연결시켜 보려는 임 씨의 억지 논리다. 5.18역사왜곡처벌법은 입법(立法) 이전부터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도 이 법에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9일 21개 역사학 관련 학회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임 씨가 내세운 기준을 적용하자면 이들 모두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임 씨가 5.18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반대를 ‘정치적 편향성’을 도출해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혓바닥 위에서 5.18은 자영업자를 때리는 무기가 된다. 지금 5.18을 폄하하는 자는 누구인가? 5.18특별법에 반대하는 시민인가, 아니면 임경빈 본인인가?

임경빈 씨.(출처=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임경빈 씨.(출처=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임경빈의 허위사실유포와 억측은 그 자체로 문제다. 무엇보다 그의 왜곡이 한 자영업자에 대한 ‘집단린치’의 근거가 되었다. 그가 호남대안포럼과 동(同) 단체 공동대표 배 씨에게 ‘우파’ 낙인을 붙이자마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의 비판’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영업자를 가장한 우파의 음모’가 되었다. 임경빈의 허위사실은 ‘대깨문’의 망상을 거쳐 자가발전시켰다. 배 씨를 두고 “국민의힘 지지자”이니, “5.18민주화운동을 을 폄하했다”느니, “일베 자영업자”이니 하는 식으로 낙인을 찍어댔다.

공격의 ‘명분’을 획득한 ‘대깨문’들은 개인의 삶을 짓밟았다. 임 씨은 본인의 닉네임처럼 구업(口業)으로 한 사람의 삶을 지옥도로 몰아넣은 것이다. 말 그대로 ‘헬마우스’(지옥을 뜻하는 영단어 ‘헬’과 입을 뜻하는 영단어 ‘마우스’를 합성한 것), 딱 ‘닉값’(이름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 은어)을 했다.

배 씨가 집단린치를 당할 때 5.18구속자협의회 고문 최운용 씨가 배 사장의 카페를 직접 찾았다. 최 고문은 배 사장이 5.18을 폄하했다고 생각지 않으며, 지금처럼 한 자영업자를 짓밟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5.18을 폄하하는 사람에게 5.18단체 간부가 지지방문을 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여기서 임경빈을 추종하는 대깨문의 망상은 다시 산산조각이 나고야 만다.

임경빈이 출연한 MBC의 왜곡 방송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원인 중 하나를 조국 전 장관이 제공했다. 물론 조 전 장관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린치를 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현(現) 정부 들어 좌표를 찍어 린치를 가해버리는 ‘대깨문’의 행태를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탈북자 출신 냉면집 사장은 ‘일베’로 찍혀서 결국 장사를 접었다. 대통령 면전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가 집단적으로 욕을 먹은 반찬집 사장님도 있었다.

임경빈과 조국 두 사람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고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이 ‘광기’를 부채질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나?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면 어리석고, 알았다면 사악하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임 씨와 MBC, 조국 전 장관 중 그 어느 누구도 이 사태와 관련한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언론도, 지식인도 아니다. 집단린치의 나팔수와 다름없다.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제3의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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